[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돌풍의 중심’ 경남FC는 선수의 포지션을 바꿔가며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팀이다. 최근 ‘슈퍼 서브’ 공격수로서 좋은 득점력을 보여주는 조재철은 원래 미드필더였다.

경남은 12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2라운드에서 전남드래곤즈를 3-0으로 꺾었다. 이로써 ‘2018 러시아월드컵’ 휴식기가 끝난 뒤 가진 모든 경기에서 6승 2무로 무패를 이어갔다. 월드컵 이후 무패를 유지한 유일한 팀이다.

이날 세 번째 골을 조재철이 터뜨렸다. 파울링요, 말컹의 골이 나온 뒤 후반 32분 조재철이 교체 투입됐다. 조재철은 투입된 지 4분이 지나 오른쪽 측면을 돌파해 전남 문전까지 갔다. 박대한 골키퍼와 수비수들이 달려들 때 오른발로 슛을 하는 척 하며 모든 수비수를 속였고, 왼발로 골을 마무리했다. 깔끔한 개인기에 이은 골이다.

조재철은 지난 2010년 성남일화(현 성남FC)에서 데뷔했다. 데뷔 초반에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며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2012년 윤빛가람과 트레이드되며 경남 유니폼을 입은 조재철은 안산경찰청(현 아산무궁화) 군 복무, 성남FC 이적을 거쳐 올해 경남으로 두 번째 합류했다.

조재철은 데뷔 직후부터 준수한 기술과 공격 감각을 가진 미드필더였지만 포지션이 분명하지 않았다. 176cm, 63kg에 불과한 체격 때문에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쓰기 꺼리는 감독이 많았다. 그렇다고 윙어로 배치하기에는 아주 빠른 선수가 아니었고, 공격형 미드필더 역시 애매한 면이 있었다.

조재철의 기록은 최근 크게 향상됐다. 전반기 동안 컨디션 조율을 한 조재철은 ‘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나고 처음 투입된 7월 7일 포항전에서 곧장 골을 기록했다. 이때부터 교체 위주로 뛰며 5경기 3골을 터뜨렸다. 월드컵 이후 약 65분당 한 골을 넣었다.

김종부 감독은 “처음부터 공격수로 쓸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았다. 본업이 미드필더지만 중원 장악을 할 만한 체력이 돌아오지 않았다. 원래 부족한 힘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도 하고 있다. 그래서 풀타임으로 활용하긴 힘들고 경기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투입한다”라고 말했다.

늘 미드필더로 뛰어 온 조재철을 과감하게 최전방 공격수로 올린 건, 조재철의 기술이 아니라 지능에 더 주목했기 때문이다. “공간 침투를 할 줄 아는 선수다. 상대 진영에서 말컹이 수비를 끌고 다니면 그 옆에서 공간을 활용할 선수가 필요하다. 조재철은 그걸 할 줄 안다.”

조재철은 김 감독의 말대로 말컹과 좋은 짝을 이룬다. 말컹이 큰 덩치와 존재감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두 명씩 끌고 다니면, 조재철이 문전에 생긴 틈을 놓치지 않고 침투한다. 조재철의 세 골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나왔다. 전남전 골은 돌파 후 직접 마무리했지만, 전남 수비수들이 말컹에게 패스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재철은 허를 찌르고 드리블 후 골을 넣기 수월했다.

조재철은 월드컵 이후 더 눈에 띄는 ‘김종부 매직’의 수혜자 중 하나다. 조재철을 비롯해 활동량 많은 중앙 미드필더 김준범, 수원FC의 플레이메이커였다가 경남 이적 후 라이트백으로 뛰는 이광진 등 뜻밖의 활약을 보이는 선수가 많다. 김 감독이 선수들의 특징과 경남의 경기 운영을 절묘하게 조화시키며 장점을 끌어냈다.

경남은 지난 21라운드 깜짝 활약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범수가 22라운드에 다시 베스트 골키퍼로 선정됐고, 그동안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공격수 파울링요 역시 K리그 데뷔골을 넣고 베스트 일레븐에 뽑히는 등 고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위 경남은 4위 울산현대를 승점 7점차로 따돌린 채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확보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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