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마흔 살까지 뛰고 싶다”

 

장소는 기억을 남긴다. 1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김동진을 만났다. 모든 상황이 같았지만, 단 한 가지가 달랐다. 두 번 모두 김동진이 이적을 결정 지은 직후였다. 다만 행선지가 달랐다. 1년 전, 김동진은 당시 김동진은 태국 무앙통유나이티드를 떠나 서울이랜드FC로 이적하며 기뻐했었다.

 

이번에 마주 앉았을 때는 달랐다. 서울이랜드를 떠나 홍콩 킷치FC로 이적한 뒤였다. 새로운 도전에서 오는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했다. 김동진은 서울이랜드에 남고 싶어했다. 홍콩을 비롯한 다른 리그에서 온 오퍼보다 서울이랜드 잔류를 우선 순위에 두고 기다렸지만, 구단은 김동진과 같은 생각이 아니었다. 김동진은 서울이랜드에서 보낸 1년이 “행복하다”라고 했다. 마지막에 아쉬움을 남겼지만 선수들과 보낸 그 시간을 잊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홍콩 리그 도전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홍콩 리그는 김동진이 활약한 리그 가운데 객관적으로 가장 수준이 높지 않다. 김동진은 “내가 러시아, 중국, 태국에 갈 때마다 사람들은 ‘거길 왜 가?’라고 물었다”라며 “하지만 이후에는 다들 내가 뛰었던 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동진은 “나이가 많아서 홍콩으로 밀려가는 게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홍콩 무대를 개척하겠다”라고 했다.

 

우리는 김동진을 곧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있다. 홍콩 리그는 2017시즌부터 아시아축구연맹(AFA)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본선에 진출한다. 이스턴이 이미 본선에 올랐고, 김동진이 입단한 킷치FC는 하노이T&T를 꺾으면 제주유나이티드와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김동진은 ACL에서 한국 팬들에게 자신이 건재함을 보일 수 있길 바랐다.

홍콩에서 만난 한국인 3인방(김봉진, 김판곤, 김동진. 왼쪽부터)

다음은 김동진과 인터뷰 전문.

-서울이랜드에서 보낸 1년은 어땠나?

좋았다. 너무 좋았다. 축구 하면서 좋았던 일도 많았지만, 지난 1년은 정말 너무 행복했다. (질문: 좋은 팀에서도 뛰지 않았었나?) 좋은 팀에서 뛴다는 것과 조금 다른 맥락이다. 선수들과 너무 행복했다. 유대가 좋았다고 표현하면 될 것 같다. 가족 같았다. 후배들과 경기 준비하면서 숙소에서 간식시켜먹고 함께 운동했던 게 너무 좋았다.

 

-골키퍼 김영광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한다. 후배들과 행복한 모습을 연출한 게 아닌가라는 의심도 들던데(웃음), 팀 분위기가 원래 좋나?

(김)영광이 성향이 그렇다. 후배들 밥 사주고, 스폰서 업체에서 받은 선물 나눠주는 걸 좋아한다. 난 그런 부분은 못했지만 후배들과 운동하면서 친해졌다. 그 시간이 좋아서 잊을 수 없다. 팬과 소통하는 팀 문화도 좋았다. 무앙통에서 팬의 중요성을 느꼈다. 서울이랜드도 팬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푸드트럭 같은 시도도 좋았다. 정말로 더 좋은 기량을 보여서 팬들을 불러 모으고 싶은 마음이었다. 청평으로 출퇴근은 힘들지만 그걸 잊게 만들 정도로 즐거웠다. 물론 성적은 좀 아쉬웠다. 그래서 더 서울이랜드에 남고 싶었다.

 

-서울이랜드 잔류를 바랐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떠나게 됐다

지도자 교육 들어갔을 때도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서울이랜드에 남는 거지?”라고 물었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에이전트에게도 확실하게 말했다. 서울이랜드 잔류를 가장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협상이 잘 되지 않았다. (내게는) 연락도 거의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내가 팀에 남는다는 한 기사가 나온 시점이 있다. 사실 그 이전 2~3주 동안은 팀에서 연락이 단 한번도 오지 않았다. 에이전트를 통해서만 연락이 왔다. 그런데 그 기사가 난 이후에 팀에서 연락이 왔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내가 나이가 많기 때문에 계약은 천천히 해도 될 거라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을까? 

-킷치FC에서는 적극적으로 영입을 바랐나?

감독을 직접 만났다. 파주에 P급 라이선스 교육을 받으러 왔었고, 나는 당시 C급 지도자 자격증교육을 받고 있었다. 구단의 다른 사람들은 내 나이가 많다며 살짝 우려를 표했는데, 감독이 괜찮다며 일을 진행시켰다고 했다. 자신의 전성기가 ‘35~38세까지였다’며 내게 ‘전성기에 키치에 와줘서 고맙다’는 말도 했다. ‘운동장에서 능력을 보여주면 그 나머지는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는데 기분이 좋았다. 나를 믿어줬다. 게다가 서울이랜드보다 계약 조건도 좋았다. 3년 계약에 지도자까지 보장해줬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킷치FC는 김동진 영입을 결심한 이후 다른 아시아쿼터 후보자를 찾지 않았다. 김동진 영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김동진은 홍콩 리그 역대 아시아쿼터 중 최고대우를 받는다.

 

-새로운 도전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적하며 생긴 아쉬움도 있나?

사실 홍콩 신문에 내 이적 가능성이 먼저 소개됐다. 킷치FC는 내 영입을 먼저 발표하고 싶어했다.나는 에이전트를 통해 모든 게 확실해질 때까지는 절대 기사든 뭐든 나가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아마 서울이랜드와 깔끔하게 끝내고 싶었다. 구단은 아니더라도 선수단과는 좋은 감정이 남았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6연승 할 때처럼 내가 코칭스태프와 선수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었지만 이제 할 수 없게 됐다.

 

-홍콩 리그는 앞서 거친 중국과 태국보다도 수준이 높지 않다. 주위 반응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내가 러시아, 중국, 태국에 갈 때마다 사람들은 ‘거길 왜 가?’라고 물었다. 태국에 처음 갈 때 특히심했다. 하지만 이제 태국에 웬만한 프로필 가지고는 못 간다. 난 이제 홍콩도 그렇게 될 거라고 본다. 지금은 분명히 수준이 떨어지지만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제 홍콩 팀들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본선에 나온다. 홍콩 수준이 낮아도 ACL에 나와 한국팀과 붙으면 분명히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홍콩에서도 투자를 더 늘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좋은 선수가 조금씩 늘어나면 리그 수준은 자연히 올라간다.

 

-개인적인 목표는?

수준이 낮은 리그지만 가치를 인정받고 좋은 대우받고 (축구) 할 수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후에 나와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선수들이 늘어날 거라고 믿는다. 홍콩 리그는 발전가능성이 있다. 내 선택이 후회스럽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내가 잘하면 한국의 관심도 커질 것이다. 그게 내 바람이다. 사실 태국에 갈 때는 책임감 같은 건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한국 선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간다. 일종의 개척자라고 해야 하나? 좋은 모습 보여서 한국 선수 위상도 높이고, 홍콩 리그 위상도 높이고 싶다. 다른 리그에서 오퍼도 있었지만, 홍콩을 택한 이유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만났을 때 마흔까지 뛰고 싶다고 했었다

마흔까지 충분히 뛸 수 있다. 한의원에서 나는 더운 게 체질에 맞다고 하더라(웃음). 일단 베테랑 선수는 감독을 잘 만나야 한다. 이동국 형과 최강희 감독처럼 좋은 관계를 맺으면 좋다. 감독이 선수를 믿고, 페이스 조절해주면 베테랑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는 오카다 다케시 감독과 잘 맞았었다. 킷치FC 감독도 나를 믿고 있다. 이제 내가 운동장에서 보여주면 된다. 

 

사진= 풋볼리스트, 김동진 제공, 킷치FC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

분노의 무리뉴, 22 수비수에 560 베팅...누구?
맨유-리버풀 더비 직관 배낭여행 상품 출시
[人사이드] 지소연이 말하는 런던 생활, 영국 영어, 복면가왕
[인포G] '느림보' 드로그바 들어가! 코스타가  우월한 이유 
이청용과 80 맞붙은 무리뉴, 솔직한 소감은?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