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링 홀란(노르웨이). 게티이미지코리아
엘링 홀란(노르웨이).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엘링 홀란은 소속팀 도르트문트와 노르웨이 대표팀을 오가며 골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20세 어린 공격수답지 않은 노련한 움직임 덕분이다.

홀란은 2019-2020시즌 혜성처럼 등장했다. 전반기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14경기 출전에 16골과 6도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에서 리버풀, SSC나폴리와 한 조에 속했음에도 6경기에서 8골과 1도움을 기록해 큰 무대에서 실력을 단번에 입증했다.

2020년 1월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뒤에도 독일 분데스리가 15경기에서 13골과 3도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도 파리생제르맹을 상대로 멀티골을 넣었다. 이제 갓 20세가 된 선수라고 믿기 어려운 페이스였다. 2020-2021시즌 개막 뒤에도 5경기에서 5골과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노르웨이 대표팀에서도 맹렬한 골 폭격은 이어지고 있다. 홀란은 2019년 9월 A매치에 데뷔한 뒤 6경기에서 6골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2020 예선 3경기에선 득점에 실패했지만, UEFA 네이션스리그에선 무려 6골을 몰아쳤다. 노르웨이는 12일(한국시간)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울리바알스타디온에서 열린 20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B조 1그룹 3차전에서 루마니아를 4-0으로 대파했다. 홀란은 A매치에서 첫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한눈에 봐도 위협적인 공격수다. 홀란은 194cm의 큰 키에 당당한 체구를 갖췄지만 민첩한 움직임을 지녔다. 신체 조건부터 우월하다. 왼발 슈팅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여기에 축구에만 집중하는 태도와 대담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혼자서도 골을 만들 줄 안다. 후반 29분 홀란이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득점은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냈다. 수비진 4명 사이에서 힘과 속도를 앞세워 빠져나온 뒤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4분 드리블 돌파에 이은 유효 슈팅, 후반 11분 감각적인 발뒤꿈치 슛도 개인 능력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그의 장점은 단순히 신체 능력, 기술적 능력에만 있지 않다. 노르웨이가 루마니아를 맞아 21개의 슈팅을 퍼붓긴 했지만, 그 가운데 7개가 홀란의 발에서 나왔다. 그리고 무려 5개가 유효 슈팅이었다. 홀란이 유난히 슈팅 기회를 잘 포착한다는 뜻이다. 마무리가 조금 더 좋았다면 3골 이상의 득점도 가능할 만큼 위협적인 기회를 연이어 잡았다.

홀란의 '디테일'은 공을 갖지 않았을 때 시작된다. 전반 13분 첫 득점 장면은 그가 지닌 축구 지능을 보여준다. 홀란은 왼쪽 측면으로 크게 돌아나간 뒤 동료 알렉산더 쇠를로트의 뒤를 따라 들어온다. 루마니아 수비진이 쇠를로트에게 시선을 빼앗긴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물러나는 루마니아 수비진과 달리 시야를 확보한 마르틴 외데고르는 홀란을 겨냥한 스루패스로 득점을 도왔다. 예비 동작 없이 원터치로 슈팅을 시도한 것 역시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후반 10분 기록한 유효 슈팅도 영리한 움직임에서 나왔다. 마티아스 노르만의 전진패스를 쇠를로트가 등을 진 채 리턴패스할 때, 홀란은 쇠를로트 뒤로 파고든다. 이번에도 수비가 쇠를로트에게 쏠리면서 생겨난 공간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엘리우누시의 스루패스가 들어오면서 홀란드는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마무리에 실패했을 뿐 루마니아 수비진을 완전히 무너뜨린 장면이었다.

그간 힘이 세거나, 발이 빠른 선수들, 혹은 빼어난 기술을 갖춘 선수들은 심심찮게 나왔다. 하지만 모두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없었던 것은 특장점 하나만으로 성공하기엔 축구계가 녹록치 않다는 증거다. 하지만 홀란은 타고난 신체적 능력에 더해 노련한 움직임으로 질 높은 공격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노련하다'는 단어는 '많은 경험으로 익숙하고 능란하다'는 뜻이다. 홀란의 경우 아직 프로 선수로서 경험은 부족할지 모르나, 수비를 흔들고 약점을 파고드는 점에선 익숙하고 능란하다는 점에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공을 갖고 있지 않아도 위협적인 홀란의 골 행진이 '반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게 되는 배경이다.  홀란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최근 48경기에서 51골을 터뜨렸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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