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스피드 빠른 윙어를 좋아하고, 윙어가 전성기에 올라서도록 이끌어주는 주제 무리뉴 감독의 특기가 손흥민과 조화를 이루기 시작했다.

23일(한국시간) 영국의 런던에 위치한 런던 스타디움에서 ‘2019/2020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를 가진 토트넘홋스퍼가 웨스트햄을 3-2로 꺾었다. 손흥미은 무리뉴 부임 후 첫 골을 득점하는 등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무리뉴 감독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보다 축구를 단순화시켜 첫 경기를 치렀다. 포체티노 감독이 다양한 빌드업 루트 등 세부전술을 많이 만들어 둔 것과 달리, 무리뉴 감독은 다소 혼란에 빠져 있던 토트넘을 ‘머리 비우고’ 축구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었다. 선수들의 역할이 더 단순해졌다. 4-2-3-1 포메이션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중원 장악만, 공격형 미드필더는 전진 패스만, 윙어는 측면 공략만 하는 가단한 축구로 돌아갔다.

토트넘 축구는 다양성이 떨어진 대신 공격 속도가 빨라졌다. 이때 중요한 선수가 윙어, 그 중에서도 손흥민이었다. 토트넘은 부정확하더라도 일단 전방으로 공을 던져놓는 운영을 도입했다. 공격이 무산되면 전방 압박을 시도하고, 압박이 무산되면 빠르게 수비진으로 복귀해 4-4-2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무리뉴 감독은 창의성보다 기동력을 갖춘 윙어를 선호한다. 첼시를 처음 맡았던 시절의 아르연 로번과 데미안 더프가 대표적이다. 수비할 때는 4-4-2 포메이션의 측면 미드필더처럼 빠르게 후퇴해 대형을 갖춘다. 그러면서도 늘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가 전진패스가 제공되면, 상대 수비가 정신 차리기 전 공격을 끝내버리는 역할이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의 요구를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손흥민은 시즌 10골 이상을 득점할 수 있는 공격수형 윙어다. 수비 가담을 요구받았을 때 성실하게 대형을 형성할 수 있는 수비 의식을 갖췄다는 점이 토트넘 윙어 중 손흥민이 가진 특징이다. 속공 기회가 났을 때 순식간에 돌진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스피드도 갖고 있다.

알리는 중앙 미드필더부터 섀도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지만 무리뉴 감독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중점적으로 요구한 듯 보인다. 레알마드리드 시절 지도했던 메수트 외질과 비슷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외질의 특기인 상대의 견제를 받지 않는 곳으로 돌아다니며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플레이를 알리가 그대로 재현했다.

포체티노 감독이 2선에 손흥민,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조합을 선호했던 것과 달리 무리뉴 감독은 플레이메이커 에릭센을 빼고 모우라를 투입했다. 양쪽 모두 무리뉴 성향에 맞는 윙어가 배치돼 상대를 두들겼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에 에릭센을 교체 투입하면서 알리를 빼는 모습을 보였는데 좌우 윙어를 경기 내내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두 윙어 중 기대에 부응한 쪽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42분 만에 1골 1도움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수비 가담과 빌드업 시 적절한 위치선정 등 경기 전반적으로 높은 전술 이해도를 보여줬다.

오히려 부족한 건 모우라 쪽이었다. 손흥민이 영리하게 내준 완벽한 기회 중 하나는 마무리했지만, 나머지 하나를 무산시켰다. 골과 도움뿐 아니라 전반적인 전술 이해도 측면에서 손흥민이 한 수 위였다.

손흥민은 무리뉴 감독의 취향에 잘 맞고, 무리뉴 감독의 전술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수다. 과거 무리뉴 감독이 중용했던 윙어 조합 중에서 손흥민은 로번, 호날두의 역할을 잘 승계할 수 있는 선수다. 관건은 반대쪽에서 손흥민과 다른 방식으로 상대를 공략할 더프, 앙헬 디마리아의 계승자를 찾는 것이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짝을 맞출 오른쪽 윙어로 AC밀란의 수소 등을 관찰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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