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탈리아 세리에C(3부) 구단 포르데노네는 명문 인테르밀란에 도전하기 전부터 아깝게 패배한 뒤까지 늘 유쾌하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인테르의 홈구장 쥐세페 메아차에서 ‘2017/2018 코파이탈리아’ 32강전을 가진 포르데노네는 0-0 무승부에 이은 승부차기 끝에 5PK4로 탈락했다.

구단 역사상 최대 도전 중 하나였다. 포르데노네는 1920년 창단한 유서 깊은 팀이다. 그러나 연고지 포르데노네시(市) 인구가 약 51,000명에 불과했고 구단도 늘 소규모를 벗어나지 못했다. 창단 후 3부부터 5부까지 오갔다. 2014년 4부에서 우승한 것이 구단 역사상 최대 이벤트였다. 이번 시즌 코파에서 이미 동풀을 일으키고 있다. 앞선 경기에서 세리에A 구단 칼리아리를 꺾고 인테르를 상대하게 됐다.

포르데노네는 이탈리아 최고 명문 인테르가 코파 상대팀으로 결정된 뒤 신이 나서 온라인 응원전을 펼쳤다. 공식 트위터를 통해 재치 넘치는 홍보 문구를 여러 차례 공개했다. ‘플레이스테이션에서도 할 수 없는 경기가 온다’는 문구는 포르데노네가 위닝일레븐이나 ‘피파’ 등 축구 게임에 나오지 않는 팀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두 팀 모두 한 번도 2부 리그에 가지 않았다는 점도 마케팅 대상이었다. 인테르는 한 번도 강등되지 않고 늘 세리에A에 머물렀고, 포르데노네는 2부까지 올라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두 팀의 우승 경력을 합하자 클럽월드컵, UEFA 챔피언스리그(UCL) 등 무수한 트로피가 나열됐다. 그중 포르데노네가 더한 건 세리에D 우승 1회뿐이다.

포르데노네 주전 공격수 에마누엘레 베레토니를 인테르의 마우로 이카르디보다 낫다고 강조하는 홍보물도 있었다. 베레토니는 무려 5분야에서 이카르디보다 앞섰다. 그중에는 ‘UCL에 뛴 적이 있는가’ ‘인터토토컵 결승전에서 득점한 적이 있는가’처럼 베레토니의 어린 시절 경력에서 나온 진짜 자랑거리도 있다. 반면 ‘2017/2018시즌 코파 출장 경험이 있는가’ ‘세리에C에서 연속골을 넣은 적이 있는가’ ‘성에 같은 알파벳이 2번 이상 나오는가’ 등 축구 실력과 영 상관없어 보이는 기록도 있다. 대회에 중도 합류한 인테르는 이 경기가 시즌 첫 코파였다.

경기 당일 쥐세페 메아차를 찾은 포르데노네 원정 팬은 4,000명이나 됐다. 도시 인구 10분의 1에 가까운 인원이 버스에 나눠타고 온 것이다. 포르데노네는 1.5군을 내보낸 인테르를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득점이 나지 않자 인테르는 마르셀로 브로조비치, 이반 페리시치, 이카르디 등 주전 선수들을 차례로 투입했지만 그래도 골은 터지지 않았다. 포르데노네는 연장까지 무실점 수비에 성공했다.

포르데노네는 승부차기에서 거의 승리할 뻔했다. 포르데노네의 1번 키커가 선방에 막혔지만, 골키퍼 시모네 페릴리가 가 인테르의 3번 키커 밀란 스크리니아르, 4번 키커 로베르토 갈리아르디니를 모두 막아내며 잠시나마 16강 진출의 꿈을 꾸었다. 승부차기에서 2 대 2 동률을 만들었지만 그 뒤로 무너진 포르데노네는 결국 인테르 7번 키커 유토 나가토모가 킥을 성공시키며 아까운 패배를 당했다.

경기 후 레오나르도 콜루치 감독은 당당했다. 콜루치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 이상을 요구할 수 있겠나. 우리로선 코파에서 우승한 거나 다름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코파 32강전은 다음주인 21일까지 계속된다. 14일 새벽에는 피오렌티나와 삼프도리아, AC밀란과 엘라스베로나가 벌이는 세리에A 팀의 경기가 열린다. 이승우는 베로나 소속으로 선발 출장할 것이 유력하다.

사진= 포르데노네 홈페이지 및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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