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이스 감독(전북현대, 왼쪽), 김남일 감독(성남FC, 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모라이스 감독(전북현대, 왼쪽), 김남일 감독(성남FC, 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전북 현대가 시즌 내내 고전했던 성남FC를 중요한 고비에서 만났다. 이번엔 시원한 경기력으로 결승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전북과 성남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0 하나은행 FA컵 4강전을 치른다. 전북은 2005년 이후 15년 만에 우승을, 성남은 2014년 이후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두 팀은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다. 성남이 1승 1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북이 과감한 투자로 우승 경쟁을 펼치는 팀이고, 성남은 팍팍한 살림살이에 1부 리그 잔류가 목표인 걸 생각하면 놀라운 결과다. 경기 내용에서도 성남이 전북을 잘 괴롭혔다.

성남은 많이 뛰는 축구로 전북과 맞섰다. 왼쪽 측면에 배치된 유인수가 수비할 때 깊이 내려와 파이브백을 만들었다. 개인 기량이 좋은 전북의 공격을 촘촘한 간격으로 억눌렀다. 수비할 땐 늘 숫자를 늘렸다.

김남일 감독의 또 한 가지 전술적 장치도 잘 먹혔다. 성남은 수비 간격은 좁게 유지했지만, 최종 수비 라인을 페널티박스 바깥으로 끌고 나왔다. 제공권이 좋은 구스타보에게 크로스가 투입될 경우 수비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구스타보 자체의 공격력도 무섭고, 세컨드볼 싸움에서 집중력을 잃으면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남의 전북 대응은 효과적이었다. 19라운드 맞대결에선 성남이 전북을 슈팅 8개로 꽁꽁 묶었다. 전북은 22라운드까지 경기당 15.23개 슈팅을 시도해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공격할 때는 속도를 높여 순간적인 수적 우세를 점했다. 특히 왼쪽 수비수인 유인수는 성남이 공을 점유하면 윙포워드처럼 뛰었다. 공격에 무게를 실을 땐 반대편에서 이태희까지 공격에 가담하니 '공격적 스리백'을 이룰 때도 있었다.

성남은 전북과 치른 2경기에서 4골이나 넣었다. 전북은 이번 시즌 경기당 채 1골도 내주지 않는 강력한 수비를 자랑한다.(22경기 19골) 순간적으로 공격에 숫자를 늘리는 성남에 고전했다.

지난 맞대결의 경험이 전북에 약이 될 수 있을까. 전북의 우세 속에 성남이 반란을 노리는 경기 내용 역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쪽은 아무래도 전력에서 앞서는 전북 쪽이다. 공격 전개에 세밀성과 날카로운 맛이 더해진다면 이번 시즌 성남전 무승의 행진을 끊을 수도 있다.

성남에 고전하긴 했지만 지난 11라운드 후반전은 전북에 좋은 기억이다. 전북은 후반전 성남을 강하게 몰아치면서 0-2로 뒤지던 경기를 2-2로 따라붙었다. 역시 전북은 공격이 풀릴 때 경기를 쉽게 풀어간다.

전북은 K리그1 최근 3경기인 광주FC, 울산현대, 부산아이파크전에서 모두 2골 이상씩 넣었다. 크로스를 주로 활용하던 공격 루트도 다양해지면서 공격에 힘이 실렸다. 성남이 내세울 촘촘한 수비를 먼저 뚫을 수 있다면 7년 만에 결승에 올라, 15년 만에 우승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성남 역시 이번 시즌 전북전 강세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 7월 수원 삼성과 8강전을 1-0으로 이긴 뒤 김남일 감독은  "매경기 쉬운 상대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가 전북이지만 좋은 기억도 있다. 선수들하고 같이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은 뚫으려고 할 것이고, 성남은 일단 막아선 뒤 반격하려고 할 것이다. 지난 2번의 경기에선 성남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단 한판에 갈리는 경기는 변수가 크다. 이번엔 전북과 성남 가운데 어떤 팀이 웃을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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