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발렌시아의 굵직한 이적이 ‘슈퍼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의 입김에 따라 진행된다. 발렌시아의 경영 주도권을 둘러싸고 피터 림 구단주와 마테우 알레마니 단장의 갈등이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발렌시아의 주전 공격수 호드리고 모레노가 아틀레티코마드리드로 이적한다고 보도했다. 주전 골잡이를 물색해 온 아틀레티코는 6,000만 유로(약 814억 원)를 들여 모레누를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도에 따르면 모레노 영입이 성사된 건 림 구단주가 에이전트 조르제 멘데스의 요구를 들어줬기 때문이다. 미겔 앙헬 마린 아틀레티코 CEO 역시 멘데스와 긴밀한 사이다. 세 인물의 친분과 협력관계가 이번 이적을 이끌어냈다.

모레노의 이적은 ‘삼각 빅딜’의 첫 단추로 보인다. 스페인의 ‘문도 데포르티보’ 등 복수 매체는 AC밀란의 안드레 실바가 발렌시아로 이적할 거라는 정황을 보도했다. 그리고 아틀레티코의 앙헬 코레아가 밀란으로 가게 된다. 세 팀이 동시에 공격수를 교환하는 거래다.

세 명 중 모레노와 실바는 멘데스가 관리하는 선수다. 실바의 이적까지 확정될 경우 멘데스는 큰 이득을 취하게 된다. 두 건의 거래를 통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음은 물론, 모레노를 발렌시아보다 큰 클럽인 아틀레티코로 진출시키고, 밀란에서 입지가 확실하지 않은 실바를 발렌시아로 보내며 부활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림 구단주의 월권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싱가포르 재벌인 림 구단주는 2004년 발렌시아를 인수해 현재까지 경영하고 있다. 한때 휘청이던 발렌시아를 재건한 주역이 알레마니 단장이다. 2017년 3월 부임한 알레마니 단장은 그 뒤로 두 시즌 연속 4위에 팀을 올려놓았다. 마르셀리노 토랄 감독을 선임한 것도, 그에게 맞는 선수들을 영입해 준 것도 알레마니 단장의 공이었다. 알레마니 단장 입장에서는 영입의 전권을 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할 만했다.

그러나 림 구단주는 멘데스의 주문에 따라 선수단 구성에 곧잘 개입했으며, 이에 따른 갈등이 지난달 알레마니 단장의 사임 소동으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알레마니 단장이 잔류하기로 했지만, 모레노 이적은 여전히 분쟁의 소지가 남아있다는 걸 보여준다.

모레노는 발렌시아의 부활을 이끈 핵심 선수다. 2017/2018시즌 19골(이하 모든 대회 통산)을 터뜨렸다. 2018/2019시즌에는 동료 공격수들과 함께 동반 부진에 빠졌으나, 그나마 가장 나은 15골을 기록하며 주포 노릇을 해냈다. 마르셀리노 감독의 전술에도 잘 맞는 선수다. 모레노가 빠지면 공격진에 큰 손실이 생긴다. 실바 역시 이론적으로는 발렌시아의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지만 꾸준히 능력을 증명한 적이 없다.

림 구단주의 업무 개입은 이강인의 입지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 유망주인 이강인과 페란 토레스의 임대를 저지하고 많은 출장시간을 부여하도록 지시한 것이 림 구단주라고 알려져 있다. 이강인과 토레스 모두 4-4-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를 소화한다. 전력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림 구단주의 지시 때문에 이강인과 토레스는 한정된 출장 기회를 쪼개서 가져야 되는 상황에 놓였다.

발렌시아는 모레노 이적 소동에 앞서 센터백 엘리아킴 망갈라, 레프트백 하우메 코스타를 영입하며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하고 있었다. 마지막 퍼즐을 거의 맞춘 상태에서 새로운 이적 소동이 일어나면서 전력의 핵심부터 다시 조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진= 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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