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문슬기 기자= 설기현 전 성균관대 감독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에 코치로 합류한다. 설기현은 유럽, 중동, K리그에서 뛰며 선수 경력을 쌓았다. 2002년과 2006년에는 월드컵까지 경험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대표팀 코치로서의 설기현에겐 많은 의문이 따른다. 월드컵 개막까지 16개월, 슈틸리케 감독이 설명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11월 말 신태용 코치가 U-20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A대표팀 코치진에 공백이 생겼다. 신임 감독 선임이 필수적이었다. 당초 대한축구협회는 외국인 코치를 물색 중이라고 했다. 선발 기준엔 슈틸리케 감독과의 소통을 위한 외국어 능력 등이 포함됐다. 연령에 비례한 경험도 중요했다. ‘중량감’ 있는 코치를 데려오겠다는 의미였다.

접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기술위는 독일과 스위스 출신 코치에게 관심을 가졌다. 두 코치로부터 모두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재임 기간이 걸렸다. 신임 코치의 운명은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은 러시아 월드컵 본선 종료일에 맞춰져 있다. 신임 코치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17개월 정도다. 현재 유럽 무대에 기반을 둔 외국인 코치들이 바라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다. 기술위가 급하게 한국인 코치를 선임한 배경이다.

# 점검 사항 하나.
프로팀 경험 전무한 설기현, 대표팀 지도할 수 있나?

설 코치는 대학 감독으로서 인정받았다. 2015년 성균관대 감독으로 부임한 첫해에 팀을 U리그 왕중왕전 결승으로 이끌었다. 추계 1, 2학년 대회에선 3위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의 꿈을 가지고 준비했다. 설 감독은 전도유망한 지도자였다.

그러나 대학 감독 이외에 프로 지도자 경험이 없는 건 우려된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과 기술위가 세운 “중량감 있는 코치를 선임하겠다”는 기준과 상충되는 부분이다. 기존 대표팀엔 아르무아 피지컬 코치, 차상광 골키퍼 고치,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있었다. 경험 많은 필드 코치가 없는 상태에서 프로팀 지도 경력 없이 대학 리그에서 촉망받는 지도자를 선택한 건 큰 모험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코치 역할을 위해 지도자로서 경험도 중요하지만 선수 시절 무엇을 경험을 했는지도 따져봐야 했다. 어떤 대회를 치러봤는지도 중요하다. 설 코치는 유럽 생활 중 힘든 과정에서 선수 생활을 해봤고, 월드컵에도 나서봤다. 설 코치가 지금까지 했던 경험이 대표팀 코칭스태프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설 코치도 “코치가 꼭 (감독의) 보좌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감독이 놓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필요할 때엔 정확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전술 지시 등에서도 자신 있다”고 했다.

# 점검 사항 둘.
코치 전문성, 차두리-설기현의 업무 분장은 어떻게?

현재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위에 올라있다. 선두 이란과는 승점 1점 차다. 본선행 티켓은 2위까지 주어지지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3위 우즈베키스탄 역시 한국과 승점 1점 차일 뿐이다. 한국은 지난 5경기에서 6실점이나 허용하며 조 5, 6위의 카타르와 중국과 같은 실점률을 기록 중이다.

설 코치의 지도자 능력에 대한 의문점은 현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전문성과도 연결된다. 설 코치 개인 역량을 넘어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조합에 대한 이야기다. 협회는 지난해 10월 27일 차두리를 전력분석관으로 선임했다. 당시 이 기술위원장은 “차두리가 전력분석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가교 역할을 훌륭히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식 코치가 아닌 지원 스태프로 활동 중인 이유는 차두리가 대표팀 코치에 필요한 A급 자격증을 아직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 코치와 차 전력분석관은 필드 코치로서 선수 지도에 관여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이 기술위원장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신임 코치를 중량감 있는 인물로 알아보고 있었던 건 코칭스태프의 전문성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적은 설 코치가 슈틸리케 감독의 오른팔로서 전술과 전략 등을 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직 대표팀 코치 자격증을 얻지 못한 차 분석관이 있는 상태에서 프로 지도 경험이 전무한 설 코치까지 합류했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지적받는 부분이다.

이 기술위원장은 우려에 대한 설명으로 수평적인 조직 관계와 포지션에 따른 분업화를 들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치들의 관계를 수평으로 놓는다. 설 코치에게 굳이 수석코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신임 코치 선발 과정에서 포지션을 고민했다. 차 전력분석관이 수비수 출신이라 새로 뽑는 코치는 가급적이면 미드필더나 공격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견을 종합해 검토한 결과 설 코치가 최종 확정된 것이다.”

# 점검 사항 셋.
코치의 역할, 전술적 조언자 아닌 대표팀 선배?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10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여덟 번이나 코치가 바뀌었다. 이 기술위원장은 “대표팀 코치가 지금처럼 많이 바뀐 적이 없었다. 기술위원장인 나도 황망하다”며 짧은 한숨을 토했다. 이어 “신태용 전 코치는 이광종 감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시적으로 올림픽대표팀을 맡았던 거고, 이후엔 한국에서 유치한 U-20월드컵을 두고 U-20대표팀으로 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박건하 코치는 서울이랜드FC에서 프로팀 지도를 시작하면서 변화됐다”고 했다.

잦은 변화는 선수단 분위기를 흩트리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3월 1일부로 파주 축구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 들어가는 오성환 신임 피지컬코치가 오는 3월에 열리는 최종예선 6차 중국전과 7차 시리아전을 마치고 대표팀 업무를 담당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기술위원장은 “3월에 너무 많은 변화가 생기면 선수들의 부담이 커진다. 이에 따라 오 박사는 중국전과 시리아전에 합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미 선수단 내부 분위기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선수들의 실수가 반복되고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부진 원인이 경기력 외 다른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도 선수단과의 마찰을 시인하기도 했다.

설 코치는 “구체적인 역할은 아직 정확하게 모르겠다. 이 부분은 대표팀에 합류하는 3월 1일 이후에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팀에 합류하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한 설 코치 자신만의 강점은 대표팀 선배로서의 경험이었다. “아시아의 다른 팀과 경기하고 그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을 아시아 최고로 인정해 주는 걸 알 수 있다. 실력은 의심할 수 없다. 팀 사정을 정확히 모르지만,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간의 논란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선수 때 유럽을 오가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 오히려 이 점이 나에겐 자산이 됐다. 현 대표팀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고 이들은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의지하는 부분도 많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잘 유지시키는 게 중요하다. 이 점에서 내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설 코치의 발언엔 코치보다 선배로서의 느낌이 배어 있다.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중요한 일정을 소화 중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 대표팀엔 ‘선배’ 차두리와 설기현만이 드러날 뿐 ‘감독’ 슈틸리케의 역할은 빠져 보인다. 전술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시점에 선배들의 존재감만 강조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코치 간 업무 분장이 더 명확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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