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홋스퍼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홋스퍼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손흥민 등 주전 선수들을 후반전 조커로 아껴뒀다. 토트넘홋스퍼의 파격 전략은 선발 멤버들이 무실점으로 버틸 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반전 초반 실점을 내주면서 이 전제조건은 무너지고 말았다.

27일(한국시간) 오전 4시 30분부터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27라운드가 진행 중이다. 토트넘홋스퍼가 맨체스터시티에 0-1로 패배한 채 전반전을 마쳤다.

토트넘은 뜻밖에 1.5진을 선발로 기용했다. 공격진에 윌슨 오도베르, 마티스 텔, 브레넌 존슨이 배치되고 중원은 제임스 매디슨, 로드리고 벤탄쿠르, 루카스 베리발이 맡았다. 수비는 데스티니 우도기, 케빈 단조, 아치 그레이, 페드로 포로였다. 골키퍼는 굴리엘모 비카리오였다. 손흥민과 데얀 쿨루세프스키가 선발에서 빠졌다.

반면 맨시티는 최근 부상으로 결장했던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이 선발로 돌아와 더 주전에 가까워진 라인업이었다. 2선은 제레미 도쿠, 오마르 마르무시, 사비뉴였다. 중원은 마테오 코바치치, 니코 곤살레스가 맡았다. 수비는 요슈코 그바르디올, 후벵 디아스, 압두코디르 후사노프, 마테우스 누녜스였고 골키퍼는 에데르송이었다.

체력 안배라는 측면에서 특이한 경기였다. 두 팀 중 체력 안배가 더 필요한 쪽은 맨시티였기 때문이다. 맨시티는 최근 2주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토너먼트행 플레이오프 2경기를 토트넘보다 더 치렀고, 심지어 상대가 레알마드리드였기 때문에 혈투를 벌여야 했다. 체력 고갈이 더 심한 상태였다. 또한 이 경기 이후 일정도 토트넘이 더 여유 있었는데, 토트넘은 FA컵에서 이미 탈락했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3월 7일 UEFA 유로파리그 AZ알크마르전까지 8일 여유가 있는 반면 맨시티는 3월 2일 FA컵에서 플리머스아가일을 상대해야 했다.

이처럼 토트넘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고 다음 경기를 위해 힘을 아껴놓아야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토트넘의 구상은 ‘후반전을 노린다’로 볼 수 있었다. 후반전에 손흥민과 쿨루세프스키를 투입, 체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맨시티의 지친 수비진을 공략한다는 구상으로 짐작됐다. 이들뿐 아니라 최근 주전으로 뛰었던 풀백 제드 스펜스도 벤치로 물러나 있었다.

라인업뿐 아니라 경기 양상도 예상과 딴판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를 상대하는 토트넘의 ‘필승 시나리오’는 웅크렸다 역습하는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원정에서도 공격 일변도로 나서기 때문에 배후 공간은 늘 충분하다. 이 공간을 손흥민 중심으로 공략하는 방식이 수년간 잘 먹혔고,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 개장 이후 오랫동안 맨시티가 무승에 그쳤던 이유였다. 하지만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비교적 주도적인 경기를 시도했다.

토트넘의 어설픈 탈압박은 곧 어설픈 전진의 실패, 공을 빼앗긴 순간의 수비 숫자 부족으로 이어졌다. 맨시티가 역습할 때 상대 패스 투입을 저지할 수비진 앞 저지선 숫자가 부족했다.

초반에는 어느 쪽도 밀리지 않았다. 전반 6분 매디슨의 코너킥을 텔이 뒤꿈치로 살짝 돌려놓았는데 에데르송에게 쉽게 잡혔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엘링 홀란(맨체스터시티). 게티이미지코리아

 

전반 7분 경기 첫 결정적인 기회를 맨시티가 만들었다. 누녜스가 오른쪽으로 빠져들어가며 컷백 상황을 만들었고, 중앙으로 내준 공을 홀란이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는데 비카리오가 잡아냈다.

전반 12분 홀란이 득점하며 맨시티의 정교한 공격작업을 완성했다. 오른쪽에서 빌드업을 시작한 맨시티가 홀란을 거쳐 왼쪽으로 공을 전달했다. 도쿠가 수비 사이로 공을 찔러 넣었고, 문전의 홀란이 수비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논스톱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21분 도쿠가 왼쪽부터 중앙으로 현란한 드리블을 통해 이동했고, 오른발 중거리 슛을 비카리오가 선방했다. 27분 도쿠 좋은 패스를 받아 측면 공격을 시작했고, 이번엔 돌파 대신 한 박자 빠른 땅볼 크로스를 택했다. 사비뉴가 노마크 상태에서 발을 댔으나 슛이 떴다.

전반 30분 맨시티가 끈질긴 공 쟁탈전, 패스, 볼 키핑 등 모든 측면에서 토트넘 수비를 압도하면서 페널티 지역 안에서 자유자재로 공을 돌렸다. 그 마무리로 문전의 홀란에게 결정적인 패스가 투입됐는데 코앞에서 날린 슛을 비카리오가 선방했다.

내내 밀리던 토트넘은 전반전 막판 세트피스 상황에서 단조의 헤딩슛이 약했지만 골문 구석으로 가며 유효슛을 하나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코너킥 상황에서 쉽게 막히고 오히려 맨시티에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그래도 일방적인 열세에 비해 전반전 1실점이면 준수하다. 후반전에 토트넘의 노림수가 먹힌다면 동점을 만드는 것 정도는 기대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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