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다가오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큰 변수는 개최국 증가다. 32개국 체제에서 48개국으로 바뀌며 토너먼트 단계도 32강부터 출발하게 된다. 사실상 모의 월드컵 격인 연령별 대회에서 백기태호가 조별리그 호성적에도 32강에서 강호를 만나 조기 탈락했다. 월드컵 본선에 나설 홍명보호는 반드시 이 점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15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어스파이어존에서 2025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U17 월드컵 32강 백기태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17 축구대표팀이 잉글랜드에 0-2로 패배했다. 전반 28분 정희섭의 자책골, 전반 38분 레이건 헤스키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하며 백기태호의 도전은 32강에서 좌절했다.

그런데 이번 32강 탈락은 유독 뼈아프다. 백기태호의 조별리그 호성적 때문이다. 백기태호는 멕시코, 스위스, 코트디부아르라는 까다로운 조에 속했다. 그럼에도 멕시코전 2-1 승리, 스위스전 0-0 무, 코트디부아르전 3-1 승리로 2승 1무 무패를 거두며 조 2위로 32강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 대회부터 48개국으로 바뀐 룰 때문에 백기태호는 토너먼트 상대를 쉽게 특정할 수 없었고 경기 3일 전 갑작스럽게 강호 잉글랜드로 상대가 결정됐다.

U17 월드컵은 이번 2025년 대회부터 참가국 수가 48개국으로 늘며 토너먼트 진출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4개 팀씩 12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 2위와 3위 팀 중 높은 성적의 8팀이 32강에 진출한다. 32강 대진 결정은 진출 팀 간 승점 비교 후 순위에 따라 대진이 확정된다. 1위 12팀 중 1위와 3위 8팀 중 8위가 맞붙고 이후 점차 순위를 좁혀가며 대진을 형성한다. 이렇게 2위 팀 중 3위를 기록한 한국은 2위 팀 중 6위를 거둔 잉글랜드를 만나게 된 것이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이러한 복잡한 32강 대진 결정 방식은 홍명보호가 나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유사 적용된다. 북중미 월드컵의 32강 대진 방식은 U17 월드컵과는 조금 다르다. 각 조 1, 2위 24팀과 조별 3위 중 상위 8팀이 32강을 형성하는 방식까진 같다. 그런데 32강 대진 형성 방식부터 상당히 복잡한 절차에 따른다.

우선 12개 조 중 4개 조의 1위 만이 확정된 상대를 갖는다. C조, F조, H조, J조 1위는 각각 F조, C조, J조, H조 2위와 맞붙는다. 또한 A조와 B조, K조와 L조, E조와 I조, D조와 G조는 각 2위끼리 격돌한다. 나머지 8개 조 1위는 각 조 3위 중 상위 성적 8팀과 대진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E조 1위는 A, B, C, D, F조 중 어느 조의 3위라도 성적에 따라 상대할 수 있다.

보다시피 명확하지 않고 매우 복잡하다. 우리의 조별리그 성적부터 우리를 만날 수 있는 각 조의 3위 성적까지 교차 비교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동반된다. 지금까지 치렀던 어느 월드컵보다 이번 북중미 대회에서는 명확한 16강 플랜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 감독은 지난 9월 A매치 일정부터 평가전을 통해 일명 ‘월드컵 본선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지난 10월 파라과이전 승리 후 홍 감독은 “이번 소집은 시뮬레이션을 하는 소집이었다. 월드컵 1차전과 2차전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었다. 월드컵 1차전에서 강한 상대를 만난 뒤 2차전을 치르는 상황의 시뮬레이션”이라며 브라질전 대패 후 파라과이전을 소화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옌스 카스트로프(왼쪽, 남자 축구대표팀), 호드리구(브라질). 서형권 기자
옌스 카스트로프(왼쪽, 남자 축구대표팀), 호드리구(브라질). 서형권 기자

그러나 홍 감독이 말한 시뮬레이션이 이번 북중미 본선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 감독은 당최 포트2 확보가 유력한 한국이 브라질과 같은 포트1 강팀과 맞붙었을 때 대패하더라도 파라과이 같은 포트3 팀에게 승리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가정했다, 그런데 이번 북중미 대회는 회복탄력성보다 브라질 같은 강팀을 연달아 만났을 때 경쟁력을 다져야 할 필요성이 더 커 보인다.

백기태호의 32강 탈락이 이 점을 시사했다. 홍명보호가 조별리그를 설령 호성적으로 통과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특정 몇 개 조를 제외하면 32강 상대를 쉽사리 특정할 수 없다. 백기태호처럼 갑자기 잉글랜드 같은 강팀이 튀어나올 수도 있는 노릇이다. 단순히 ‘첫 경기지더라도 두 번째 경기 반등하면 돼’ 이런 단순한 접근보다는 ‘첫 경기 패배 시 32강 상대 경우의 수’ 같은 더 치밀하고 디테일한 접근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 감독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목표로 “카타르 월드컵 때 보다 나은 성적”을 공언했다. 북중미 월드컵 32강은 지난 카타르 16강보다 살짝 못 미치는 성적이다. 홍 감독이 말한 더 나은 성적이라면 16강, 8강 이상을 노려야 한다. 참가국 수가 늘면서 대회는 더 복잡해졌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오랜 기간 생존하기 위해선 어느 대회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세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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