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축구의 승패가 선수단 능력치의 총합으로 이미 결정된다면, 리그 순위가 쓴 돈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면 스포츠는 존재할 가치를 잃어버린다. 늘 기대를 벗어나는 요소가 있기에 축구가 더 재미있다. 유럽 축구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세 팀을 풋볼리스트가 소개한다. 발렌시아, 라치오, 왓퍼드는 왜 잘 나가고 어떻게 잘 나가는가? 여기 간단한 설명이 있다.

 

“형이 왜 여기서 나와?” 2017/2018 스페인프리메라리가 순위표를 살펴보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1위 FC바르셀로나 밑에 발렌시아가 자리잡고 있다. 발렌시아 뒤를 잇는 팀이 레알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마드리드다. 발렌시아는 2001/2002, 2003/2004시즌 라리가 우승을 포함해 스페인 정상에 6번 오른 명문 팀이다. 2009/2010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3위를 기록한 뒤로는 5위-8위-4위를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최근 2시즌 동안은 리그 12위에 머물렀다. 올 시즌도 발렌시아는 중위권팀으로 분류됐다. 그랬던 발렌시아가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발렌시아,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 8경기 무패행진, 마드리드 형제도 발렌시아를 잡지 못했다

발렌시아는 올 시즌 8경기에서 5승 3무로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승점 18점을 얻어 7승 1무 승점 22점으로 1위를 지키고 있는 바르셀로나를 뒤따르고 있다. 그 동안 한번도 패하지 않은 팀은 앞서 언급한 두팀에 아틀레티코(4승 4무)를 더해 단 세 팀뿐이다.

‘리그 초반 일정이 좋았던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 레알과 아틀레티코를 차례로 만났다.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비기며 승점 1점씩을 가져온 것이 상위권 진입에 발판이 됐다. 레알 원정에서는 경기 막판까지 2-1로 앞서다 후반 38분에 아쉽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득점력도 매섭다. 아틀레티코와 0-0으로 비긴 경기를 빼면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2골 이상을 넣은 경기도 5경기나 된다. 말라가와 레알베티스를 상대로는 5골과 6골을 몰아넣는 막강한 화력을 보여줬다. 발렌시아는 8경기에서 21골을 넣어 득점 순위에서도 바르셀로나(24골)에 이어 2위에 올라있다.

 

# 새로워진 3가지 – 감독, 전술, 선수

발렌시아는 최근 몇 년간 잦은 감독 교체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2012년 6월 우나이 에메리 감독이 떠난 이후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게리 네빌 등이 부임했지만 부진한 성적으로 금새 교체됐다. 지난 시즌에는 파코 아예스타란에서 체사레 프란델리로 감독이 바뀌었고, 막바지엔 보로 감독 대행이 팀을 맡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세비야, 비야레알 등을 맡은 경험과 리더십으로 발렌시아를 강팀으로 바꿔놓았다.

마르셀리노 감독은 발렌시아에 4-4-2 포메이션을 입혔다. 마르셀리노표 4-4-2의 색깔은 뚜렷하다. 우선 중앙 미드필더 2명과 수비수 4명은 중원과 수비진영을 지키는 데 집중한다. 대신 공격수 둘과 좌우 측면 미드필더는 역습에 초점을 맞춘다. 수비에서 공을 끊어내면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해 득점을 노린다. 발렌시아는 이 전술로 경기당 평균 47%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도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82회의 공격찬스(키패스+어시스트)를 만들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과 유망주들의 활약도 발렌시아 상승세의 요인이다. 올 여름 유벤투스에서 완전 영입한 시모네 차차는 발렌시아에서 부활했다. 차차는 한때 촉망 받는 유망주였지만 유벤투스와 웨스트햄을 거치면서 잊혀지는 듯 했다. 차차는 발렌시아가 승리한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8경기에서 7골을 넣은 차차는 라리가 9월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테르밀란에서 임대 온 조프리 콩도그비아 경기당 태클 3.2개, 가로채기 1.7를 기록하며 중원을 장악하고 있다. 공격에 가담해 2골을 넣기도 했다. 파리생제르맹에서 임대 온 곤살루 게데스는 측면 미드필더로 뛰며 1골 4도움을 올리고 있다. 게데스는 경기당 2.3회의 드리블 돌파와 키패스 1.7개로 측면에서 활력을 불어 넣는다.

유스팀 출신 20세 미드필더 카를로스 솔레르도 1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중앙 미드필더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꿔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브라질 윙어 안드레아스 페리이라(21세)와 왼쪽 윙백 호세 가야(22세)도 공격포인트 2개씩을 기록하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 늘어나는 실점, 얇은 공격진

득점이 많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실점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문제다. 발렌시아는 10골을 실점했다. 경기당 1골이 넘는 수치다. 최근 들어 실점이 늘고 있다. 3경기에서 7골이나 내줬다. 수비진의 호흡이 아직 맞지 않는 느낌이다. 올 여름 영입한 가브리엘 파울리스타와 헤이손 무리요가 에세키엘 가라이의 짝으로 번갈아 나오지만 아직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했다.

차차와 호드리구 모레노의 백업 공격수도 부족하다. 교체로 나서 2골을 넣은 산티아고 미나 뿐이다. 12골을 합작하고 있는 주전 공격수 중 한 명이라도 부상으로 이탈한다면 공격력이 반감될 수 있다. 겨울 이적시장에 공격수를 보강하는 것이 발렌시아의 과제다.

#말말말

“발렌시아에서 내 축구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난 오늘도,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시모네 차차)

“어느 자리에서 뛰는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오른쪽 미드필더도 편하다. 난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코치가 원하는 대로 팀을 돕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카를로스 솔레르)

“나는 관중들로 가득찬 경기장을 상상한다. 우리 선수들은 그런 곳에서 뛸 자격이 있다. 팬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최상의 경기를 보여주고, 승점 3점을 따낼 것이다.”(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

 

글=김완주 인턴기자

사진=발렌시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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