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송범근은 내년 신인 최대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다.

올해 열린 U-20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린 송범근은 고려대의 U리그 2년 연속 우승을 이끈 뒤 프로행을 택했다. 원래 상주상무 유소년팀 출신이지만 군팀에 신인 선수가 입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생각보다 시민구단 전환이 늦어진 상주가 결국 송범근을 포기했다. 상주가 우선지명을 철회한 뒤 전북의 신인 선수로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21세에 불과한 골키퍼가 K리그 최강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건 생경한 풍경이다. 송범근은 그 풍경을 만들어내겠다는 패기를 갖고 프로에 도전한다. 전북은 송범근을 영입하며 ‘국제대회 경험이 많고 침착한 즉시전력감’이라고 소개했다. U-23 대표팀 소집을 하루 앞둔 송범근과 1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우량아 별명은 민재 형에게 양보할게요

송범근은 올해 국내 축구계 최대 이벤트였던 U-20 월드컵에서 화려했던 조별리그를 이끈 주역 중 하나다. 잉글랜드, 아르헨티나와 한 조에 편성돼 조별리그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3경기 2실점으로 좋은 수비를 해냈다. 한국이 패배한 잉글랜드전에서도 많은 위기 중 1실점만 허용하며 결과와 상관없이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유럽에서 온 스카우트들이 ‘한국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로 꼽기도 했다.

한국이 U-20 월드컵에서 거둔 두 차례 승리 모두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다. 송범근이 승리할 때마다 일일 DJ로 변신해 신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췄던 곳이다. 그 라커룸을 앞으로 홈 경기마다 쓰게 된다. 11일 약 반년 만에 전주성을 찾았다. 입단 발표를 위한 사진 촬영과 간단한 인터뷰를 가졌고, 메디컬 테스트를 했다. 좋은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좋은 기억이 많아요. 전주성은 월드컵 당시에 엄청 많은 관중이 보러와 주셨잖아요. 일단 웅장함이 기억나요. 그때 응원도 많이 받았고 그 느낌이 좋았어요. 거기서 많은 선방을 했고요. 대회에 앞서서 전북과 연습경기를 할 때도 3골을 내주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모습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에요.”

전북행 가능성을 처음 들었을 때 송범근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K리그 최고 구단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일본 등 해외진출을 생각해봤지만 프로 첫해부터 외국 생활에 적응하느니 더 익숙한 환경에서 도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프로에서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다.

“연습경기 때 이동국 선수가 뛰셨어요. 그런데 그때 김신욱 선수는 안 계셨거든요. 슈팅이 진짜 좋으시다고 들었어요. 훈련할 때 계속 상대할텐데 많이 막아보고 싶어요. 더 겪어보고 싶어요. 좋은 형들과 훈련하면서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송범근은 걱정만큼 기대가 크다. 신입다운 패기로 자기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훈련부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북은 지난해 홍정남, 황병근 골키퍼가 번갈아 골문을 지켰다. 송범근이 선배들을 넘어서려면 동계훈련부터 자기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듬직한 스타일이라고 말한 송범근은 전북의 공격적인 축구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어느 팀을 가든 경쟁해야 하잖아요. 프로니까 나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뒤쳐지진 않을 거고, 훈련에서 제 실력을 보여드리는 게 제 몫인 것 같아요. 뒤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면 앞으로 나갈 수 있겠죠. 일단 꼭 좋은 모습으로 경쟁해보고 싶어요.”

청소년 대표로서 나름대로 국제 경험도 쌓았고, 많은 관중 앞에 섰을 때 더 힘이 나는 스타일이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수만 관중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이 있다. 송범근은 친분이 있는 프로 1년 선배 김민재의 환영도 받았다.

“민재 형 별명이 우량아잖아요. 주위 사람들이 ‘이제 네가 우량아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민재 형이 봉동베베는 자기 별명이라고 했어요. 뭐 그건 형 거라니까 굳이 빼앗을 순 없잖아요. 저는 다른 별명이 생기면 좋겠어요.”

사진= 전북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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