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파르마는 지난 시즌 세리에B(2부)에서 2위를 차지해 세리에A로 올라온 일개 승격팀이다. 그러나 파르마라는 이름에는 그 이상의 무게가 있다. 한때 세리에A의 대표적인 강호였고, 비운의 강등으로 4부까지 떨어졌으나 기어코 세리에A로 복귀한 감동적인 사연의 소유자다. 그리고 최근 이탈리아에서 보기 힘든 ‘승격팀 폭풍 영입’을 하는 중이다.

파르마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선수를 사는 이탈리아 팀 중 하나다. 18일(한국시간) 이적시장이 마감되기 때문에 이탈리아 팀들은 다급하게 선수를 수급하고 있다. 파르마의 적극적인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나폴리와 인테르에서 대표급 선수 수급해 전력 강화

파르마는 이미 20명 넘는 선수를 영입했다. 그중 영입 후 바로 임대 보낸 유망주 등을 제외한 즉시전력감만 추려도 10여 명이다. 특히 명문 구단인 나폴리와 인테르밀란에서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데려왔다.

나폴리에서 영입한 5명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임대로 합류한 로베르토 잉글레세와 알베르토 그라시다. 두 선수 합쳐 500만 유로(약 64억 원) 임대료를 지불했다. 세리에A 승격팀이 완전영입도 아니고 임대에 들인 돈 치고는 엄청난 액수다. 잉글레세는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세리에A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고, 이탈리아 대표팀에도 선발된 훌륭한 골잡이다. 그라시는 나폴리에서 자리잡지 못했으나 역시 이탈리아 연령별 대표를 모두 거친 재능 있는 미드필더다.

인테르에서 영입한 조나탕 비아비아니 역시 눈에 띄는 이름이다. 비아비아니는 주로 인테르 소속으로 여러 팀으로 임대를 다니며 활약해 왔다. 어렸을 때 슈퍼스타의 재목으로 평가받았던 것에 비하면 미약한 경력이지만, 파르마 소속으로 시즌 6골을 세 차례나 기록했을 정도로 윙어로서 훌륭한 공격력을 갖췄고 파르마와 인연도 깊다. 또한 인테르에서 유망주 알레산드로 바스토니, 페데리코 디마르코도 임대됐다. 여기에 인테르의 20세 유망주 윙어 얀 카라모 역시 임대될 것이 유력하다.

팀을 떠난 핵심 선수는 고작 한 명이다. 파르마를 10년 동안 지탱해 온 전설적 수비수 알레산드로 루카렐리가 동료들을 세리에A로 올려보낸 뒤 41세 나이로 마침내 은퇴했다. 루카렐리의 6번은 파르마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이 자리를 메워 줄 센터백으로 레인저스에 있던 포르투갈 대표 베테랑 브루누 알베스를 영입했다. 베테랑 왼쪽 자원 마시모 고비도 데려왔다.

 

제르비뉴? 발로텔리? 끝나지 않은 영입, ‘중국 돈’의 힘

영입은 끝나지 않았다. 거론되는 이름들이 더 화려하다. 중국 구단 허베이화샤에서 제르비뉴를 영입할 것이 유력하다.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에 따르면 이적 성사 가능성이 높다. 제르비뉴는 허베이와 계약 종료가 단 6개월 남은 가운데 후보로 밀린 상태다. 두 구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적료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레스터시티 수비수 요앙 베날루앙도 물망에 올라 있다. 파르마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다. ‘스포르트이탈리아’에 따르면 베날루앙은 파르마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밝히는 등 이적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여기에 마리오 발로텔리, 리카르도 사포나라 영입설도 있다. 거론되는 선수들이 제대로 수급된다면 파르마는 이탈리아 중하위권 팀이 꾸릴 수 있는 선수단으로서 거의 올스타에 가까운 멤버를 갖추게 된다.

이탈리아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빈부격차가 심각하다. 지난 시즌 승격팀 엘라스베로나가 프로 경력 없는 이승우를 영입하며 엄청난 기대를 걸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선수 영입 자금이 얼마나 부족한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파르마의 놀라운 영입은 최근 수 년간 이탈리아 승격팀을 통틀어 최고다. 파르마는 임대료와 이적료를 합쳐 올여름 1,300만 유로(약 167억 원)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르마가 남다른 자금력을 보일 수 있는 건 지난해 6월 구단을 인수한 중국계 구단주 장리장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리장은 스페인의 그라나다, 중국의 충칭리판도 소유하고 있는 국제 축구 기업가다. 맨체스터시티 같은 초거대 자본은 아니지만, 다른 이탈리아 승격팀에 비해선 훨씬 자금 지원이 쉬웠다.

3년간 세 번 승격, 아픔 딛고 돌아온 ‘7공주’

파르마의 승격이 더욱 특별한 건 파란만장한 역사에서 기인한다. 파르마는 1913년 창단한 유서 깊은 구단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탈리아에서 스타를 잔뜩 보유한 팀들의 별명이었던 ‘7공주’ 중 하나였다.

당시 잔루이지 부폰, 에르난 크레스포, 파비오 칸나바로, 릴리앙 튀랑, 잔프랑코 졸라, 디노 바조, 로베르토 센시니 등의 스타 선수들이 맹활약했다. 알베르토 질라르디노가 그 리스트의 마지막에 있었다. 파르마는 핵심 선수들을 연거푸 팔아치운 뒤 2004년 도산 위기를 겪었으나 이름을 바꾸고 재출범하며 강등은 면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2015년, 기어코 파르마는 완전히 파산하며 4부 리그인 세리에D로 떨어졌다. 세리에D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분류된다.

파르마의 부활은 빨랐다. 2015/2016시즌 세리에D에서 D조(총 9개 조로 구성) 1위 및 승격 플레이오프 통과를 통해 승격했다. 2016/2017시즌 레가프로(현 세리에C)에서 B조(총 3개 조로 구성)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플레이오프 우승을 통해 세리에B 승격권을 따냈다. 그리고 2017/2018시즌 세리에B에서 2위를 차지해 세리에A로 돌아왔다. 3년 동안 세 번 승격했다.

지난 시즌 세리에B에서 파르마의 최다득점자 에마누엘 칼라이오는 13골을 넣었다. 두 자릿수 득점자가 칼라이오 하나뿐이었고, 그마저 폭발적인 득점력은 아니었다. 파르마의 팀 득점력은 상위 8개팀 중 7위에 불과했다. 대신 수비력이 전체 최강인 37실점(42경기)이었다. 파르마가 공격수를 여럿 영입하는 건 세리에A에 걸맞은 공격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파르마는 세리에A를 징계와 함께 출발할 뻔했다. 지난 시즌 주전 공격수였던 에마누엘 칼라이오가 승부조작에 연루돼 승점 5점 감점 징계가 구형된 상태였으나, 결국 이를 면했다. 한결 더 가볍게 잔류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백발이 된 크레스포는 부회장으로서 파르마 관중석에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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