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상상하지 못했던 감정이다. 어릴 때부터 가졌던 꿈이 이뤄졌다”

 

36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군 페루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쿠에바는 감격에 젖었다.

 

페루는 한국시각으로 15일 오전 페루 리마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데 리마에서 한 ‘2018 러시아 월드컵’ 대륙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전반 28분 헤페르손 파르판이 선제골을 넣고 후반 20분에는 크리스티안 라모스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페루는 2차전을 잡고 월드컵 본선으로 향했다. 페루는 남미예선에서 7승 5무 6패로 5위를 차지했었다. FIFA랭킹은 10위다. 

 

월드컵 본선은 36년 만이다. 페루는 1970년대에는 월드컵을 두 차례나 나갔고, ‘1970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8강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1982 스페인 월드컵’ 본선에 올라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이후 단 한번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쿠에바는 “우리는 이 저주를 부수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부터 페루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아르헨티나 출신 가레카 감독은 기뻐했다. 가레카 감독은 부임 초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임 압박을 받기도 했었다. 그는 “언제나 행운이 조금 필요하다. 나는 노력을 가장 믿는 사람이지만, 행운의 중요성도 인정한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페루를 '2015 코파아메리카' 8강으로 이끌기도 했었다.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도 월드컵 본선 진출에 감격했다. 그는 트위터에 “월드컵 본선에 다시 나가기 위해 35년 이상을 기다렸다. 이런 기쁨을 준 전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라고 쓴 뒤 “우리가 돌아왔다(EstamosDeVuelta)”라는 해시태그까지 달았다.

 

페루는 대륙간 플레이오프에 오른 뒤에도 악재에 시달렸다. 11월 초, 주장인 파올로 게레로가 도핑 테스트에서 부적격을 받아 4주 동안 경기할 수 없었다. 페루는 주장이자 가장 뛰어난 스트라이커 없이 경기해야 했다. 게다가 10,593km나 떨어진 뉴질랜드 웰링턴과 페루 리마를 오가며 맞대결을 벌였다. 페루는 18시간을 날아가 경기한 뒤 다시 18시간을 비행해 리마로 돌아왔었다.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데 리마에는 4만 명이 모였다. 페루 시민들은 ‘월드컵 저주’를 선수들과 함께 부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게레로는 없었지만 파르판은 있었다. 어느덧 33세 베테랑이 된 파르판은 선제골을 넣으며 지친 뉴질랜드 수비를 무너뜨렸다. 페루는 결국 가장 늦게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짓고 환호했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해냈다. 감회가 남다르다." (리카르도 가레카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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