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엘링 홀란이 월드컵 유럽 예선 역사상 최다득점 타이기록을 세우며 노르웨이를 본선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예선 득점 기계가 본선에서 뜻밖의 부진에 빠지는 경우가 활약을 이어가는 경우보다 오히려 많았다.

지난 17(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 시로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I조 최종전을 치른 노르웨이가 이탈리아에 4-1 대승을 기록했다. 이로써 노르웨이는 지난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노르웨이는 이탈리아와 두 차례 맞대결을 비롯해 예선 8전 전승을 거뒀다. 그리고 홀란은 8경기에서 전경기 득점을 올렸고, 그 중에는 5골을 몰아친 경기도 있었다. 16골로 경기당 2.0골 추이로 득점했다.

16골은 유럽에서 진행된 메이저 대회 예선 역사상 최다골 타이 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에서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보유하고 있었다. 그 뒤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15(2018 월드컵 예선, 포르투갈), 로벨루 루카쿠(유로 2024 예선, 벨기에)와 프레드라그 미야토비치의 14(1998 월드컵 예선, 유고슬라비아)이 이었다. 레반도프스키(유로 2016 예선), 데이비드 힐리(유로 2008 예선, 아일랜드)13, 해리 케인(2022 월드컵 예선과 유로 2020 예선, 잉글랜드), 멤피스 더파이(2022 월드컵 예선, 네덜란드), 클라스얀 훈텔라르(유로 2012 예선, 네덜란드), 다보르 수케르(유로 1996 예선, 크로아티아)12골도 상위권에 있다.

그런데 역설적인 건 이 선수들의 본선 부진이다. 특히 유로 아닌 월드컵을 기준으로 할 때, 예선에서 엄청난 활약을 한 선수가 본선에서도 그 경기력을 이어간 경우가 드물었다.

레반도프스키는 예선 최다골 기록을 세운 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폴란드는 12무로 탈락했다. 오히려 예선 득점이 9골로 줄어들었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본선에서도 2골을 넣었고, 폴란드는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호날두는 2018년 월드컵 예선에서 엄청난 기세를 올린 뒤 본선 조별리그에서도 팀 승점에 직결되는 4골을 몰아치며 단순 득점력만 보면 제몫을 다했다. 그러나 16강에서 침묵하면서 우루과이전 패배를 막지 못했고, 포르투갈 대표팀치고는 영 실망스런 성적에 그치고 말았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당시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였던 미야토비치는 조별리그에서 1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16강전에서 역시나 골을 넣지 못했고, 네덜란드전 1-2 패배로 일찍 짐을 쌌다.

엘링 홀란(노르웨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엘링 홀란(노르웨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엘링 홀란(노르웨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엘링 홀란(노르웨이). 게티이미지코리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2022 카타르 월드컵의 해리 케인도 기대에 부응한 건 아니었다. 그나마 토너먼트 득점이 있긴 했지만 조별리그 침묵 후 16강 세네갈전에서 1, 8강 프랑스전에서 페널티킥 한 골을 넣어 2골이 전부였다. 잉글랜드는 8강에서 탈락했다. 같은 대회 더파이는 1골에 그쳤고, 네덜란드 성적은 8강이었다.

이처럼 압도적인 예선 득점력을 발휘한 선수의 소속 국가가 막상 본선에서 별 힘을 쓰지 못하는 현상이 많이 관측되는데, 사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위 국가와 선수 목록을 봐도 알 수 있듯 득점이 한두 선수에게 편중될 때 독보적인 득점 기록이 나오기 마련이다. 폴란드 그 자체 레반도프스키, 노르웨이 전력의 절반 홀란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경향이다.

다만 노르웨이는 전례들과 다를 거라고 기대할 만한 요소도 있다. 홀란은 그 전에도 예선에서 개인 득점력이 탁월했지만 팀이 받쳐주지 않아 번번이 탈락했다. 이번엔 노르웨이 자체가 강해졌다. 또한 홀란 외에도 장신 스트라이커 알렉산데르 쇠를로트와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 윙어 안토니오 누사, 여기에 주전 포백 전원이 빅 리그 주전인 등 탄탄한 전력을 갖춰간다. ‘홀란밖에 없다는 인상과는 거리가 먼 이유다.

과연 홀란의 노르웨이는 레반도프스키의 폴란드와 달리 본선에서도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까. 노르웨이의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은 16강이다. 황금세대라는 평가를 받는 현재 노르웨이는 8강 이상도 노릴 수 있는 유력한 다크호스로 꼽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UEFA 유로'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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