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역대 가장 잔류 확률이 희박한 가운데 부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첫 경기 당일 조력자가 이탈했다. 조성환 인천유나이티드 신임 감독은 첫 경기 후 기자회견부터 굳은 표정이었다.

9일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5라운드를 가진 인천이 성남FC에 0-2로 패배했다. 경기 전 성남은 인천 바로 위인 11위였다. 인천이 승리한다면 승점차를 6점으로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도리어 패배했고, 현재 최하위 인천과 11위 수원삼성의 승점차는 9점이다.

조 감독은 단 이틀 전 인천 부임을 결정한 뒤 이날 데뷔전을 가졌다. 데뷔전 소감을 묻자 "많은 관심 갖고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실망스런 모습 말고 잔류의 희망, 즐거움을 드리고자 준비했다. 세트피스 등 득점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수비는 준비한 대로 잘 되고 있었으나 득점이 안 돼 조급한 마음에 추가실점까지 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1%씩 채워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며 투쟁의 의지를 보였다.

오랜 부진으로 팀 전체가 위축돼 있다는 분석이 따랐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많이 승리하지 못하면 심리적으로 쫓기고, 경기력이 안 나온다. 누굴 탓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 스스로 이기려고 99% 노력을 하는데 부족한 1~2%를 개인적으로 메꿔나가야 한다. 그게 기술적인 부분이든 멘탈적인 부분이든 나부터 부족한 걸 찾아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이날 인천의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사퇴했다. 이 실장은 조 감독의 선임을 위해 가장 먼저 접촉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뜻이 잘 맞는 조력자인 줄 알았는데 일 좀 해보려니 사라진 황당한 상황이다. 조 감독은 "사실 이천수 실장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함께 가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경기 전에 내게 이야기를 하더라.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쉽다. 서로 각자 위치에서 잘 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하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첫 기자회견부터 인천의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꼬집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본인도 인천의 일원인 이상 고작 3일 몸담았음에도 자아비판까지 해야 했다. "이천수 실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7년간 7명의 감독이 바뀌었다는데 누구 한 명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좀 돌이켜봐야 할 것 같다."

조 감독은 전술적으로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득점 확률을 높이려 했다며 "그동안 바깥에서 본 인천은 수비 위치가 낮았다. 그래서 점유가 안 되고, 유효슈팅 수를 상대에게 계속 지고 있다. 라인을 올려서 찬스를 만들려 했다. 수비조직은 어느 정도 유지했는데 공격은 잘 준비해야 한다. 공격 옵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제주유나이티드에서 겪었던 오반석, 아길라르, 김호남 등이 있지만 그런 건 선수 선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하며 “계속 간절한 선수, 이기고자 하는 선수, 전술에 부합하는 선수를 쓸 것이다. 제주에서 겪었던 선수인지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사실상 강등이 확정된 것처럼 보는 시선도 있다는 ‘돌직구’가 날아들었다. 조 감독은 절망적으로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투지를 끌어내겠다며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매 경기 강등과 상관없이 팬이 계시고 개인들의 자존심이 있다. 그냥 강등을 당하는, 힘없이 강등당하는 모습은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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