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지난 밤에 한 경기들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뽑아 매일 아침 배달한다. 한창 경기가 열리는 시간에 잠을 청해야만 했던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풋볼리스트’가 준비했다. 전체 경기를 못 봤더라도 이 장면만은 챙겨두시라, 월드컵 하이라이트. <편집자 주>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 2일차에는 명승부들이 이어졌다. 우루과이는 맹활약을 펼친 이집트 골키퍼를 경기 막판에 무너뜨리며 1-0 승리를 챙겼고, 이란은 끈끈한 조직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복병 모로코를 잡았다. 조별리그 최고의 경기로 기대를 모았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맞대결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서로 3골씩을 주고받으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프랑스 0-0 호주 / 후반 9분 / ‘2018 러시아 월드컵’ 첫 VAR, 프랑스를 살렸다

‘2018 러시아월드컵’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던 프랑스는 C조 최약체로 평가받는 호주를 상대로 졸전을 펼쳤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에도 프랑스가 2-1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이번에 새로 도입된 VAR 덕이 컸다.

경기가 0-0으로 지루하게 진행되던 후반 9분, 폴 포그바가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찔렀다. 앞으로 달려가던 앙투안 그리즈만은 공을 한 차례 터치한 후 호주 골문을 향해 달려갔다. 뒤따라 오던 호주 수비수 조쉬 리즈던은 태클을 시도했고, 그리즈만은 그대로 넘어졌다. 주심은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

잠시 후 주심은 가만히 서서 VAR 전담 심판진의 신호를 받았고, 곧장 모니터 앞으로 달려가 비디오 판독을 시작했다. 월드컵 역사상 처음 나온 장면이었다. 비디오 판독 끝에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그리즈만은 직접 키커로 나서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4분 뒤 프랑스는 호주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자마자 내준 페널티킥이었다. 프랑스는 후반 36분 다시 리드를 잡았다. 포그바의 발을 떠난 공이 매튜 라이언 골키퍼를 넘어 골대를 때리고 골라인 쪽으로 떨어졌다. 주심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골을 선언했다. 골라인 테크놀로지 덕에 빠른 판정이 가능했다.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VAR의 덕을 가장 먼저 보는 팀이 됐고, 포그바의 결승골이 인정되는 과정에서도 첨단 기술에 도움을 받았다, 아마 디디에 데샹 프랑스 감독은 VAR과 골라인 판독 테크놀로지를 도입한 FIFA에 무척 감사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1-1 아이슬란드 / 후반 19분 / 리오넬 메시,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다니!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세계 축구계를 양분하는 라이벌이다. 아르헨티나가 아이슬란드를 상대하기 하루 전,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스페인과 3-3으로 비겼다. 사람들의 시선은 아르헨티나, 더 정확히 말하면 메시에게 쏠렸다. 해트트릭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한 호날두에게 메시가 어떤 활약으로 응답하느냐가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19분 만에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얼마 뒤 알프레드 핀보가손은 아이슬란드 역사상 월드컵 첫 득점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1-1이 된 이후 주도권은 아르헨티나가 잡았다. 90분 내내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일방적인 양상이었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단단한 수비가 아르헨티나를 막아 섰다. 아르헨티나는 중원에서 공을 오래 소유할 뿐 확실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던 중 아르헨티나가 확실한 득점 기회를 잡았다. 후반 18분, 2선으로 내려온 메시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쇄도하는 막시밀리아노 메사를 향해 로빙 패스를 넣었다. 공을 보고 달려가던 메사는 호르두르 마느누손에 걸려 넘어졌고, 주심은 곧장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파울이 선언되고 1분 뒤, 메시가 키커로 나섰다.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 분위기를 완전히 아르헨티나 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과 골키퍼를 번갈아 쳐다본 메시는 왼발을 이용해 골키퍼 오른쪽으로 슈팅을 날렸다. 메시의 발을 떠난 공은 왼쪽으로 완전히 치우치지도, 중앙으로 몰리지도 않은 위치로 힘없이 날아갔고, 골키퍼는 가볍게 공을 쳐냈다. 호날두 만큼은 아니더라도, 승리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던 찬스를 메시는 걷어차버리고 말았다.

 

#페루 0-1 덴마크 / 후반 34분 / ‘베테랑의 품격’ 게레로, 간발의 차로 벗어난 힐킥

페루는 C조 팀 중 유일하게 득점에 실패하며 최하위가 됐다. 그렇다고 득점 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슈프 폴센이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골을 넣었던 것처럼, 페루 역시 날카로운 패스에 이은 위협적인 슈팅을 많이 시도했다. 단지 카스퍼 슈마이켈 골키퍼의 신들린 선방에 막혔을 뿐이다.

페루는 총 7개의 유효슈팅을 시도했다. 유효슈팅 3개를 때린 덴마크보다 2배 많은 수치였다. 그러나 헤페르손 파르판, 안드레 카리요 등의 슈팅은 모조리 슈마이켈 골키퍼에게 막혔다. 슈마이켈 골키퍼는 슈팅 궤적을 예측하고 몸을 달리며 공을 막아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던 페루는 후반 18분 베테랑 공격수 파올로 게레로를 투입했다. 도핑 의혹을 받으며 월드컵에 불참할 뻔 했던 게레로는 들어오자마자 영향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쉽게 막힌 헤딩 슈팅을 시작으로, 힘과 기술로 덴마크 수비진을 괴롭혔다.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주던 게레로는 후반 33분 환상적인 힐킥을 시도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등진 채로 발뒤꿈치를 이용해 슈팅으로 했다. 당연히 반대편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경험 많은 그는 상대 허를 찌르는 슈팅을 시도했다. 페루의 슈팅으로 모조리 막아낸 슈마이켈 골키퍼도 전혀 예상치 못한 슈팅이었다.

상대 수비와 골키퍼까지 모두 속이며 시도한 슈팅은 간발의 차로 골대를 벗어났다. 골로 연결됐다면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감각적인 슈팅이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본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에서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려고 했던 게레로의 꿈은 다음 경기로 미뤄졌다.

 

#크로아티아 1-0 나이지리아 / 전반 32분 / 에테보의 자책골에 젊은 독수리는 의욕상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월드컵 본선에 꾸준히 출전하는 단골이다. 이번에는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젊은 독수리’가 되어 대회에 나섰다. 아프리카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데다, 젊은 선수들이 유럽 빅리그에서 두루 활약하고 있기에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그러나 경험 부족한 선수들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긴장을 한 건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상대팀 크로아티아가 만족스러운 경기를 한 것도 아니다. 루카 모드리치와 이반 라키티치를 중원에 배치한 크로아티아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반 32분에 나온 오그헤네카로 에테보의 자책골은 가뜩이나 지루하던 경기를 더 악화시켰다. 측면에서 시작된 크로아티아의 코너킥이 마리오 만주키치의 머리를 향했고, 머리에 맞은 공이 뒤로 빠지면서 에테보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실점 이후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고, 쉬운 패스미스마저 연발했다. 측면에 알렉스 이워비와 빅터 머제스도 위협적인 돌파를 보여주지 못했고, 계속 공을 뺏겼다. 시간이 거듭될 수록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움직임은 둔해졌고, 경기력 마저 최악을 향해 갔다. 결국 나이지리아는 후반 26분 모드리치에게 페널티킥을 하용하며 0-2로 패배를 당했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