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승리 집회'에 참가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 잔니 인판티노 인스타그램 캡처
트럼프 대통령 '승리 집회'에 참가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 잔니 인판티노 인스타그램 캡처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최대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18일(한국시간)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여름 월드컵 경기 티켓 소지자에 대해 해외 미국 영사관에서 관광 비자 사전 예약을 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라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을 이유로 시애틀과 로스앤젤레스(LA) 등 월드컵을 개최하는 곳의 경기장을 이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라고 보도했다.

FIFA는 2026 월드컵부터 공동 개최를 권장하고 있으며, 그 시작점은 북중미 월드컵이 됐다. 북중미 월드컵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한다. 미국이 총 11개 도시에서 경기를 치러 가장 많은 경기를 열고 멕시코가 3개 도시, 캐나다가 2개 도시에서 경기를 연다. 즉 이번 대회의 실질적인 개최국은 미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오래전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도를 유지하며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례로 올해 5월 인판티노 회장은 파라과이에서 열린 FIFA 평의회에 2시간 17분 지각해 알렉산데르 체페린 유럽축구연맹 회장 등에게 질타를 받았는데, 인판티노 회장 입장에서는 FIFA 평의회 당일 트럼프 대통령과 중동 지역 외교 순방을 돌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당시 미국에서 열릴 2025 FIFA 클럽 월드컵 개최를 한 달여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최대한 맞췄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밖에도 인판티노 회장은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3일 전 자택에 초청되고, 취임식 하루 전 승리집회 등에도 참석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이어갔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러한 성과는 가시적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번에 월드컵 티켓 소지자에게 비자 발급 면접을 우선적으로 볼 기회를 주는 게 대표적이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특별 회담을 통해 이른바 ‘FIFA 패스’에 대한 합의에 성공했다. FIFA 패스는 전 세계 미국 영사관의 비자 발급 대기 시간 때문에 월드컵 입장권을 보유한 사람들이 미국 입국조차 못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등 아시아축구연맹 국가와 유럽 대부분 국가는 미국 입국 비자 면제 프로그램(ESTA)에 가입돼 큰 문제가 없지만, 콜롬비아와 같은 나라는 미국 비자 발급을 위해 최대 11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FIFA는 FIFA 패스를 통해 월드컵 티켓 소지자들이 비자 발급 면접을 6-8주 이내에 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것이 비자 발급과 미국 입국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미국 입국을 위한 기간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인판티노 회장도 “이번 대회는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포용적인 월드컵이 될 것”이라며 자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국 '스카이뉴스'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영국 '스카이뉴스' 캡쳐

그러나 FIFA 패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논란들에 휩싸여 현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FIFA 패스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은 순식간에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성범죄 사건 연루’와 ‘베네수엘라 관계’, ‘관세 배당금’ 등 트럼프 대통령의 현안 질의의 장이 됐다.

월드컵과 관련해서도 악재는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애틀 맘다니(뉴욕 시장)’로 불리는 케이티 윌슨 시애틀 시애틀 시장에 대한 질문에 “LA 시장이 무능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만약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인판티노 회장에게 월드컵 개최 도시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시애틀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걸 언급하며 LA와 시애틀이 정치적으로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임을 드러냈다. 아울러 마약 문제와 관련해 멕시코를 지적하며 멕시코와 공동 개최에 대한 우려도 함께 보였다.

인판티노 회장은 월드컵을 앞두고 연신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를 선보이는 '보법이 다른' 사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발언을 할 때마다 인판티노 회장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 잔니 인판티노 인스타그램, 영국 '스카이뉴스'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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