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선임이 늦어지고 협상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하나다. 세부조건이 워낙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축구계 인사와 몇몇 에이전트는 김판곤 국가대표감독 선임위원장이 충칭리판과 포르투갈 대표팀을 지휘했던 파올로 벤투를 만난다라고 밝혔다. 키케 플로레스, 스라벤 빌리치에 이어 벤투까지 만나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미 한 사람씩 접촉하는 게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접촉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감독만 5명이 넘는다. 대한축구협회가 협상 자체를 비밀로 끌고 가고 있지만 현지 언론까지 막을 수는 없다. 정황상 최종단계까지 협상을 진행한 사례도 몇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9 7A매치 지휘를 목표로 하고 있는 김 위원장의 발걸음은 빨라지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협상이 어려운 이유는 세부조건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와 감독 당사자가 큰 틀에서 합의를 했다 하더라도 각자가 바라는 조건을 맞춰가다가 협상이 어긋날 가능성도 크다.

 

세부조건 중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 코칭스태프 부분이다. 명장이라 불리는 이들은 대개 개인이 아닌 팀으로 일한다. 중국축구대표팀을 이끄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코칭스태프 9명과 함께 다닌다. 자신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들과 일해야 능률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수준도 높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런 부분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거의 혈혈단신으로 왔었고, 다른 감독도 대개 홀로 오거나 수석코치 정도를 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이런 부분에 변화를 줘 코칭스태프를 일정 인원 대동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었으나, 이 부분에도 이견이 생기고 있다.

 

몇몇 감독은 대한축구협회가 제시한 조건보다 더 많은 인원을 요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협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감독이 대개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누구를 데려가고 다른 누구는 데려가지 않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감독들은 자신의 요구를 다 받아줄 수 있는 의뢰인을 찾기 마련이다.

 

세부조건 가운데는 근무환경도 포함돼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과 협상했을 때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근무지 때문이었다.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한국이 유럽파를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 경기가 없을 때는 유럽에 머물면서 일을 하겠다고 말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표팀만 지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국 축구 전반에 영향을 주길 바라왔다. 슈틸리케 전 감독이 좋은 점수를 받았던 이유도 여기 있다. 슈틸리케는 대한축구협회의 요청을 거의 들어주었었다. 물론 이 부분은 앞서 언급한 조건보다는 이견이 나오기 쉽지 않지만, 이견이 생길 수 있는 세부조건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세부조건은 아니지만 다른 암초도 있다. 인기 있는 감독들은 한 주체와의 협상을 다른 주체와 협상을 할 때 지렛대로 쓸 때도 있다. '저 쪽에서는 나를 이정도로 평가하고 있다'라며 몸값을 올리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조금 얌체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협상을 할 때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협상은 쉽지 않다. 99% 동의하다가 1%만 틀어져도 협상이 끝나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협상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대한축구협회는 세부조건을 두고 지난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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