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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U20 중원 지킨 정호진 “예전 롤모델이 부스케츠였는데, 저는 캉테더라고요”
김정용 기자 | 승인 2019.07.05 17:07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의 차세대 수비형 미드필더 정호진은 은골로 캉테의 길을 꿈꾼다. 돋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국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정호진이 선발로 뛴 5경기에서 모두 승리(승부차기승 포함)했고, 정호진이 벤치에 앉은 2경기는 모두 패배했다. 투입 여부가 승패와 직결된 선수는 정호진뿐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돋보이기 힘든 포지션이지만, 정호진은 아니었다. 자주 상대 문전까지 올라갔고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한국 축구가 기대를 걸 만한 차세대 미드필더의 등장이다. 정호진을 홍익대 앞에서 만나 현재의 영광과 미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승전에서 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지만

정호진은 U20 월드컵 ‘체력왕’으로 유명해졌다. 스스로도 체력은 자신이 있었다. 폴란드행 직전에 독감에 걸리며 컨디션 준비를 원점부터 새로 해야 하는 위기를 겪었지만, 오성환 피지컬 코치와 함께 회복에 성공했다.

처음엔 정호진의 자리가 벤치였다. “예상은 했죠. (김)정민이가 오스트리아에서 뛰다가 바로 폴란드로 왔잖아요. 정민이는 A대표팀도 다녀온 검증된 선수니까 바로 주전팀에서 훈련했어요. 저는 뒤에서 열심히 준비했죠. 그런데 첫 경기(포르투갈, 0-1)가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은 뒤 ‘기회가 올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어요. 그래서 경기 다음날 비주전조 훈련부터 실전처럼 엄청 강하게 했어요.”

정호진이 투입되면서 한국의 중원 장악력이 한결 강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아르헨티나를 연속으로 잡아내고 16강에 진출한 데는 정호진의 공이 컸다. 남아공 상대로는 슛으로 골대를 맞혔고, 아르헨티나전에서 도움을 기록하며 공격력까지 보여줬다. 정호진은 승승장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승전에서 빠질 건 예상하기 힘들었다.

“4강 에콰도르전에서 괜찮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결승전도 뛸 거라고 기대는 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깜짝 변화를 많이 주시니까 빠질 것도 염두에 뒀죠. 전 스스로 베스트 멤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준비할 때가 많아요. 그래도 막상 라인업에 제 이름이 없으니 아쉽긴 했죠. 감독님이 하프타임에 투입할 수 있으니 준비해두라고 하셨는데, 후반전에 곧 골을 내주더라고요. 그때부턴 공격적인 선수들이 투입될 거라는 걸 알고 기대를 접었죠.

그런데 에콰도르를 상대로 제가 유독 힘들긴 했어요. 그 경기는 전반전부터 힘들었거든요. 저를 비롯해서 다들 체력이 고갈된 걸 아시고 공을 점유하는 데 더 유리한 선수들을 기용하셨던 것 같아요. 그땐 충분히 합리적인 판단이었어요.”

 

장점이던 체력은 더 좋아지고, 단점이던 전진 패스도 이젠 잘 돼요

“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많이 뛴다는 건 인정 받았어요. 한 가지 보완할 건 폭발적인 면이라고 해서 더욱 노력했죠. 대회 중에는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오 코치님이 매 경기 끝날 때마다 방으로 데이터를 갖다주셨는데 ‘전혀 문제 없다. 너의 체력은 최고다’라는 말을 계속 해 주셔서 더욱 자신감이 생겼죠. 그때마다 ‘지난 경기보다 조금만 더 뛰자’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갔어요.

정호진은 타고난 강골은 아니다. 가족 중에 딱히 체력이 좋은 사람은 없다. 어릴 때부터 체력이 좋은 편이었고, 고등학교 시절 이를 악물고 훈련하면서 더욱 발전시켰다. 영등포공고 시절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받을 때마다, 매번 한계를 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 발 더 뛰려 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정호진이다.

대회 전 정호진은 전진 패스가 부족하고 백 패스가 많다는 단점도 지적받았지만, 세계무대를 거치면서 패스 능력도 더욱 향상됐다. “아시아 예선도 만만하지 않거든요. 그땐 지금보다 부족했기 때문에 안전한 패스의 비중이 높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주문을 하셨죠. ‘차라리 앞으로 패스해라. 그땐 빼앗기더라도 수비할 기회가 있다’고요. 그걸 의식하면서 자신감이 붙으니까 예전에는 안 보이던 줄 곳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유럽 선수들의 압박은 아시아보다 더 세요. 이젠 그게 버겁지 않고, 경기운영도 좀 편하게 할 수 있게 됐어요.”

 

수비 범위가 넓고 공격 가담도 잘 하는 ‘요즘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를 스타일로 분류한다면, 이번 대회의 정호진은 후방에서 팀을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보다 넓은 범위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는 ‘공 쟁탈자’에 가까웠다. 정호진이 옛날에 본받고 싶었던 선수는 느리지만 지능적인 세르히오 부스케츠였다. 지금은 캉테로 바뀌었다. 캉테는 비교적 체구가 작지만 스피드와 체력을 활용해 폭넓은 범위를 수비할 수 있는 선수다.

정호진은 U20 월드컵 때 자주 전진하며 수비형 미드필더의 고정관념을 깼다. 캉테가 첼시에서 많이 보여준 플레이다. 때론 과감하게 올라가서 수비하는 게 오히려 팀의 위험부담을 줄인다는 걸 인지하고 플레이했다. “언제 올라가야 하는지 정해진 건 아니고, 상황마다 판단을 했죠. 지금은 전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강인이가 내려와서 공을 받으면 공간이 좁아지니까 제가 올라가야 공을 편하게 받도록 만들어줄 수 있는 경우도 있어요.”

전진했을 때 정호진의 플레이는 성공률이 높았다. 상대 공격을 앞에서 끊은 다음 바로 한국의 공격 기회로 전환하는 플레이였다. 특히 아르헨티나 상대로 공을 재탈취한 뒤 기습적인 돌파로 조영욱의 골을 만들어낸 플레이는 백미였다. 한일전에서도 갑자기 일본 수비수들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가 빼준 공이 최준을 거쳐 오세훈의 선제결승골로 이어졌다.

“원래 갑자기 치고 나가는 걸 좋아해요. 대학교 와서 배운 게 ‘하려면 확실하게 해라’였어요. 너무 자주 공격으로 올라가면 확률이 낮아지니까 한 번 할 때 확실히 하라고요. 그런 플레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가끔 그렇게 해 주면 상대 수비가 나오기 꺼려하더라고요. 그러면 상대를 어정쩡하게 만들어서 우리 선수를 프리로 만들어줄 수 있죠.”

아직 대학생, 내년엔 프로, 언젠가 A대표

정호진은 이야기 사이에 아직 대학생(고려대)라는 걸 종종 강조했다. “폴란드에서 시간이 나면, 저는 폰으로 배틀그라운드를 했어요. (박)지민이를 비롯해서 몇 명은 게이밍 노트북을 가져왔는데, 저는 어휴,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게이밍 노트북을 맞춰요? 폰 게임이나 해야지.”

폴란드 대회가 끝난 뒤 정호진이 가장 먼저 한 일도 대학생답게 부족한 수업을 채워넣는 일이었다. 이미 학기가 끝난 뒤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수업은 대체 강의나 과제 형태로 진행됐지만 방학 중 열리는 ‘임해훈련’ 수업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축구와 달리 수영은 정호진이 가장 못하는 편에 속했다. “처음엔 구명조끼를 주신다고 했는데 막상 바다에 나가니까 안 주시더라고요. 바닷물을 코로도 먹고 입으로도 먹고. 조교님이 튜브 같은 거 내주셔서 그거 잡고 맨 뒤에서 졸졸 따라갔어요. 정말 죽을 뻔했습니다.”

정호진은 U20 월드컵을 통해 한층 밝아질 미래를 꿈꾼다. 내년 프로 입단을 준비하는 가운데, 한층 취업이 잘 될거라는 기대도 생겼다. “당장은 우리 학교 축구부를 오래 비웠으니 동료들에게 빚을 갚아야죠. 그 다음엔 프로 선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다보면 언젠가 A대표가 될 수 있겠죠. 한 달 전만 해도 A대표는 막연한 꿈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가까워진 것 같아요.”

사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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