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골을 잘 넣는다고 ‘가비골’이라는 별명까지 있던 가브리엘 바르보사는 유럽에 진출한지 약 6개월이 걸려 겨우 한 골을 넣었다. 그러나 바르보사의 플레이 시간은 단 66분에 불과했다. 풀타임으로 한 경기도 치르기 전에 나온 데뷔골이었다.

19일(한국시간) 관중석 너머로 고풍스런 건물들이 보이는 스타디오 로나토 달라라에서 ‘2016/2017 이탈리아세리에A’ 25라운드를 치른 인테르밀란은 볼로냐에 1-0 신승을 거뒀다. 어려운 경기였다.

인테르는 두 경기 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스리백을 기반으로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지만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다. 지난 경기들에 비해 공격자원을 한 명 늘렸지만 오히려 공격력이 떨어졌다.

인테르의 문제는 주앙 마리우의 후방 배치였다. 마리우는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후방에서 배급에 능한 선수가 없는 인테르는 마리우가 미드필드와 공격진 사이에서 적절한 위치 선정으로 빌드업을 유도해낼 때 경기력이 가장 좋다. 이날 마리우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묶여 좀처럼 앞으로 전진하지 못했다. 로드리고 팔라시오, 이반 페리시치, 에데르로 구성된 공격진 중 난국을 타개할 선수는 없었다.

나쁘지 않은 전반전을 치른 볼로냐가 대체로 포메이션을 유지한 채 후반전을 보낸 반면, 인테르의 전술 변화가 적극적이었다.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은 후반 10분, 스리백의 일원인 헤이손 무리요의 부상에 대처하며 전문 풀백인 크리스티안 안살디를 투입했다. 포백으로 전환하며 경기력을 개선하려는 시도였다. 후반 30분엔 안토니오 칸드레바와 팔라시오를 빼고 에베르 바네가, 그리고 바르보사를 투입했다.

 

바르보사, 제주스, 다시 바르보사가 뜬다

바르보사는 세리에A 진출 이후 정규리그 6번째 경기에 투입됐다. 모두 교체 투입이었다. 지난 9월 볼로냐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출장 시간이 16분에 불과했지만 서서히 출장 기회를 늘려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헛된 기대는 곧 무너졌고 라치오전 4분, 페스카라전 14분, 엠폴리전 16분(이상 추가시간 제외) 등 제대로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는 경기가 없었다. 감독이 프랑크 드부어에서 피올리로 바뀐 뒤에도 반전은 없었다.

유럽대항전을 나가지 않아 딱히 로테이션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고,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느라 후보 선수에게 선발 기회를 줄 여유가 없었던 인테르 사정이 바르보사의 문제를 더 키웠다. 최전방에는 마우로 이카르디, 팔라시오, 에데르가 있었다. 바르보사가 가장 좋아하는 오른쪽 윙어는 안토니오 칸드레바가 확고한 주전이었다.

바르보사는 볼로냐전에 투입된 지 7분 뒤인 후반 36분 마침내 리그 데뷔골을 넣었다. 바네가가 특유의 볼 키핑으로 공을 지켜낸 뒤 오른쪽 측면으로 벌린 패스를 받아 다닐로 담브로시오가 훌륭한 땅볼 크로스를 했다. 이 공을 바르보사가 툭 밀어 넣었다.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를 피한 바르보사는 원정팬들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누며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졌다. 세리머니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경고를 받았지만 개의치 않고 피올리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바르보사는 후반 42분 한 골 더 넣을 기회를 잡았으나 문전 앞에 선 수비수에게 슛이 막혔다. 에데르에게 슈팅 기회를 한 차례 만들어주기도 했다. 세 장면을 제외하면 그리 영향력이 없긴 했지만 인테르 공격이 전반적으로 답답했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칸드레바와 직접적인 주전 경쟁은 힘들지만 인테르가 계속 스리백을 쓰며 칸드레바가 윙백에 배치된다면 그 앞 공격진 중 한 자리를 노릴 자격이 있다.

바르보사는 맨체스터시티의 가브리엘 제주스와 브라질 리그 최대 유망주로 각광 받았고, 지난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함께 딴 사이다. 그러나 이후 A대표팀에는 제주스가 먼저 자리 잡았다. 바르보사는 전반기 내내 유럽 축구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기를 보냈다. 반 시즌 늦게 넘어온 제주스가 맨시티 합류 직후 세르히오 아구에로를 후보로 밀어내며 화제를 모은 것과 딴판이었다.

브라질에서 네이마르에 비견되다가 유럽 진출 직후 후보 신세가 됐지만, 바르보사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성실히 훈련해 왔다. 앞선 인터뷰에서 "나는 더 강해지고 있다"며 묵묵히 기회를 기다리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피올리 감독은 볼로냐전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 이야기를 들었는데 바르보사가 선수 전원에게 브라질식 저녁을 살 거라고 하더라. 바르보사는 초반에 어려움을 겪은 뒤 더 열심히 훈련해 왔다. 어린 선수가 외국으로 진출한 뒤 겪는 평범한 일을 그도 겪을 뿐이다. 잘 하고 있다"고 옹호했다.

지금은 두 가브리엘의 처지가 다시 변했다. 제주스는 지난 14일 중족골 골절로 남은 시즌을 통째로 거를 위기에 처했다. ‘가비골’ 바르보사는 이탈리아 무대 첫 골로 본격적인 활약을 시작했다. 반년 동안 평가가 떨어졌지만, 사실은 66분 만에 데뷔골을 넣는 고효율 활약을 했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지 여부가 관건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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