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손흥민은 2009년 17세 이하(U-17) 청소년대표팀을 거쳐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전통의 명문 함부르크SV와 4년 계약을 하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앞서 2008년 대한축구협회(KFA)의 '우수선수 국외 유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함부르크 유소년팀에서 유학하고 2009년 정식 입단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0젼 전인 2010년 10월 30일, 쾰른과의 경기에서 유럽을 흔든 득점포의 시작을 알렸다.
2010/2011 분데스리가 10라운드 쾰른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한 손흥민은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전반 24분, 팀의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리그 데뷔전에서 기록한 데뷔골이었다. 당시 함부르크는 전반 10분 밀리보예 노바코비치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5분 후인 전반 15분 믈라덴 페트리치의 동점골로 균형을 되찾은 상황이었다.
센터라인 부근에서 고이코 카카르가 오른쪽 뒷공간을 파고든 손흥민에게 길게 패스를 연결했다. 쇄도한 손흥민은 오른발로 상대 골키퍼 머리 위로 공을 살짝 차 넘겨 따돌린 뒤 왼발로 가볍게 슈팅을 날렸다. 낮게 구른 공은 시원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당시 국내 중계진은 "1992년생(당시 18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노련한 플레이다"라며 "레전드가 시작되는가? 인상적인 득점이 나왔다"라고 평가했다. 함부르크는 노바코비치에게 두 골을 더 허용해 2-3 재역전패를 당했지만 손흥민의 등장은 확실한 수확이었다.
열 여덟 살의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침착함이 돋보이는 모습이었고, 당시의 저돌적인 돌파와 완벽한 득점 마무리의 모습은 지금도 여전하다. 사실 손흥민의 활약은 미리 예고됐다. 시즌 개막에 앞서 함부르크가 소화한 9회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손흥민은 팀 내 최다인 9골을 기록했다.

당시 함부르크에 스타들이 즐비했기에 손흥민의 데뷔골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멀티 플레이어 제호베르투, 체코 대표 다비드 야롤림,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 주전 센터백이었던 요리스 마테이선, 페루 역사상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공격수 파울로 게레로 등이 대표적이다. 독일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선수도 하이코 베스터만, 데니스 아오고, 마르첼 얀센 등 한솥밥을 먹었다. 손흥민과 함께 주로 벤치를 지켰던 에릭막심 추포모팅은 이후 마인츠05에서 박주호 등의 동료로 뛰었고, 샬케04, 파리생제르맹 등을 거쳐 바이에른뮌헨에서 활약 중이다.
사실 함부르크는 시즌 초반부터 손흥민을 활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프리시즌 경기 중 발가락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거쳤다. 데뷔골 이틀 전인 28일 개최된 프랑크푸르트와의 DFB 포칼 경기에서 후반 18분 교체 투입되어 30분간 활약하며 정식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르며 예열을 마쳤고, 데뷔골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독일 일간지 '함부르거 모르겐포스트'는 손흥민을 다이아몬드의 원석에 비교하며 "센세이셔널한 데뷔전이었다. 그의 분데스리가 데뷔전엔 단 24분이 필요했다"라며 극찬했다.
예고된 스타의 탄생에 현지 언론은 한껏 흥분했다. 경기 후 현장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말할 수 없다"는 말만 남긴 채 팀 버스에 올랐다. 유망주인 그를 보호하기 위해 팀 차원에서 언론과의 접촉을 막았던 것이다. 대신 구단 관계자이 나섰다. 손흥민을 중용했던 아르민 페 감독은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선발 자리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바스티안 라인하트 단장은 "손흥민이 훌륭히 해냈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그는 축구가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 이번 주 깨달았을 것"이라며 손흥민이 성숙한 프로 선수로 거듭나길 기원했다.
당시 언론과 마주하지 못한 손흥민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미니홈피'를 통해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아~~~~~~터졌나? 분데스리가 데뷔골...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걸 보여줬다. 다음 게임 한번 더 잘 해야봐야겠다. 화이팅해야지~ 자만하지 말고 흥민아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며 기쁜 마음과 함께 다부진 각오를 밝혀 화제가 됐다. 10년이 지난 오늘, 열 여덟 살의 소년이 가졌던 초심은 변치 않고 있다. 레버쿠젠을 거쳐 ‘종주국’ 잉글랜드의 강호 토트넘 홋스퍼에서 ‘월드 클래스’로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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