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신태용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내놓은 공격진은 과감성과 거리가 멀었다. 공격수는 골을 넣지 못했고, 상대 자책골로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한국 남자 축구국가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이하 E-1 챔피언십)’ 2차전 북한과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후반 19분 북한 수비수 리용철의 자책골로 승리했다.

북한전을 하루 앞둔 1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전술 변화를 언급하며 “북한의 역습을 미연에 방지하고 승리하겠다”고 말했던 신태용 감독은 중국전과 비교해 선수 6명을 교체하며 큰 변화를 줬다. 3-4-2-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최전방에 진성욱, 2선에 김민우와 이재성을 배치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민우와 이재성은 수비적인 면에서 전술적 가치가 높은 선수다. 김민우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대표팀에서 측면 공격수로 뛰었지만 최근 소속팀에서는 윙백으로 출전했다. 이재성은 전북현대에서 중앙미드필더로 나서며 많은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공을 빼앗아 공격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다.

예상대로 북한은 4-4-1-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펼쳤다. 한국의 공을 빼앗은 다음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했다. 한국은 최전방 공격수 진성욱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가 하면 윙백 김진수와 고요한이 수비 깊숙이 내려와 파이브백을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공격은 한국이 주도했다. 왼쪽의 김진수와 김민우는 번갈아 가며 크로스를 올렸다. 그러나 크로스 정확도는 부족했다. 상대 수비에 막히거나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진성욱에게 공이 연결돼도 상대 밀집수비에 밀려 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이창민이 중앙에서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김민우와 이재성은 2선에서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아 상대 밀집수비를 깨지 못했다. 드리블을 시도할 때면 북한 수비가 두 세명씩 따라붙어 공을 차단했다. 전반 29분 이재성이 김진수의 스로인을 헤딩으로 떨궈주고 이창민이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 외에는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김민우가 문전으로 침투하며 슛을 날린 장면도 있었다. 이창민, 김민우 등이 자기 자리를 벗어나 더 공격적인 위치로 이동할 때 좋은 공격이 나왔다. 그런 시도가 부족했던 점이 한국 공격을 더 답답하게 했다.

후반 들어 북한 수비 간격이 벌어지며 몇 차례 슈팅 기회를 잡긴 했지만 상대 조직적인 수비에 균열을 낼만한 드리블 돌파나 위협적인 전진패스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가 장기인 손흥민과 이근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 경기였다.

한국은 후반 19분 김민우의 크로스를 걷어내려던 리용철의 자책골로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 신 감독은 E-1 챔피언십을 통해 손흥민이 없을 경우를 대비한 공격 '플랜 B, C'를 찾겠다고 했으나 이번에도 새로운 공격 조합을 찾지 못했다.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진성욱은 가능성을 보였다. 진성욱은 기존 공격수들과 달리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지체 없이 슈팅을 때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 38분 고요한의 크로스를 발리 슈팅으로 연결한 장면과 후반 12분 김민우의 크로스를 슈팅으로 연결해 골대를 때린 장면이 대표적이었다.

A매치에 처음 선발 출전한 이창민도 공수 양면에서 괜찮은 활약을 했다. 경기 초반 프리킥 실수를 하는 등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상대 수비가 중앙에 촘촘히 몰려있자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가 하면, 후반 15분 진성욱에게 전진패스를 연결하며 슈팅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각 선수의 개인적인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공격진의 조합과 운용이 더 과감하지 못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경기였다. 한국의 오랜 라이벌이지만 전력만 놓고 볼때 대회 참가팀 중 가장 떨어지는 팀이 북한이다. 북한을 상대로 실험을 한다면 수비에 초점을 둔 실험보다 과감한 공격 실험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대회 첫 승을 거두며 목표했던 2연속 우승 희망을 이어갔다. 16일 일본과 마지막 경기에서 우승팀이 가려진다. 신 감독은 “한일전에 최선을 다해서 멋진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