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민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 출전하며 ‘박살내러 갑니다’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다짐대로였다. 김민재는 바레인 공격을 박살냈다.

15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반둥에 위치한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E조 1차전을 가진 한국은 바레인을 6-0으로 대파했다. 황의조가 전반 17분, 36분, 43분 골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전반 23분 김진야, 전반 41분 나상호의 골도 나왔다. 전반전에 유럽파를 제외했던 한국은 후반전 들어 이승우, 황희찬을 교체 출장시키면서 체력 안배 및 경기 감각 회복을 모두 도모했다. 황희찬이 후반 추가시간 한 골을 추가했다.

한국은 예고한 대로 공격적인 스리백을 꺼냈다. 원래 미드필더인 조유민이 스리백의 한 자리를 맡아 황현수, 김민재와 호흡을 맞췄다. 윙백 자리에 전문 수비수보다 미드필더에 가까운 김진야, 김문환을 배치했다. 중앙 미드필더 중 황인범이 공격적인 역할을 맡고 이승모, 장윤호가 좀 더 후방에 배치됐다. 후반 13분 황인범을 이승우로 바꾸며 더욱 공격적인 중원 조합을 시도했다.

공격적인 수비 전술이 제대로 작동한 건 김민재의 맹활약 때문이기도 했다. 김민재는 아시안게임에서 압도적인 경험과 기량을 갖춘 수비수다. 이미 K리그1과 한국 A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수 중 하나다. 부상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에는 불참했지만 최종 예선에서 이란 등 아시아 정상급 팀의 A대표팀을 상대해 무실점 수비를 해낸 경험이 있다.

김민재는 수비할 때 여유가 넘쳤다. 원래 힘과 속도를 겸비해 상대 공격수를 압박하는 수비가 특기지만, 아시안게임에서 김민재는 일종의 리베로였다. 과거 축구의 리베로와 달리 최근에는 스리백의 중앙에 서는 선수가 앞으로 전진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수비도 전술의 중요한 부분이다. 김민재는 빠른 스피드와 정확한 판단력으로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먼저 공을 따냈다. 김민재의 스피드는 바레인 공격수들보다 빨랐다.

빌드업할 때도 기여도가 높았다. 후반 5분 장면이 대표적이다. 김민재는 아예 황현수보다 더 왼쪽으로 나가서 마치 윙백처럼 포진해 바레인의 압박을 빠져나가는 패스를 받았다. 그리고 양 팀 선수가 모두 드문 오른쪽 측면을 향해 롱 패스를 날렸다. 김민재의 패스가 김문환에게 정확하게 연결됐다. 그 외에도 짧고 긴 패스를 자유롭게 구사했고 하프라인 넘어 전진하는 플레이 역시 망설이지 않았다.

한국의 중원 장악력과 측면 수비력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약한 편이다. 김학범 감독은 이 점을 고려해 스리백을 쓰고, 최종 수비수들의 역량이 극대화될 수 있는 전술을 준비했다. 김민재의 첫 경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앞으로 조별리그에서 만날 말레이시아와 키르기즈스탄, 이후 상대할 더 강한 팀의 공격수들도 마찬가지로 압도할 수 있어야 한다.

조별리그에서 계속 한국이 압도적인 경기를 할 수 있다면, 김민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놓는 작업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김민재는 부상 회복 후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날 후반 24분 김건웅과 교체됐고, 이후 한국 수비는 전반전에 비해 조금 흔들렸다. 한국 공격은 첫 경기에서 맹활약한 황의조, 앞으로 비중이 높아질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등 옵션이 많은 반면 센터백 옵션은 더 적다. 우승을 위해서는 센터백들의 현명한 체력 안배와 부상 방지가 필요하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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