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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안양의 만남, 혼돈 대신 희망 남았다
한준 기자 | 승인 2017.04.20 07:58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FC서울과 FC안양의 만남에 혼돈은 없었다. 대진표가 성사됐을 때 기대한 드라마는 현실에 없었다. 13년 전의 감정은 꽤 많이 희석되었고, 지금 선수단에는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남지 않았다. 2016년 공격수 정조국이 서울을 떠나 광주로 적을 옮긴 이후, 안양과 서울의 유니폼을 모두 입었던 선수는 한 명도 남지 않았다.

김종필 안양 감독은 안양공고를 지도했던 인물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무장할 수 있게 스토리를 전해줬지만, 지나쳐선 안 된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가 안양공고에 있을 때 LG가 안양으로 왔고, 다시 서울로 떠났다. 난 그때 사정을 잘 안다. 선수들은 잘 모를 것이다. 서울과 경기를 꼭 이겨주길 바라는 데 안양 지역의 바람이다. 선수들에게 미팅 때 설명해줬다. 하지만 너무 강한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준비는 정상적으로 했다.

응원전과 경기에 대한 열정에서 안양의 기세는 좋았다. 안양 서포터즈는 13년 전 안양LG가 안양을 떠나 서울로 연고를 옮겨 FC서울로 재창단한 이후 복수의 날을 꿈꿔왔다. 2013년 시민구단 FC안양 창단으로 ‘내 팀’을 다시 얻게 된 안양 축구팬들은 4년 만에 서울과 맞대결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머리는 뜨겁게 경기는 차갑게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안양 팬의 숫자는 500여명. 안양 관계자는 “평소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팬들이 온 것”이라고 했다. 안양 홈경기를 찾는 서포터즈 규모는 2~300명 가량이다. 이날은 직장을 다니는 팬들이 휴가를 내고 찾아왔고, 심지어 외국으로 이민을 갔던 팬까지 귀국해 서울 원정대열에 합류했다. 

후반전에 여러 차례 좋은 공격 장면을 보인 안양 공격수 정재희도 “주중 저녁 경기인데 이렇게 만들 분들이 오셔서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팬들이 서울을 이겨주길 바라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이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한 골만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꼭 이기겠다”며 팬들의 의지와 응원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사실 서울-안양전에 쏠린 관심은 경기 내용 보다 두 팀 사이의 감정이 파생할 사고 여부였다. 우려했던 일은 없었다. 안양 팬들이 트레이드마크인 홍염 응원으로 시선을 끌기는 했으나, 불미스러운 상황은 전혀 없었다. 안양 서포터즈는 90분 내내 우렁찬 응원가와 안양 선수단을 향항 응원 구호로 건전한 응원전을 벌였다.

경기장 안에서도 사고는 없었다. 안양이 서울을 잡는 이변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울-안양 경기 전에 끝난 전북현대와 부천FC1995의 경기에서 부천이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두 시즌 연속 달성했다. 이 경기에 대해서도 동기 부여 측면에서 ‘모른다’는 관측이 있었다. 대진표는 극적이었으나, 드라마는 없었다. 서울 입장에서도 승리가 절박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 안양 공격수 조시엘과 최재훈이 날카로운 슈팅으로 먼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안양은 타이트한 4-1-4-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서울 스리백의 측면 배후 허점을 노렸고, 수비 전환시 5명이 문전을 메워 서울 공격을 막았다. 안양의 기세는 전반 27분과 전반 35분 연이어 터진 윤일록의 득점에 누그러졌다. 

#실리 추구한 서울, 실수로 흔들린 안양

“우리 입장에선 절대 이변이 일어나면 안 된다. 그렇게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경기전 인터뷰에서 ‘결과’를 강조했다. 최근 K리그클래식 3경기에서 2무 1패를 당한 서울은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승리가 필요했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K리그챌린지 소속 FC안양을 상대한 서울은 주전급 선수를 상당수 선발로 세웠다. 박주영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심우연을 원톱 자리에 기용한 것을 빼면 윤일록 이상호 이석현 주세종 오스마르 김치우 유현 등 정예 멤버를 내세웠다.

결과는 2-0 완승. “기술 보다는 정신의 싸움”이라며 일부러 비디오 미팅도 하지 않았다고 한 황 감독은 장신 공격수 심우연으로 하여금 안양 수비를 압박하고 과감한 2선 공격으로 득점하겠다는 전략으로 승리를 거뒀다. 심우연에 쏠린 수비 집중력이 윤일록을 놓쳤다. 

서울 입장에서 쉬운 승리는 아니었다. 황 감독도 “말씀드린대로 어려운 경기였다”고 했다. 윤일록의 두 골 과정에는 안양 수비수의 실책과 골키퍼의 실책이 결정적이었다. 김종필 안양 감독도 “부상 선수가 있어서 그동안 나서지 않던 선수가 나왔다. 전반전 실점이 패인”이라고 했다. 

후반전 화력이 좋은 안양은 후반전에만 9개의 슈팅(유효슈팅 4회)을 뿌리며 인상적인 플레이를 했으나, 서울 골키퍼 유현의 선방을 넘지 못했다. 정재희와 김민균, 김효기가 뿌린 슈팅은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과 기술력에서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경험의 차이도 있었다. 윤일록은 "태휘형이나 현이형이 안정화시켜주셨다"고 했고, 정재희도 "서울에는 곽태휘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더라"고 했다. 13년 동안 서울은 최고 무대에서 내공을 쌓았고, 안양은 이제 막 기반을 다지고 있는 팀이다. 차이는 당연한 결과다. 

황 감독은 “급하게 가면 안된다. 급한 마음이 오히려 전력 격차가 있는 팀에겐 적이 될 수 있다. 냉정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황 감독의 냉정은 승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향후 빠듯한 일정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승리가 회복제가 될 수 있다”며 총력을 기울였고, 결실을 얻었다.

안양 서포터즈도 어쩌면 서울과 벼르고 별렀던 만남에 냉정을 유지했다. 불미스러운 사고를 치는 것은 구단의 발전에 득될 게 없다. 승리야 말로 가장 큰 복수다. 안양은 자신들만의 역사를 만들고 있고, 안양의 발전은 서울-안양전을 K리그의 또 다른 스토리로 만들 수 있다. 서울 공격수 윤일록도 "라이벌전"이라고 표현했다. 라이벌전에 ‘앙금’은 필수 재료지만, ‘폭력’은 배제해야 한다. 서울-안양전 뒤엔 혼돈 대신 희망이 남았다. 
 
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준 기자  holaz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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