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 김정용 기자= 이강인의 플레이는 보는 사람들을 소름 돋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한국은 세네갈의 거센 공세에 밀렸지만 잘 버티다 한 방씩 반격했고, 그때마다 이강인이 있었다.

한국은 9일(한국시간) 폴란드의 비엘스코비아와에 위치한 스타디온 미예스키에서 세네갈과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8강전을 갖고 3-3 무승부 후 승부차기(3-2)로 승리했다. 후반전 추가시간에 한국의 동점골이 나왔고, 연장 추가시간에는 세네갈의 동점골이 나왔다. 승부차기에서도 한국이 초반 두 명의 키커가 모두 실패했는데 이를 뒤집었다. 극적인 승부였다.

이강인은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고 연장 전반 추가시간에 김주성과 교체됐다. 이강인의 경기 후 인터뷰에 따르면, 특별한 부상은 없었고 세네갈 공세를 끊기 위해 그라운드에 잠깐 누워 있다가 교체된 것이다. 이강인은 약 105분 동안 활약했다.

다섯 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장한 이강인은 체력이 점점 고갈되고 있다. 세네갈전 몸놀림은 앞선 경기에 비해 경쾌하지 못했다. 이강인 특유의 놀라운 볼 키핑 능력은 경기 초반에 잘 나오지 않다가 오히려 막판에 혼전 양상이 되면서 여러 번 나왔다.

대신 이강인은 중요한 순간마다 주인공이 되어 등장했다. 후반 17분 이지솔이 얻어낸 페널티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섰다. 원래 전담키커인 조영욱 대신 킥을 자처했고, 골키퍼가 코스를 알아도 막을 수 없는 골대 구석으로 빠르게 차 넣었다. 이강인의 대회 첫 골 세리머니는 무릎으로 잔디 위를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1-2로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추가시간 8분에는 이강인의 대회 첫 세트피스 도움이 나왔다. 이강인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이지솔이 머리로 마무리했다. 패배 직전의 한국을 수렁에서 끌어올린 절묘한 킥이었다.

연장 전반 6분에는 이 경기의 최고 명장면이자, 이강인의 대회 첫 스루패스 어시스트가 탄생했다. 남아공 진영으로 달려가며 패스를 받아 상대 압박에서 잠깐 자유로워진 이강인은 전방을 바라봤다. 조영욱이 수비수 사이로 빠져들어가자, 그 좁은 공간으로 정확한 패스를 제공했다. 딱 맞는 시점에 패스하기 위해 오른발을 택했는데, 왼발 못지않게 정확했다.

이강인은 팀을 위해 헌신하라는 정정용 감독의 주문을 기꺼이 수행하고 있다. 전반전 한국은 3-4-3 포메이션이었다. 이강인은 오른쪽 윙어 자리에서 수비 가담에 주력했다. 그러다 반격할 필요가 생기자, 이강인을 공격수로 올려보내며 ‘플랜 A’인 3-5-2 포메이션으로 회귀했다. 이때부터 섀도 스트라이커 자리에서 프리롤을 맡은 이강인이 자기 능력을 쉽게 발휘할 수 있었다.

이강인은 경기장을 떠난 뒤에도 영향력을 미쳤다. 틈만 나면 형들에게 다가가 격려를 하고 분발을 촉구했다. 우루과이인 주심이 이광연 골키퍼에게 전달할 말이 있으면 이강인이 스페인어 통역도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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