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을 뺄 때마다 토트넘홋스퍼의 실점 확률이 올라간다는 건 수치로 확인된다. 그렇다면 인과관계도 있을까?

28일(한국시간) 영국의 울버햄턴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2020-20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를 치른 토트넘이 울버햄턴원더러스와 1-1로 비겼다. 토트넘은 최근 4경기 무승(2무 2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토트넘의 막판 실점이 또 이어졌다. 토트넘이 후반 35분 이후 실점한 건 이번 시즌 8골째다. 특히 최근 들어 막판 실점과 이로 인한 손해가 막심하다. 최근 4경기에서 토트넘은 2무 2패에 그쳤는데, 그중 3경기에서 막판 실점을 당했다. 모두 유리한 상황에서 당한 실점이었다. 이 실점만 면했다면 최근 4경기 성적은 2승 1무 1패로 상향될 수 있었다.

또한 손흥민이 빠질 때마다 토트넘이 자꾸 실점하는 패턴이 공식처럼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토트넘의 막판 실점 8점 중 손흥민을 뺀 뒤 당한 것이 6점이나 된다. 이는 탕귀 은돔벨레와 함께 이 부문 팀 내 최다 수치다. 그 뒤를 스티븐 베르흐베인의 4점, 루카스 모우라와 지오바니 로셀소의 2점, 해리 케인과 세르히오 레길론의 1점이 잇는다.

그렇다면 손흥민의 부재와 실점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을까?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건 무리뉴 감독이 교체카드를 유독 많이 쓰고, 유독 일찍 쓴다는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 시즌 EPL 15경기 전부 교체카드를 3장 다 썼다. 또한 첫 교체를 상대보다 먼저 쓴 경우가 13경기, 마지막 세 번째 교체를 상대보다 먼저 쓴 경우(상대가 교체카드를 다 쓰지 않은 경우 포함)도 9경기였다. 무리뉴 감독은 원래 교체를 통한 흐름 변화를 즐기는 편이었다. 과거 첼시를 거쳐 인테르밀란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 “EPL 감독들은 내 전술변화에 대응을 못했는데 이탈리아 세리에A 감독은 민감하게 대응한다”고 말하며 자신의 성향을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무리뉴 감독의 교체카드는 같은 포지션 '갈아 끼우기'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2선 자원에 몰려 있다.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교체 빈도가 가장 높고, 그 중심이 손흥민과 은돔벨레다. 은돔벨레 11회, 손흥민 9회, 스티븐 베르흐베인 6회, 지오바니 로셀소 4회, 루카스 모우라 3회 등 2선 선수의 교체 횟수만 더 해도 37회다. 이는 전체 교체의 82%에 달한다. 즉 2선 자원 3명을 전원 교체한 경기가 흔했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2명씩은 꼬박꼬박 교체했다는 뜻이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2선 중 붙박이 주전으로 볼 수 있는 선수가 손흥민과 은돔벨레 두 명뿐이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로셀소, 베르흐베인, 모우라, 가레스 베일 등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즉 무리뉴 감독은 2선 자원을 매 경기 교체하며, 전부 다 교체하는 경우도 잦다. 그러므로 손흥민과 은돔벨레는 거의 매번 교체 아웃된다. 울버햄턴전 역시 변칙전략을 쓰긴 했지만 왼쪽 미드필더에 가깝게 움직이던 세르히오 레길론을 시작으로 은돔벨레와 손흥민까지 차례로 빼며 역시 2선 전원을 대체했다.

무리뉴 감독은 왜 자신이 2선 자원을 집중 교체하는지 울버햄턴전 후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지친 손흥민 대신 생생한 에릭 라멜라를 투입했다”는 말이다. 이 교체 패턴은 한 경기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 시즌 내내 반복됐다. 다른 포지션에 부상만 없다면 마치 정해져 있다는 듯 2선만 계속 갈아끼우는 것이 무리뉴 감독의 이번 시즌 방식이다.

이런 교체 패턴은 무리뉴 감독의 과거 모습에 비해 후퇴했다고 볼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이 2004년 EPL에 등장하자마자 화제를 모은 이유 증 하나는 3, 4골 차이로 앞서고 있을 때조차 경기 막판에 센터백을 투입하는 지독한 승리지상주의 때문이었다. 영국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2004-2005시즌 첼시의 시즌 실점은 단 15점이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단 15경기 동안 경기 막판에 내준 실점만 해도 그 절반이 넘는다. 손흥민을 빼면서 라멜라가 아닌 토비 알더베이럴트나 조 로든을 투입했다면 더 높은 확률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손흥민이 교체 즈음 상대에게 아무런 위협도 안 되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는 손흥민이 지쳐서라기보다 전술이 지나치게 소극적이기 때문이었다. 손흥민 대신 다른 윙어로 바뀌었을 때도 효과는 없었다.

이번 시즌 토트넘이 경기 막판에 교체선수의 활약으로 이득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비교적 이른 시점에 교체카드를 썼을 때는 후반 20분에서 30분 사이에 득점을 만들어 낸 적이 있었다. 맨체스터시티전 로셀소,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전 베일이 그 경우다. 이 2개가 직접적인 교체효과의 전부였고 후반 35분 이후에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공격진 중 2선만 계속 교체하고 케인은 대부분 풀타임을 뛰게 한다는 것도 문제다. 케인을 거치지 않으면 빌드업이 안 되는 가운데 경기 막판 은돔벨레까지 빠지기 때문에 케인이 유일한 패스루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서 경기 막판에는 득점력 떨어지는 후보 윙어들이 상대 문전에 들어가 있고, 케인은 하프라인에서 공을 운반하고 있고, 손흥민은 벤치에 앉아 있는 기형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

결론 : 손흥민이 빠진 후반 막판 실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손흥민의 부재가 실점률을 높이는 건 아니지만, 손흥민 대신 수비수를 투입하거나 전술을 바꾸지 않고 윙어만 갈아 끼우는 교체는 팀 전력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건 사실이다. 토트넘이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문제는 점차 고착화되고 있지만 무리뉴 감독은 단조로운 2선의 교체 외에 다른 운영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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