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FC서울)
기성용(FC서울)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기성용이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서울 월드컵경기장을 누볐다. 2010년 유럽 도전에 나선 뒤 10년 반 만에 가진 홈 복귀전이다. 기성용은 오랜 동료 고요한에게 페널티킥을 차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지나친 관심은 원하지 않는다며 사양하는 모습도 보였다.

5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9라운드를 가진 서울과 부산아이파크가 1-1 무승부를 거뒀다. 기성용은 앞선 18라운드 울산현대 원정에 이어 두 번째로 교체 투입됐다. 후반 19분 김원식 대신 그라운드를 밟아 미드필더로 뛰었다.

기성용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갖고 “오랜만에 상암에서 서울 유니폼을 입고 뛰어 감회가 새롭다. 관중이 안 계셔 조금 아쉽지만, 돌아와서 행복하다. 결과는 아쉽지만 다음 경기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앞서 김호영 감독대행은 기성용이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기성용 역시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듯이 공식 경기를 뛴 게 오래됐다. 스페인에서 10분 정도 뛴 건 뛰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뛴 건 거의 1년 전이다”라며 컨디션이 온전치 않다고 인정했다.

“단시간에 마법처럼 되진 않는다. 팀에도, 내 자신에게도 누가 되지 않게, 급한 마음 갖지 않고 천천히 하고 싶다. 그럴 수밖에 없다. 팀 상태가 상당히 좋다. 내 포지션의 선수들이 상당히 잘 해준다. 선발 출장보다는 어떤 자리에서든 팀이 잘 마무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든 게 마법처럼 돌아가서 바로 골 넣고 좋은 활약 하면 좋겠지만 몸 상태라는 게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나도 욕심을 비웠고, 감독님도 알고 있다.”

기성용은 앞선 울산전 ‘쌍용 더비’와 홈 복귀전에 이어 20라운드에는 수원삼성과 ‘슈퍼매치’를 갖게 된다. “코로나 때문에 파이널라운드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몇 경기 안 남았다. 수원전이 그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수원전은 서울에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수원도 그럴 것이다. 내가 있던 11년 전과는 많이 다르지만 충분히 K리그에서 주목할 만한 경기다. 사실 우리 순위를 봤을 때 아쉬운 면이 있지만 그런대로 중요한 경기다. 내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만약 상위 스플릿을 진행할 수 있다면 6위 안에 들기 위해 승점을 가져올 좋은 기회다. 11년 전 수원전은 훨씬 긴장감이 컸다. 라이벌다운 경기였다. 나도 아직 하지 않았고 무관중이지만, 그래도 들어가면 다들 특별한 경기가 될 것 같다.”

기성용은 서울이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 교체 투입됐다. 킥을 준비하던 고요한이 기성용에게 대신 차라고 권하자 기성용이 한사코 사양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후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페널티킥이 무효 처리됐지만 그 전까지는 복귀골 기회를 사양하고 있었다.

“고요한이 PK를 차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없었고 요한이가 차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고,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내게 맞춰져있기 때문에 그게 좀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팀보다 내게 포커스가 맞춰지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

복귀 후 첫 슈팅도 날렸다. 속공 상황에서 날린 중거리 슛은 묵직하게 공끝이 살아 있었다. “울산전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몸 상태와 컨디션이 나았다.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보여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말씀드렸듯이 내가 팀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주어진 것 안에서 팀과 선수단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더 슛이 나오고 좋은 패스가 나올 수 있으니, 오늘은 여기서 만족하고 수원전을 잘 준비하겠다.”

기성용은 앞선 복귀전에서 서울 동료인 박주영과 고요한, 울산 소속인 고명진과 이청용까지 모여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두 과거 서울 동료들이다. “나도 그렇고, 서울에서 어려서부터 꿈을 키워 온 선수들이 베테랑이 됐다. 30대가 되어 만나는 것이 특별했다. 우리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통한 우정이 뜻 깊었다. 청용이, 명진이 형, 요한이, 주영이 형은 그동안 한국축구를 위해 많이 노력했다. 결과가 어떻게 됐든 열심해 해 온 선수들이다.”

‘절친’ 이청용의 ‘소신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최근 이청용은 ‘유독 한국이 예전 기억보다 지금 모습을 보고 저 선수는 끝났다고 말한다’며 축구문화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기성용은 “청용이의 인터뷰는 나중에 알았다. 어느 분야나 똑같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좋았던 순간이 있으면, 끝을 맺어가는 과정에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청용이 말에 동감한다. 아쉬운 것도 있다. 젊었을 때의 좋은 추억을 기억하기보다는 끝나갈 때의 아쉬움을 더 표현하더라. 선배들도 그랬다. 후배들도 그런 시기가 올 것이다. 팬들은 그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좋은 시기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리스펙트해주는 게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도 일본에서도, 현재 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과거 모습을 생각하며 리스펙트를 해 준다. 물론 프로는 지금 모습도 중요하니까 이름값만으로 지금 모습을 판단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문화적으로 잘 자리잡아서 좋았던 모습도 기억해준다면 선수들도 사람이니까 고마워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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