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정정용 서울이랜드FC 감독은 꼴찌를 어엿한 중상위권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완성하지 못한 도전은 2021년으로 이어진다.

서울이랜드는 2020년을 5위로 마쳤다. 21일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27라운드(최종전)에서 전남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승리하는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경기였지만 결과는 무승부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극적으로 순위를 끌어올린 경남FC가 3위로 승격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4위는 대전하나시티즌이다.

3위부터 5위까지 승점 동률을 이뤄 다득점으로 순위가 갈렸다. 정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승점 동률이었죠?"라고 기자들에게 확인차 묻더니 헛웃음을 지었다.

지난해 최하위에 그친 서울이랜드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 감독을 선임했다. 기대만큼 의구심도 컸다. 정 감독은 2008년부터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등을 주로 수행했다.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어내며 이름을 알렸고, 올해 서울이랜드에 부임했다.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큰 성과를 냈지만 프로 역량은 미지수였다.

정 감독이 부임했지만 선수단에 과감한 투자는 없었다. 서울이랜드는 임대생과 비교적 무명인 선수 위주로 전력을 보강했다. 개막 전만 해도 지난 시즌 10위였던 선수단에 비해 주전의 능력이 딱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시즌이 시작되자 서울이랜드는 꾸준히 높은 승률을 유지했다. 정 감독은 시즌 내내 전술적 역량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상민, 김태현 등 임대해 온 청소년대표 출신 유망주를 잘 활용했다. 전술적 승부수, 허를 찌르는 선수 기용이 잘 통했다. 특히 승부처에 강했다. 올림픽대표팀에 두 수비수가 차출된 가운데 벌인 부천FC와의 경기에서 맞춤 전술로 3-0 대승을 거둔 경기가 대표적이다. 주전 공격수 레안드로를 완벽하게 활용, K리그2 MVP 후보로 지명될 만한 활약을 이끌어냈다.

임대 선수가 많다는 건 오히려 선수단 분위기를 만들 때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유망주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정 감독이 잘 알고 있는 연령별 대표팀과 비슷한 분위기를 냈다. 최종전 종료 후 24세 장윤호는 임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 쓰러져 격한 말을 내뱉는 등 격렬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대생들은 자신의 신분과 미래를 계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선수단이 전술적, 정신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정 감독이 분위기를 조성했다.

정 감독은 최종전 직후 서울이랜드 잔류를 공언했다. 최근 K리그는 감독 이동이 잦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정 감독이 K리그1과 해외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정 감독은 “나도 많이 들었다”고 이적설을 인정하면서 “감히 말하는데, 약속을 하지 않았나. 혹시 내가 올해 1부에 올라갔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팀을 만들어야 할 때다. 어쨌거나 선수들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였고 우리 팀에 오려고 하는 선수들도 있다. 상도덕이 있는데.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내년에도 서울이랜드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서울이랜드에서 기량을 증명한 임대 선수 중 상당수는 원소속팀이 복귀를 원하거나 큰 이적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임대 선수가 많다는 건 내년 선수단을 원점부터 새로 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한 번 '정정용 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올해 뛰어난 활약을 한 레안드로가 원래 임대 신분으로 영입됐다가 시즌 중 완전이적했다는 것이 다행이다. 전력의 축 하나는 유지하면서 내년을 준비할 수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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