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엘 로카텔리(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마누엘 로카텔리(이탈리아).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마누엘 로카텔리는 지난 2018년 애매한 선수 취급을 받으며 빅 클럽에서 소규모 구단으로 이적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이탈리아 최고 미드필더로서 유로 2020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유로 2020 A조 2차전을 치른 이탈리아가 스위스에 3-0으로 승리했다. 앞서 터키전 역시 3-0으로 잡았던 이탈리아가 현재까지 2전 전승을 달리며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현재 이탈리아가 승점 6점으로 조 1위, 웨일스가 승점 4점으로 조 2위, 스위스가 승점 1점으로 조 3위, 터키가 승점 0점으로 조 4위다. 이탈리아는 조 2위 이상이 확정돼 있다.

로카텔리가 2골을 터뜨렸다. 전반 26분 소속팀 사수올로 동료 도메니코 베라르디가 컷백 상황에서 준 공을 마무리했다. 폭발적인 문전 쇄도에서 비롯된 골이었다. 후반 7분 니콜로 바렐라가 밀어 준 공을 받아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득점했다.

이탈리아는 강팀 중에서 득점이 적고, 대표팀의 평균연령이 높다는 전통이 있었다. 로카텔리는 유로 본선에서 1경기 2골을 넣은 역대 세 번째 선수다. 앞선 두 명은 모두 공격수였다. 23세는 그리 어린 나이가 아니지만 이번 대회 주전급 멤버 중에서는 22세인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에 이어 두 번째로 적다.

로카텔리는 슛 2개를 모두 골로 연결시키는 결정력뿐 아니라 패스 성공률 90%, 키 패스(동료에게 연결된 패스) 1회, 공중볼 획득 1회, 공 탈취 1회, 가로채기 2회 등 공수 양면에서 전방위적으로 준수한 기여도를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 대접을 받았던 미드필더다. 아탈란타 유소년팀에 있던 로카텔리는 11세 때 명문 AC밀란으로 스카우트돼 쭉 성장했다. 이탈리아 U15 대표로 시작해 여러 번 월반하며 연령별 대표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2015년 영국 ‘가디언’이 선정한 1998년생 유망주 50인에 포함됐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U20 월드컵 당시 19세였지만, 이미 23세 이하 형들과 함께 U21 유로 대표팀으로 월반한 상태였을 정도로 평가가 높았다.

그러나 프로 경력은 잘 풀리지 않았다. 밀란에서 2015-2016시즌 데뷔한 뒤 이어진 2시즌 동안 꽤 출장 기회를 잡았으나 한 자리에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이어지는 영입 선수에게 치여야 했다.

밀란 시절에는 재능이 있으나 애매한 선수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당시 로카텔리는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뛰는 경우가 많았다. 괜찮은 신체조건과 강한 킥, 나쁘지 않은 기술을 겸비하고 있으나 팀의 연출자(regista)로 뛰기에는 경기를 읽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이야기되기도 했다. 결국 밀란은 2018년 티에무에 바카요코를 영입하면서 로카텔리의 하위권 팀 임대를 추진했다. 밀란에 실망한 로카텔리는 임대에 완전이적 조건을 넣길 원했고, 사수올로가 이 조건을 발동시키면서 결국 팀을 완전히 옮겼다.

사수올로에서 로카텔리의 애매함은 모든 걸 할 줄 아는 선수라는 장점으로 탈바꿈했다. 사수올로는 주로 4-2-3-1 포메이션을 쓰면서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공수 양면으로 많은 기여를 할 것을 요구했다. 공수 양면에서 다양한 재능을 지닌 로카텔리에게 더 잘 맞는 임무였다. 자주 전진해서 스루 패스나 중거리 슛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밀란 시절보다 더 나았다. 밀란에서 후방 플레이메이커보다 더 앞쪽에 자주 배치했다면 정착이 빨랐을 수도 있는데, 어울리는 자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밀란에서 3년 동안 2골만 기록한 로카텔리는 사수올로 첫 시즌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크게 성장했다.

로카텔리는 이번 대회 내내 주전일 가능성이 높다. 186cm 탄탄한 체격을 지닌 로카텔리는 동료 조르지뉴(180cm), 바렐라(172cm)가 결여한 몸싸움 능력을 갖추고 있다. 부상을 털고 복귀를 준비하는 주전 미드필더 마르코 베라티가 165cm에 불과하기 때문에, 돌아오더라도 로카텔리를 밀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번 이탈리아에는 비교적 체격이 좋은 미드필더로 로카텔리, 브라이안 크리스탄테, 마테오 페시나 등이 선발돼 있다.

로카텔리는 2골을 넣고 승리한 뒤에도 주전 자리를 지키겠다는 욕심보다는 “우리 팀은 아주 좋은 친구들로 이뤄져 있다. 베라티처럼 차이를 만들어낼 줄 아는 선수가 어서 돌아오길 바란다”며 도량이 넓은 발언을 남겼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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