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올림픽대표팀). 대한축구협회
김학범 감독(올림픽대표팀). 대한축구협회

[풋볼리스트=파주] 유현태 기자= 같은 날, 같은 경기장에 서지만 벤투호와 김학범호가 바라는 바는 다르다. 벤투호는 더 큰 그림을 그리며 실험하고, 김학범호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한국 축구 A대표와 올림픽대표팀은 9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12일 리턴매치로 두 팀의 승패를 가리게 됐다. 코로나19로 국제경기를 갖기 힘든 여건에 두 팀의 전력을 점검하는 것과 팬들의 오랜 갈증을 풀어주기 위한 경기다.

1차전을 마친 뒤 김학범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경기 내용에 불만족을 표현하며 "선수들이 혼이 나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다시 취재진과 만난 김 감독은 "혼날 일이 있으면 혼나야 한다"고 다시 한번 말했다.

김학범호가 추구하는 축구를 펼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이다. 김 감독은 "상대가 어떤 팀이든 우리가 해야 할 건 해야 한다. 그동안 약속된 플레이, 빠른 공수 전환, 상대를 힘들게하는 플레이를 연습했다. 후반 몇 번을 제외하곤 나오지 않았다. 상대가 강하든 어떻든 우리 할 걸 하면 상대가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학범호는 강한 압박으로 실수를 유도하고 수비진이 자리잡기 전 마무리하는 것을 주 전술로 삼았다. 올림픽을 목표로 하면서 선수단에 전술적 숙련도가 높아지길 원했는데, 그것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몸에 익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 이 팀은 이런 걸 하는구나' 알아야 한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속도 축구를 해야 한다. 최근엔 속도를 살리지 못하면 누굴 만나더라도 어렵다. 누굴 만나도 우리 걸 하면 두렵지 않다. 올림픽을 앞두고 준비하는 과정이고, 올림픽엔 강팀이 많다. 우리 걸 숙지하지 않으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없다. 그걸 숙달하는 데에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2차전에서도 김학범호의 스타일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기존의 스타일에 대한 변화는 없다. 추구하는 것은 똑같다. 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다. 선수들도 더 하려고 할 것"이라며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역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내용이다. 김 감독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우리가 골을 많이 먹을 수도, 또 많이 넣을 수도 있다. 승패에 대한 건 나중에 평가할 것이고,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는지 보고 싶다. 사실 우리도, 언론도, 팬도 많이 굶주려 있는 것 같다. 승패를 만들려고 하면 경기가 지루해질 수 있다. 박진감 있는 경기가 하겠다"고 말했다. 속도를 살려서 펼치겠다는 뜻.

벤투호의 대응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 김 감독은 "전투적으로 나올 것이다. 분석할 것이다. 대표팀이 잘하는 플레이를 예상하고 있다. 결과 상관 없이 우리 걸 하겠다. 그것에 익숙해져 있어야한다. 선수 대폭 변화를 주더라도 '(우리 축구를) 할 수 있다'는 데 주안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A대표팀 역시 체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올림픽 본선에서 3장의 와일드카드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아직까진 와일드카드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리 완성도를 높이고, 도저히 맞지 않는 곳을 와일드카드로 채우겠다"며 우선 기존 선수들에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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