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인천] 김정용 기자= 성남FC의 국가대표 나상호가 K리그 복귀 후 처음으로 명성에 걸맞는 경기를 했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조성환 감독 부임 첫 경기에서도 패배했다.

9일 인천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5라운드를 가진 성남이 인천에 2-0 승리를 거뒀다. 인천이 조성환 신임 감독을 선임한지 이틀 만에 치른 첫 경기였다.

경기 전, 먼저 15라운드를 가진 팀들에 밀려 11위였던 성남은 4승 5무 6패로 승점 17점이 되며 단숨에 중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인천은 시즌 무승을 깨지 못했다. 5무 10패다.

조 감독은 4-2-3-1 포메이션으로 첫 경기를 맞았다. 최전방의 무고사 뒤에 이준석, 아길라르, 지언학이 배치됐다. 미드필더로 부지런한 김도혁과 마하지가 섰다. 수비수 박대한, 김정호, 오반석, 정동윤을 김동헌 골키퍼가 받쳤다.

성남은 최근 고수해 온 3-3-2-2 포메이션을 유지했다. 김현성과 나상호가 최전방을 맡았다. 유인수와 이태희가 윙백을 맡고 그 사이에 박태준, 이스칸데로프, 김동현이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인천은 감독 교체 효과가 있는 듯, 서로 조심스런 경기 가운데서 우세를 잡아갔다. 세트피스 비중이 높았다. 전반 11분 아길라르의 프리킥 후 흐른 공을 김도혁 따내 크로스했고, 오반석 헤딩이 빗나갔다. 전반 16분 전방압박으로 공을 따낸 뒤 이준석이 힐 패스로 밀어줬고, 아길라르가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골대를 빗나갔다.

성남은 이날도 상대 진영에 올라간 뒤 슛을 잘 만들지 못했다. 전반 17분 이태희의 크로스를 받은 유인수의 슛이 동료의 몸에 맞고, 이 공을 다시 따낸 박태준의 슛까지 동료에게 맞는 등 문전에서 팀 플레이가 미흡했다.

성남에서 돋보인 선수는 나상호였으나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았다. 전반 20분 나상호가 전방 압박으로 공을 따낸 뒤 패스를 돌려받아 곧장 드리블, 슛까지 마무리했으나 김동현의 선방에 쉽게 잡혔다.

전반 27분 아길라르의 프리킥에 이어 혼전 후 지언학 슛의 슛이 무산됐고, 흘러나온 공을 잡아 무고사가 다시 결정적인 슛을 시도했지만 유인수가 몸을 날려 가로막았다. 곧바로 성남도 프리킥 득점 기회를 잡았다. 나상호가 기습적인 돌파로 김도혁의 파울을 이끌어냈으나, 좋은 자리에서 이스칸데로프가 날린 왼발 프리킥이 살짝 빗나갔다.

전반 39분 머리에서 피를 흘리던 김현성이 결국 양동현으로 교체됐다. 김현성은 앞선 충돌 이후 출혈을 막기 위해 약 10분 동안 붕대를 감고 뛰어 왔으나 결국 지혈이 되지 않았다. 이후 인천이 계속 공격했다. 김도혁의 코너킥을 받아 오반석이 헤딩슛을 날렸으나 골대 위로 빗나갔다. 이준석이 이태희를 돌파한 뒤 시도한 오른발 슛은 크게 빗나갔다.

후반전 초반 결정적 변수가 생겼다. 성남의 공격이 끊기고 인천의 이준석이 곧바로 속공에 나설 때, 막으러 달려가던 이태희가 이준석의 발을 살짝 걸어 넘어뜨렸다. 퇴장이 선언됐다. 이태희는 고의가 아니었다는 듯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했다.

비디오 판독(VAR)에 공을 들인 김용우 주심은 약 5분이 지난 뒤에야 레드카드를 취소하고 경고로 바꿨다. 인천의 김정호가 '들어오래'라는 듯한 손짓을 했고, 일단 나갔던 이태희가 서둘러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

위기를 넘긴 성남이 앞서갔다. 후반 12분, 이날 가장 돋보이던 나상호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강하지 않지만 정확한 프리킥 슛을 골문 구석으로 깔끔하게 차 넣었다. 나상호의 K리그 복귀 후 첫 골이다.

인천은 후반 21분 지언학 대신 송시우를 넣으며 선수들을 더 전방에 배치해 공격을 강화했다. 성남은 수비적인 교체 대신 이스칸데로프를 윤용호로 바꾸며 팀 스타일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수비에 집중하려 했다.

인처은 공격이 잘 풀리지 않았다. 아길라르가 후반 23분과 후반 30분에 연달아 왼발 슛을 날렸지만 수비 몸에 맞거나 골문을 살짝 빗나갔다. 인천은 후반 30분 이준석을 정창용으로 교체하며 공격 조합을 또 바꿔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성남은 후반 41분 미드필더 박태준을 빼고 박수일을 투입했다. 막판까지 속공의 중심이었던 나상호가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양동현이 힘겨운 헤딩 경합 끝에 떨어뜨려 준 공을 나상호가 잡았다. 인천 수비수들을 앞에 둔 나상호는 도움닫기도 없이 골문 구석으로 기습적으로 감아 차는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인천은 실점 이후 미드필더 마하지를 임은수로 교체하며 마지막 전력 강화를 노렸으나 골을 넣을만큼 극적인 변화는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성남이 공격을 오래 진행하며 인천 진영에서 시간을 보낸 끝에 승리를 지켰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