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김정용 기자= 어느 나라 축구팬이나 자국의 승리를 예상하기 마련이다. 전세계 축구팬이 뒤섞인 장소에서 만난 스웨덴과 멕시코 팬들은 한국을 상대로 자국의 승리가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스웨덴 축구팬 마르코 씨는 한국 선수 문선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밝혔다는 점이 달랐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마련된 팬페스트에서 지난 15일(한국시간) 멕시코와 스웨덴 축구팬들을 만났다. 멕시코 팬은 숫자가 많았고, 어디서나 눈에 띄는 레슬러 마스크와 특유의 모자, 콧수염 덕분에 인기가 많았다. 반면 스웨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비교적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적은 숫자의 팬들만 찾아 조용히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멕시코 축구팬 세 명은 카를로스, 그라파, 마루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카를로스 씨는 비교적 상대국을 존중하는 태도로 “한국이 멕시코보다 약간 약하다. 멕시코가 약간 강하다. 멕시코가 이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멕시코 입장에서 한국전이 가장 쉬운 경기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 멕시코 대표팀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독일은 현실적으로 잡기 힘들고, 우리 조 세 경기 중 한국전이 제일 쉬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그 토트넘에서 뛰는 선수 누구더라”라며 손흥민만 안다고 말했고, 기자가 박지성 이야기를 하자 겨우 기억해낸 눈치였다.

세 친구는 24일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열리는 한국과 멕시코의 F조 2차전을 보러 갈 생각이다. 표는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일단 경기장 앞에 가서 어떻게든 수를 써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정과 손짓으로 암표를 고려중이라는 신호를 줬다. 카를로스 씨는 “일단 경기장 바깥에는 가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경기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이야기해 줬다.

스웨덴 팬들의 이야기는 좀 더 흥미로웠다. 스웨덴에서 온 윌리암, 베라이, 마르코 씨는 한국과 스웨덴의 F조 첫 경기(18일)를 비롯해 총 4경기를 보는, 비교적 부유한 일정으로 러시아에 도착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마르코 씨가 묻지도 않았는데 “나 한국 선수 한 명 안다”라고 끼어들며 시작됐다

마르코 씨는 문선민의 이름을 비교적 정확하게 “문씨욘민”이라고 발음하며 “유르고르덴 선수였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문선민의 스웨덴 시절 소속팀 중 하나인 유르고르덴의 서포터다. 문선민은 외스터순드에서 스웨덴 3부, 2부리그를 경험한 뒤 유르고르덴으로 팀을 옮겨 1부리그를 경험한 바 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살면서 이 지역 팀 중 하나인 유르고르덴을 응원하는 마르코 씨는 “아주 빠르고 훌륭한 선수였다. 그런데 한국을 너무 사랑해서 돌아갔다”라며 유르고르덴 팬 입장에서 문선민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했다. 윌리암 씨는 “최근 친선경기에서 문선민이 손(손흥민)과 함께 골을 넣은 것도 알고 있다”고 말하며 한국의 최근 행보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려줬다.

스웨덴 팬들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스웨덴이 한국을 이길 거라고 이야기했다. 기자는 한국이 이길 거라고 받아쳐 이들을 자극하기보다 ‘무승부도 가능하지 않냐’라고 슬쩍 말을 던져 봤다. 마르코 씨가 이 말을 받아 “스웨덴은 골을 넣지 못하지만 허용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0-0은 가능하다”라고 수긍했다.

마르코 씨는 문선민에게 전해달라며 유르고르덴의 지난 시즌 시즌권도 건네줬다. 문선민을 언제나 사랑하고, 문선민을 언제나 응원하는 스웨덴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달라고 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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