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주민규(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울산현대 팬들이 주민규의 빠른 적응에 감탄하는 만큼, 주민규 역시 울산의 골 넣기 쉬운 환경에 감탄하고 있다.

주민규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5라운드까지 전경기 출장(4경기 선발)하며 3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공격 포인트 부문에서 아사니(광주, 4골) 이진현(대전, 1골 3도움)과 더불어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 친선경기 전후로 열린 두 경기에서 수원FC 상대로 1골 1도움, 제주유나이티드 상대로 1골을 넣으며 국가대표에 선발해야 한다는 여론에 장작을 넣었다. 대표팀 공격수는 오현규, 황의조, 조규성이 선발됐다. 결과적으로 공격수의 골은 없었고, 특히 K리그에서 뛰는 고참 선수 황의조와 조규성의 최근 컨디션은 주민규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규는 ‘풋볼리스트’와 가진 통화에서 또 대표팀이 거론되자 새로운 대답을 내놓았다. 이 질문을 매주 몇 번씩 받으며 ‘뽑아주시면 좋죠’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반복해 오다, 이번엔 “대표팀은 그리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울산에서 잘 하는 게 먼저다. 당장 내 앞에 있는 울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해서 우승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에서 주민규는 제주 시절보다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종횡으로 넓게 움직이며 공을 받고 연계 플레이를 한다. 주민규의 원터치 패스는 프랑스 대표팀의 올리비에 지루를 연상시킨다.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이라 2선 플레이 능력은 갖추고 있었지만 제주에서는 최전방에서 자리를 지키며 공이 오길 기다리는 경기가 많았기 때문에 ‘득점 외의 능력이 떨어지는 공격수라 파울루 벤투 감독의 축구는 소화 못 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공격 숫자를 이만큼 많이 두는 팀에서 뛰는 건 처음이다. 나 한 명에게 공격이 집중되는 게 아니고, 공격 자원이 많은 축구다. 그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는 게 재미있다. 원터치 패스를 시도할 수 있는 건 언제나 문전으로 뛰어드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전체 공격 인원이 더 적었기 때문에 내가 측면으로 빠지면 문전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팀 전술에 맞는 내 역할은 공을 기다리는 거였다. 재미로 따지면 지금이 더 좋다.”

가장 편한 2선 자원은 이청용이다. 울산에 새로 온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이청용을 거론하곤 하는데, 주민규도 마찬가지였다. 같이 뛰지 않을 때는 이청용이 탁월하게 빠르거나 슛이 강한 것도 아니라서 장점을 실감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동료 이청용은 공을 아무렇게나 줘도 다 간수한 뒤 다시 공격을 풀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청용은 단 1골을 기록 중이지만, 그가 있어 나머지 선수들이 골을 넣을 수 있다.

제주 상대로 보여준 멋진 마무리도 2선 자원과 유연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나온 새로운 장면이다. 멋진 연계 플레이 끝에 엄원상이 문전으로 패스하자 후방에서 달려들던 주민규가 오른발로 감아 차 골문 구석에 꽂는 논스톱 슛을 성공시켰다.

“그렇게 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뛰어들면서도 설마 공이 올까 싶었는데 원상이가 기막히게 내줬다. 그 순간에는 수비수들도 앞을 가리고 있고, 정확히 구석으로 차지 못한다면 (김)동준이의 선방에 막힐 상황이었다. 그래서 힘 들이지 않고 패스처럼 완전히 구석을 노리는 데 집중했다.”

선수 중 이청용이 감탄을 자아낸다면,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 역시 주민규가 깊은 인상을 받은 부분이다. “카리스마가 엄청나고 지금도 그 유명한 사람의 지휘를 받는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그런데 생활은 생각 외로 자율적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은 팀이다. 그러면서 집중력은 최고로 유지해야 한다. 자율과 규율의 조화가 잘 돼 있다. 스타가 많고 우승을 노리는 팀의 분위기가 어떤 건지 배운다.”

제주를 다시 만난 기분은 묘했다. 주민규는 제주에서 3년 뛰었는데 그 중 K리그1 소속이었던 2년 모두 리그 최다득점(득점왕은 1회)을 기록하며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하지만 몸이 멀쩡한데 자주 벤치로 물러나면서 남기일 감독과의 관계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돌아온 서귀포에서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자제하며 예의를 갖췄다.

“지금은 울산 소속으로 골을 넣어야 하는 입장이지만 제주와 함께 잘 됐으면 좋겠다. 제주에 있던 선수들부터 구단 직원들까지 신세를 많이 졌다. 경기 후 남기일 감독님을 찾아가 인사 드렸다. 패배한 뒤라 경황이 없으셨을 텐데 잘 받아주셨다. 제주가 강호의 모습을 되찾을 거라고 믿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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