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규(대전 하나). 서형권 기자
주민규(대전 하나).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공격수 부문 입후보자 비율을 통해 K리그1·2 구단 사이 외국인 공격수 전력 비중 격차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9일 K리그 개인상 후보선정위원회를 열어 올 시즌 K리그1, K리그2 최우수감독상, 최우수선수상(MVP), 영플레이어상, 베스트일레븐 부문의 3배수 후보를 선정했다. 선정된 후보들은 24일부터 각 구단 감독(30%), 주장(30%), 미디어(40%)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가린다. K리그1·2 베스트11은 시상식 당일인 내달 1일 오전 사전 공개할 예정이며, MVP·영플레이어·감독상 수상자는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 2025 대상 시상식’ 현장에서 발표된다.

올 시즌 K리그 베스트일레븐은 4-4-2 전형을 기준으로 한다. 각 부문 3배수 후보에 맞춰 공격수 후보는 6명이 선정됐다. 그런데 1부와 2부 입후보자 중 외국인 공격수 비율이 눈길을 끌었다. K리그1은 6명 중 2명이 외국인, K리그2는 국내 선수가 전무한 6명 전원 외국인으로 꾸려졌다. 물론 단순히 후보 비율만으로 K리그2 외국인 공격수 쏠림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 시즌만큼은 복잡한 비교 없이도 1·2부 간 외국인 공격수 전력 비중이 극명하게 갈렸다고 볼 수 있다.

싸박(오른쪽, 수원FC). 서형권 기자
싸박(오른쪽, 수원FC). 서형권 기자

■ K리그1 FW 후보: 싸박, 모따, 주민규, 이동경, 이호재, 전진우

1부는 외국인 공격수와 국내 공격수가 고르게 경쟁하는 양상이다. 베스트일레븐 공격수 후보로 꼽힌 모따, 싸박, 이동경, 전진우, 이호재, 주민규의 시즌 득점 기록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현시점 K리그1 득점 톱 10은 외국인 5명, 한국인 5명으로 팽팽하다. 1위 싸박(17골)을 이호재, 전진우(이상 15골), 주민규, 모따(이상 14골), 콤파뇨, 이동경(이상 13골) 등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지난 시즌에도 유사한 흐름이었다. 2024시즌 득점 상위 10명은 외국인 4명, 한국인 6명이었다.

이처럼 K리그1은 국내외 공격진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며 팀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어쩌면 외국인보다 국내 자원의 퀄리티가 우승 향방을 가르는 추세라고도 할 수 있다. 올 시즌 전북현대가 이를 입증했다. 전북은 콤파뇨, 티아고 등 두 자릿수 골 안팎을 기록한 외국인 자원을 보유했지만, 사실 우승의 당락을 결정한 건 전진우, 송민규, 박진섭, 김진규 등 국내 공수 자원의 활약이 컸다. 팀 최다 득점도 15골로 전진우가 차지하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울산HD도 주민규, 고승범, 김영권, 조현우 등 국내 선수 활약이 주효했다.

이호재(포항 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이호재(포항스틸러스). 서형권 기자

재밌는 건 올 시즌 파이널 A·B 당락을 가를 때도 국내 자원 활약 비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파이널 A인 전북, 대전하나시티즌, 김천상무, 포항스틸러스, FC서울, 강원FC 중 토종 한국인으로만 구성된 김천과 린가드(9골)를 앞세운 서울을 제외하면 4팀의 최다 득점자가 한국 선수다. 전진우, 주민규, 이호재, 박상혁(11골)이며 서울 역시 조영욱(7골)이 린가드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반면 파이널 B 6팀은 울산 제외 5팀이 외국인 공격수가 팀 내 최다 득점자다. 모따, 헤이스(9골), 싸박, 유리 조나탄, 세징야며 사실상 울산도 이동경이 시즌 대부분을 김천에서 소화한 걸 미뤄보면 에릭(10골)이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볼 수 있다. ‘외국인만 골 넣으면 파이널 A에 가기 어렵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국내 공격수가 많은 골을 넣으면 파이널 A 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명주, 무고사, 바로우, 제르소(왼쪽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서형권 기자
이명주, 무고사, 바로우, 제르소(왼쪽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서형권 기자

■ K리그2 FW 후보: 무고사, 루이스, 일류첸코, 바사니, 호난, 후이즈

그러나 K리그2는 다르다. 최근 K리그2는 외국인 공격수가 잘해야 1부 승격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흐름이다. 안 그래도 외국인 공격수 비중이 큰 K리그2인데 올 시즌 들어 그 격차가 더욱 심하게 벌어졌다. K리그2 베스트일레븐 공격수 부문 후보는 루이스, 무고사, 바사니, 일류첸코, 호난, 후이즈로 전원 외국인이다. 게다가 이들의 소속팀은 올 시즌 상위권 성적을 대부분 기록했다. 무고사의 인천유나이티드는 승격을 확정했고, 일류첸코의 수원삼성, 바사니의 부천FC, 전남드래곤즈의 호난이 2~4위에 위치했다. 루이스의 김포만 8위로 플레이오프권에서 탈락했다.

K리그2 득점 순위를 보면 국내 공격수 분발의 필요성을 더더욱 실감할 수 있다. 득점 10위권 내 한국인 공격수는 수원 김지현(12골, 9위)이 유일하다. 15위까지 범위를 늘려도 역시 김지현뿐이다. 아직 잔여 1경기를 남겨두고 있기에 순위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외국인 공격수가 K리그2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해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난 시즌에도 10위권 내 한국인 선수는 김종민(12골, 3위)뿐이었다.

결국 K리그1과 K리그2는 같은 프로 리그 안에서도 전력 구성의 구조적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1부가 국내 자원의 성장과 외국인 자원의 조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면, 2부는 여전히 외국인 공격수 의존도가 승격 경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2부 팀 내 국내 공격수들의 성장이 더뎌진다면 이 격차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는 K리그 전체 경쟁력에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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