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안양] 김정용 기자= 1년 단위 재계약을 맞는 K리그2의 30대 선수들은 시즌 막판 부상을 당할 경우 은퇴의 위협을 받는다. FC안양의 터줏대감 김원민은 복귀 날짜를 당기는 모험을 했고, 복귀 후 첫 경기에서 골까지 기록했다.

5일 경기도 안양시의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19’ 32라운드를 치른 FC안양이 부천FC에 1-2로 패배했다. 부천이 먼저 2골을 넣었고, 안양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김원민을 교체 투입했다. 김원민이 장쾌한 중거리 슛으로 한 골을 따라잡으며 안양의 반격을 이끌었지만 동점은 만들지 못했다.

김원민은 안양 팬 사이에서 은퇴설이 돌던 선수다. 지난 8월 부산아이파크와의 경기 도중 왼쪽 무릎 내측 인대가 완전히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당시 서포터들에게 “내 은퇴식을 준비해 달라”고 말한 것이 퍼져나갔다. 김원민은 2013년부터 뛴 창단 멤버다. 창단 당시 한 축이었던 고양KB 출신 중 한 명이다. 올해 32세다.

은퇴식 이야기는 농담이었지만, K리그2의 30대 선수가 부상을 입으면 그 순간 은퇴 위협을 받는 건 사실이다. 김원민은 안양 선수 대다수가 그렇듯 올해로 계약기간이 끝난다.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상은 ‘재취업’에 치명적이다. 김형열 감독은 김원민의 은퇴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직 어떤 선수와도 재계약이나 은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앞으로 4경기 동안 잘 보여주면 그걸 근거로 재계약을 논의하면 된다”고 말했는데, 달리 말하면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했을 경우 재계약이 힘들수도 있었다는 뜻이 된다.

김원민은 재활 기간을 단축하는 모험을 했다. 인대 파열은 큰 부상이라 회복 기간이 3개월 정도 필요하지만, 생각보다 몸 상태가 괜찮았다. 주로 킥을 하는 오른발이 아니라서 부담도 더 적었다. 강도 높은 재활에 이어 경기력에 문제가 없어지면 조기 복귀하기로 했다. 그게 부상 후 약 1개월 만이었다. 뛰는데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인대 파열 이후 통상적인 복귀 속도보다 2배 이상 빨랐기 때문에 모험이었다. 그러나 김원민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김원민은 “감독님은 우승이 중요하지만 선수는 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원민과 같은 K리그2 선수들에게는 매 경기가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김원민은 복귀 시기를 당겼을 뿐 아니라 멋진 골까지 터뜨리며 재계약 가능성을 높였다.

아직 김원민에게는 꿈꿀 기회가 남아 있다. 안양은 K리그2 3위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하다. 만약 플레이오프를 잘 통과한다면 내년에는 안양 소속으로 K리그1에서 뛸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김원민은 아직 말하기 이르다면서도 "한 번은 1부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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