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6시즌 수원삼성에 FA컵 우승을 안겨준 스리백 전술은, 2017시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수원삼성은 8일 상주상무와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 2017’ 5라운드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5경기 동안 거둔 성적은 4무 1패. 마수걸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서 치른 세 경기에서도 최약체 이스턴SC(홍콩)에 유일한 승리를 거뒀다. 

서정원 감독은 지난해 겨울 유럽 방문 기간 첼시, 호펜하임 등 스리백 전술을 주로 쓰는 팀들을 지켜보고 왔다. 스페인 말라가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기간 내내 스리백 3-4-3 포메이션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었다. 훈련 기간 분위기와 결과가 좋아 시즌 개막을 앞둔 서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가 기대를 따르지 못했다. 시즌 초반 광저우헝다, FC서울과 경기에서 인상적인 전반전을 보였으나, 후반전에는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를 겪었다. 수비 라인을 높이고 상대 지역에 많은 숫자를 두는 서정원 감독의 3-4-3은 많은 체력을 요구했다. 수원 선수단은 90분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전반전에 좋은 경기를 하고도 후반전에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흔들려 실점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이는 지난 시즌 내내 수원을 괴롭혀온 문제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화력까지 둔화됐다. 스리백 전술은 좌우 윙백의 화력이 중요한데, 김민우와 장호익 등 양쪽 측면의 주전 선수들이 나란히 부상으로 이탈했다. 수원은 둘의 부재를 대신할 풀백 자원이 없다. 새로 영입한 최성근마저 부상으로 빠진 상황이다.

상주전에는 미드필더 고승범을 측면에 세우고, 이제는 황혼기를 맞아 측면 보다는 중앙에서 더 안정감을 보이는 조원희가 측면에 자리했다. 둘 모두 분투했지만, 김호남과 홍철, 김병오와 김태환을 내세운 상주의 측면에 비할 바 아니었다. 

상주와 경기에 수원은 3-5-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박기동과 조나탄을 투톱으로 두고, 염기훈을 그 뒤에 배치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상주와 측면 경쟁에서 수적 열세의 경기를 했다. 조원희는 전반전 내내 홍철의 오버래핑에 고전했고, 후반전에는 김호남의 습격을 상대해야 했다. 

염기훈 역시 중앙 지역에서 장기인 크로스 패스를 시도하지 못한 채 표류했다. 다미르도 고립됐고, 후반전에 들어온 산토스도 별 다른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 측면이 힘을 잃은 것은 물론, 중앙 지역에서도 매끈한 조합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다. 골키퍼 신화용의 선방으로 무실점 경기를 한 것이 패배를 면할 수 있는 이유였다.

김민우는 부상에서 회복해 팀 훈련에 합류했다. 장호익은 회복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둘이 돌아오더라도 스리백 전술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김민우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뛰었을 때 더 위력적이었다. 왼발 크로스를 비롯한 측면 전형적인 날개 플레이는 그의 최장점은 아니다.

장호익은 측면을 부지런히 뛰며 공수 양면에 걸쳐 공헌하지만, 크로스 패스의 정밀함이 부족하다. 장호익이 우측면 공격을 전담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위험한 공격 장면을 만드는 데 한계를 보였다. 조력자가 필요하다. 장호익 역시 오히려 중앙 지역으로 진입하거나, 주고 받는 연계 플레이 상황에서 더 빛났다.

현재 수원이 가진 선수 자원으로 스리백 전술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는 어렵다. 이적 시장에 홍철과 신세계가 빠진 공백을 확실하게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원은 상주와 경기에서 투톱이라는 변화를 시도했지만,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이제 뒤를 바꿔야 할 때다. 중원과 측면 모두 묵직함이 부족한 지금, 선수를 바꿀 수 없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이스턴SC와 ACL G조 4차전 경기, 그리고 광주FC와 강원FC를 상대로 이어지는 K리그클래식 경기 모두 만만치 않은 일정이다. ACL 경기를 해야하는 수원은 체력 부담도 있고, 광주와 강원의 최근 전력은 수원이 리그 첫 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주를 잡지 못한 가운데 이어지는 3경기에 반등이 필요하다. 반등을 위해선 지금까지 해온 방법과 다른 극단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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