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인천유나이티드 선수들은 부산아이파크를 꺾고 기사회생한 경기가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었다며 코칭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24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파이널 B) 26라운드를 가진 인천이 부산에 2-1로 승리했다. 인천은 이날 패배했다면 강등이 확정됐지만, 승리를 통해 부산(10위) 및 성남FC(11위)와 승점차를 1점으로 좁히고 최종전에서 생존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인천은 주포 무고사가 봉쇄된 가운데서도 4년 만에 득점한 김대중, 2년 만에 득점한 정동윤의 골로 역전승을 거뒀다. 두 선수는 경기 후 정신적, 전술적으로 잘 준비한 경기였다고 이야기했다.

 

▲ 경기 전 : 강등 압박 때문에 몸이 무거웠던 인천 선수들

하루 전인 23일 성남이 수원삼성을 꺾으며 달아났다. 인천 선수들은 이 경기를 볼 수밖에 없었다. 정동윤은 성남 경기 결과 때문에 다들 압박이 컸다고 이야기했다. 부산전을 앞두고 모일 때 다들 무거운 표정이었다. 조성환 감독이 먼저 웃으며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지만 완전히 성공하진 못했다.

경기 초반 부산이 정상적인 경기를 한 반면 인천 선수들은 경직돼 있었다. 10여 분이 지나고 인천도 몸이 풀려 공격에 나섰지만 부산의 공격이 더 짜임새 있었다.

 

▲ 전반전 : 정동윤 활용한 공격의 시작

인천이 전반 중반부터 공세에 나설 때, 가장 중요한 공격루트는 왼쪽 윙백 정동윤이었다. 정동윤은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했다. 오버래핑하는 정동윤, 공격에 가담하는 미드필더 김준범이 왼쪽 공격을 전개하면 아길라르와 김도혁의 패스가 전달되며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갔다. 정동윤은 이날 두 번째로 많은 5회 반칙을 얻어낸 선수였다. 두 팀 윙백을 통틀어 최다인 2회 슛을 날렸다.

정동윤은 원래 공격적인 재능이 있는 윙백이었지만 이번 시즌 내내 득점 기여도가 낮은 것 같아 고민해왔다고 한다. 정동윤은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스리백에서 윙백이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영상을 보며 공부도 했다. 그동안 안전한 플레이를 택하는 편이었는데 더 과감한 플레이로 변화를 꾀했다. 정동윤은 경기 후 “스트레스 받아가며 공부한 보람을 돌려받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 실점 이후 : 미리 준비해 둔 대처방안대로

전반 43분 부산의 이동준이 선제골을 넣었다. 인천 코칭 스태프가 어느 정도 예상한 상황이었다. 인천은 약체다. 선제실점을 내줄 경우를 염두에 둬야 했다. 정동윤의 말에 따르면 조 감독은 경기 중 나올 수 있는 서너 가지 상황에 대한 대처를 미리 지시해뒀는데, 경기 중 그 상황이 모두 벌어졌으며 그때마다 지시대로 잘 대처했다고 밝혔다.

 

▲ 하프타임 : 빌드업 약점 인정하고 장신 공격수 김대중 투입

조 감독은 하프타임에 전술적 변화를 주고,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신적 조치도 했다고 말했다. 전술 변화는 크게 두 가지였다. 미드필더 김준범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대중을 투입했다. 김대중은 센터백 겸 스트라이커인데, 공격수로 투입될 때는 공중볼 획득 임무가 전문이다. 경기 막판에나 투입되는 선수였다. 이날은 모처럼 45분을 소화했다.

김대중은 “감독님이 평소에는 ‘공중볼을 따라’고 요구하시는데 오늘은 감독님이 ‘너도 똑같은 공격수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김대중에게 롱 패스를 떨어뜨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득점을 노리라고 주문했다.

빌드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인천의 현실을 인정한 조치이기도 했다. 인천은 김도혁과 아길라르가 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짧은 패스로 전방까지 공을 전달할 만한 조직력이 없었다. 결국 롱 패스를 꾸준히 투입하는 쪽을 택했다.

동시에 미드필더로 뛰던 지언학을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시켰다. 왼쪽의 정동윤과 달리 전반전 내내 잠잠했던 오른쪽 공격을 강화하려는 조치였다. 이 조치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 1분 만에 역전 : 노림수 연속 적중

부산은 경기가 시작될 때부터 4-1-4-1로 발표된 선발 라인업과 달리 미드필더 박종우에게 스위퍼 역할을 주문해 3-4-2-1에 가까운 수비적인 전술을 쓰고 있었다. 후반 초반 한 골을 지키기 위해 더욱 수비에 몰두했다.

미드필더 호물로를 빼고 윙백 박준강을 투입하면서 선발 윙백이었던 김문환을 윙어로 전진시켰다. 측면 수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오히려 미드필드 장악력은 약해졌다. 인천은 후반 10분 김도혁을 빼고 공격수 송시우를 투입했는데, 부산이 강화하려 했던 오른쪽 수비가 송시우에게 뚫리며 페널티킥을 내줄 뻔했다. 부산은 송시우에게 반칙을 범한 수미수 김명준을 빼고 베테랑 센터백 강민수를 투입하며 ‘굳히기’에 몰두했다.

그러나 인천은 무고사와 김대중으로 구성된 ‘트윈 타워’를 활용해 부산의 측면 수비를 효과적으로 무력화했다. 무고사가 측면으로 빠지며 날린 크로스를 김대중이 압도적인 제공권으로 마무리했다. 동점골 후 약 1분이 지났을 때, 부산 수비가 정비되기 전 정동윤이 문전까지 치고 들어가 날린 슛이 수비 다리에 맞고 굴절되며 역전골이 터졌다.

 

▲ 마하지의 슈퍼세이브 : 역시 시나리오 안에 있었다

부산도 부랴부랴 공격수 김현을 투입하며 이정협과 함께 트윈타워를 형성, 롱볼 위주로 역습에 나섰다. 부산의 역습은 거의 성공할 뻔했다. 후반 43분 단 5초 만에 부산이 결정적인 슛 3개를 연속으로 날렸다. 김현의 헤딩은 이태희가 쳐냈고, 이어진 강민수와 이정협의 슛은 블로킹에 막혔다. 특히 국가대표 이정협이 빈 골대에 차 넣는 슛을 마하지가 발로 막아낸 건 이날 최고 명장면이었다.

조성환 감독은 경기 후 “마하지가 잘 하는 플레이다. 이기고 있을 때 수비적으로 역할을 해 주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슈퍼 블로킹까지 계산한 건 아니지만, 일단 리드를 잡았을 때 마하지를 투입해 수비를 강화하는 건 미리 준비한 운영이었다는 것이다. 마하지는 약 75일 만에 투입돼 승리에 한 몫을 담당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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