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남FC의 베테랑 레프트백 최재수는 15일 명승부의 주인공이 됐다. 울산현대를 상대로 한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23라운드였다. 최재수가 네게바와 교체 투입된 후반 25분, 경남은 세 골 차로 지고 있었다.

역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종부 경남 감독은 에이스 윙어를 빼고 최근 거의 출장하지 못한 측면 수비수를 투입했다. 그런데 최재후는 후반 35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최영준의 추격골을 민들어냈다. 이어 추가시간에는 최재수의 코너킥이 혼전을 거쳐 말컹의 추격골로 이어졌고, 종료 직전인 추가시간 4분에 최재수의 크로스를 말컹이 머리로 받아 넣었다. 단 14분 사이에 세 골을 따라잡은 경남이 3-3 무승부를 거뒀다.

최재수 투입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김 감독의 깜짝 카드였다. 최재수도 예상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투입될 줄도 몰랐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결과까지 착각했다는 최재수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최재수와 한 인터뷰 전문. 

- 대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 선수단을 따라갈 때부터 투입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두 팀 상황을 보니 끝날 때쯤 내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실제 경기에서 김현훈, 쿠니모토가 투입되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마지막 교체 카드는 당연히 조재철일 줄 알았다. 감독님은 크로스를 잘 올릴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네게바는 물론 뛰어난 선수고 몸은 좋았는데 크로스만큼은 약간 아쉽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 투입 당시 김 감독은 어떤 지시를 했나?

감독님은 날 투입하면서 왼쪽 윙을 맡으라고 하셨고, 항상 그렇듯 공간에 센터링을 하라고 요구하셨다. 위쪽에서 과감하게 플레이하라고도 하셨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 과감하게, 편안하게 공격했다. 지시에 맞게 센터링한 것이 첫 골로 연결됐다. 세 번째 센터링도 잘 맞았던 것 같다. 솔직히 두 번째 골은 운이 많이 따랐다. 원래 말컹의 머리를 보고 올린 건데 혼전 끝에 들어갔다. 내 어시스트도 아니었고.

 

- 본인 활약을 예상했나?

난 자신이 있었다. 그걸 감독님이 알아채셨다는 게 신기하다. 감독님은 촉이 좋으신 것 같다. 몸을 풀면서 재철이에게 “오늘 투입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아까 말한 것처럼 두 명이 교체된 뒤 마음을 비웠다. 투입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뒤로 몸을 그리 열심히 풀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에게 들어가라고 하시더라.

 

- 경기 스코어를 잠깐 착각했다고 하던데?

투입될 때 순간적으로 착각을 해서 0-2로 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두 번째 골이 나왔을 때 이미 2-2로 동점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재철이도 그렇고 다들 계속 올라가서 공격하라길래 ‘동점이니까 이제 밸런스를 신경써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면서도 지시대로 계속 공격했다. 그리고 마지막 골이 나온 뒤에는 역전한 줄 알고 엄청 좋아했다. 다 씻고 구단 버스에 탈 때까지도 역전한 줄 알았다. 재철이가 “형, 한 턱 쏴”라고 할 때도 속으로 ‘뭐 승리수당으로 쏘지 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점이라더라. 평소라면 하지 않을 착각이지만, 묘하게도 마음 편하게 공격하다보니 세 번째 골이 나왔다.

 

-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뛰지 못하다가 시즌 1, 2호 도움을 기록했다. 현재 상태와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는?

4월 말에 두 경기 연속으로 같은 쪽 발목이 돌아갔고, 참고 뛰다가 족저근막염까지 생겼다. 월드컵 휴식기에 쉬면 나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활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부상 직후에 비해 컨디션이 많이 나아졌다. 그동안 왼쪽 수비수(유지훈)와 윙어(네게바)가 모두 자리를 잡았다. 나는 감독님이 원하시는 대로 플레이한다. 내가 선호하는 건 수비수지만 윙어도 잘 소화할 수 있다. 어디서 뛰든 팀이 잘 되면 나도 잘 되는 거니까.

 

- ‘김종부 매직’이라는 말을 거의 매 경기 하게 된다. 감독의 승부수가 통하면 통할수록 선수들은 더 신뢰하게 되는지?

물론 점점 더 믿게 된다. 나는 100% 믿고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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