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니즈니노브고로드(러시아)] 김정용 기자= 한국이 스웨덴을 상대로 품위 있고 깔끔한 승리를 거두는 건 이미 어려워졌다. 어차피 진흙탕 싸움이라면, 신태용 감독과 한국 선수들은 승자가 되길 원한다.

한국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의 니즈니노브고로드에 위치한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스웨덴과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첫 경기를 갖는다. 두 팀은 F조에서 2약으로 분류돼 왔다. 서로를 잡아야 이변을 일으키고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생긴다.

앞선 17일 열린 F조 경기에서 멕시코가 독일을 1-0으로 잡아내면서 한국, 스웨덴 모두 승리가 더 급해졌다. 1패를 당했다고 해서 독일이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할 거라고 쉽게 전망할 수는 없다. 현재 F조 구도는 독일과 멕시코가 모두 유리한 ‘2강’으로 볼 수 있다. 멕시코는 스웨덴, 한국과의 격차를 벌렸다.

17일 기자회견을 가진 신 감독 역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경기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주장 기성용은 “첫 경기 맞이하게 돼서 상당히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내일이 우리 팬들에게 내일 경기가 좋은 경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장에서 쏟아지는 외신의 질문을 통해 해외에서 한국과 스웨덴 경기를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은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국과 스웨덴은 서로 정보를 캐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와중에 스파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이 등장하면서 외신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서 정보를 감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지난 11일 세네갈과 가진 친선경기를 이례적인 비공개 A매치로 치른 한국의 시도가 주목의 대상이었다.

한국 기자들이 대표팀 전력과 마음가짐을 궁금해 한 반면, 외신의 가장 큰 관심사가 스파이 행위였다. 먼저 기자회견을 가진 야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이 먼저 스파이 행위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를 드린다. 상대팀 분석은 늘 있는 일이다. 작은 일을 너무 큰 일로 만들고 있다”며 스파이 이야기가 확산되는 걸 경계했다.

신 감독은 스파이 행위에 대한 질문을 세 번이나 받았다. “(스파이 행위를 하는 건) 모든 감독의 심정이라고 생각한다. 스웨덴 감독도 우리에 대해 뭔가 해야 하고 우리도 스웨덴을 이기기 위해 뭔가 해야 한다.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대답한 신 감독은 집요한 질문이 이어지면서 계속 설명을 해야 했다.

“스웨덴도 우리가 레오강(오스트리아)에서 훈련하는 걸 몰래 와서 염탐하고 갔다. 어느 팀이 되든 상대를 알려고 서로 노력하는 건 자기 직업정신이 투철한 거라고 본다.” “우리도 스웨덴의 23인 선수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스웨덴은 감독 및 코칭스태프, 야콥슨 분석관까지 우리를 털고 있다. 대충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다. 거기에 대해 깜짝 놀랄 건 없다. 다만 최대한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것만 가져가려 하는 거다. 깜짝은 없다.”

또 한 가지 화제는 등번호였다. 한국이 월드컵을 앞둔 친선경기에서 등번호를 서로 바꾼 유니폼을 입었다는 것이 새삼 화제를 모았다. 신 감독은 외신이 왜 그랬냐고 묻자 “짧은 식견이지만 유럽 사람들이 우리 동양인을 구분을 잘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더라. 다 알고 있겠지만, 조금이나마 스웨덴에 혼란을 주기 위해 그랬다”라고 답했다. 같은 질문이 두 번 반복됐다. 프랑스 통신사 'AFP‘가 번호 발언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정리할 정도로 외신의 관심을 끌었다. 핵심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최근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에 주목을 받을 만했다.

정보전을 넘어 첩보전처럼 묘사되고 때론 감정싸움처럼 보였던 ‘스파이’ 싸움, 그리고 외신이 주목한 가짜 등번호 등 한국의 기자회견은 유독 축구 외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 신 감독이 스웨덴전 승리를 위해 동원한 자질구레한 전략들이 낳은 결과였다.

이 과정을 통해, 신 감독의 의도와 무관하게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는 약간 지저분한 싸움처럼 묘사되기 시작했다. 외신이 볼 때 일종의 편법 싸움처럼 받아들여질 여지가 생겼다. 이미 한국의 경기는 품위를 찾기 어려워졌다.

예상되는 경기 양상 역시 품위와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인다. 명예를 중시하는 자들의 공격축구가 아니라, 어떻게든 승리를 따내려는 수비축구가 두 팀에서 모두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도 한국과 스웨덴 모두 품위 있는 경기를 하는 건 어려워졌다.

어차피 진흙탕 경기로 흘러가는 이상, 한국에 남은 건 승리뿐이다. 신 감독은 명예로운 패자가 될 길이 막혔다. 승리 가능성을 1%라도 올리기 위해 해 온 많은 노력은 18일 마침내 시험대에 오른다. 진흙탕에서 뒹굴더라도 이기기 위해 노력해 온 한국의 마지막 관문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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