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9/2020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주제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뒤 토트넘홋스퍼의 경기력은 분명 개선됐지만, 강팀을 만나면 고전하는 양상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빌드업 루트의 부재가 큰 요인이다.

토트넘은 지난 15일(한국시간) 울버햄턴원더러스 원정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얀 베르통언의 극적인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5위로 올라선 토트넘은 4위 첼시를 승점 3점차까지 따라잡았다.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EPL에서 4승 1패로 확실한 상승세를 탔다.

승리한 것이 신기한 경기였다. 토트넘은 슛 시도 9회 대 19회(이하 기록은 ‘후스코어드닷컴’ 기준)로 열세를 보였다. 패스 횟수 역시 375회 대 494회로 더 적었다. 울버햄턴이 경기를 지배했지만 결정력이 부족해 이기지 못한 경기였다.

토트넘의 경기력 문제는 전술 싸움에서 패배한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다소 무리한 스케줄을 소화해 왔지만, 울버햄턴전 바로 전 경기인 바이에른뮌헨 원정(12일)이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대부분 일주일 동안 준비하고 울버햄턴을 상대했다. 체력 문제는 아니었다.

울버햄턴이 3-4-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하프라인 근처에서 진을 치고 토트넘의 공격 전개를 끊었다. 여기서 울버햄턴의 속공이 여러 번 전개됐다. 반면 토트넘은 후방으로 밀려내려가 수비해야 했고, 울버햄턴 공격을 도중에 끊지 못했기 때문에 속공 기회가 잘 나지 않았다. 속공의 비중을 높인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서 속공 기회가 나지 않는다는 건 치명적이었다. 특히 속공의 중심으로 맹활약해 온 손흥민이 무기력해졌다.

 

속공에 의존하는 공격 방식, 지나치게 많은 걷어내기 기록

기록을 보면 토트넘 공격이 왜 시작조차 힘들었는지 알 수 있다.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방법 중 태클(슬라이딩 태클뿐 아니라 공을 빼앗는 모든 경합 포함)과 가로채기는 공격을 중간에 끊기 때문에 곧바로 속공 기회를 만들기 좋다. 반면 상대 공격이 우리 진영까지 이어진 뒤 우리 수비수가 걷어내는 것, 그리고 크로스나 슛을 몸을 막아 굴절시키는 건 속공으로 이어가기 더 힘든 수비 방법이다.

토트넘의 수비법 중 태클과 가로채기의 비중은 고작 33.3%에 불과했다. 반면 울버햄턴은 태클과 가로채기가 68.9%나 됐다. 그만큼 토트넘 수비가 소극적이었고, 속공 기회가 잘 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패배한 2경기를 보면 울버햄턴전과 비슷한 양상이 반복된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바이에른에 패배했을 때 모두 토트넘의 걷어내기 비중이 컸다.

특히 센터백의 걷어내기가 너무 잦다는 건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토트넘이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문제점이다. 심지어 승리한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토트넘이 번리를 5-0으로 꺾은 경기에서 번리는 슛을 고작 7회 시도했는데, 토트넘의 걷어내기 횟수는 23회나 됐다.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의 빠른 빌드업과 지능적인 경기운영을 도입해 한동안 승승장구했으나, 이번 시즌 한계에 봉착하자 무리뉴 감독을 선임하며 단순한 축구로 전환했다. 무리뉴 감독은 센터백부터 미드필더를 거쳐 빌드업하는 플레이를 포기하고 전방으로 뻥 걷어내는 수비의 비중을 늘렸다.

이처럼 빌드업을 포기했기 때문에 토트넘의 속공 의존도는 높아져 있다. 이는 토트넘이 상대를 적절하게 압박해 실수를 유발하고 속공 기회를 창출하지 못할 경우, 경기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울버햄턴전은 상대의 결정력 난조 덕분에 승리했지만 이런 패턴의 승리가 매번 반복될 수는 없다.

단순한 축구는 그만큼 상대에 간파당하기도 쉽다. 상대팀 분석이 고도로 발달한 요즘 빅 리그에서 무리뉴 감독처럼 단순한 축구는 일찍 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을 ‘심플’하게 만들어 일단 위기를 벗어났다. 울버햄턴전처럼 부진한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는 끈기도 생겼다. 그러나 빌드업 전략이 부실하다는 점은 잠재된 약점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