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개인 기록보다는 대표팀의 철학에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는지를 중요한 발탁 기준으로 삼았다.

벤투 감독이 27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6월 A매치 2연전 소집명단을 발표했다.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깜짝 발탁은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활약했던 이정협(부산아이파크)을 비롯해 김태환(울산현대), 손준호(전북현대)가 벤투호에 첫 발탁된 것 정도가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명단 발표를 앞두고 K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수의 선수들이 후보로 거론됐다. K리그1 득점 1위에 올라있는 김신욱(12경기 7골)을 비롯해 스피드에 득점력까지 갖춘 김인성(13경기 5골),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김보경 등이 6월 A매치에서 벤투호 승선을 기대해볼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신욱과 김보경, 김인성 모두 벤투 감독의 선택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K리그1에서 득점 및 도움 10위권에 포함된 선수들 중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은 선수는 도움 4위 김태환(4도움)이 유일하다. K리그2 득점 2위 이정협은 명단에 포함됐고, K리그1 득점 1위 김신욱은 제외된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반응도 있다.

이정협은 지동원의 대안으로 발탁된 공격수다. 김신욱이 지동원과 전혀 다른 유형의 공격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고 선수 선발이 이뤄졌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롱볼 전술을 선호하는 유형이 아니다. 문전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것보다 후방에서부터 찬스를 침착하게 만들어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K리그1 득점 1위 김신욱보다 K리그2 득점 2위 이정협이 벤투 감독에게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다.

벤투 감독은 관련 질문을 받자 “득점, 도움 등 단순한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단순한 숫자로는 나를 설득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선수를 선발할 때, K리그나 J리그, 중국 슈퍼리그, 카타르리그,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어느 리그에서 뛰고 있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벤투 감독은 “선수들의 능력과 특징을 고려해 우리가 구축한 플레이스타일에 얼마나 잘 녹아들 수 있고,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득점 1위에 올랐다고 해서, 또는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준다고 해서 무조건 대표팀에 호출할 생각은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선수 개개인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숫자는 프로 무대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숫자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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