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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축구상, 29년 간 한국축구에 전해온 ‘에너지’
한준 기자 | 승인 2017.02.02 16:22

[풋볼리스트=판교] 한준 기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서 제29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에서 소감을 밝히던 중, 축구인 차범근은 눈시울을 붉혔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누볐고, 월드컵 대표 선수이자, 축구 감독, 해설가 등 그를 수식하는 수많은 직함이 있지만, 이날 차범근은 어린이축구교실 회장으로 불렸다. 

1988년,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며 차범근축구상을 출범하고, 이듬해 차범근어린이축구교실을 설립한 차범근 회장은 30년 가까이 한국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키겠다는 일념을 지켜왔다. 29회째를 맞은 이날, 그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제야 베스트11로 수상을 확대할 수 있게 되어 감개가 무량하다”며 눈물을 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트로피의 의미, 잘할 때보다 어려울 때 힘이 된다

차범근축구상은 2011년 대한축구협회의 후원으로 수상자 장학금 규모를 확대했고, 올해부터 카카오의 주관으로 수상자 규모를 대폭 늘렸다. 차 회장은 “상이라는 것이 에너지를 주는 것”이라며 선수들의 성장과정에 실제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잘하고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슬럼프가 오고, 어려운 시기가 닥쳤을 때, 받은 상을 보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해 봤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상을 받았다는 것은, 내가 다시 잘할 수 있다는 힘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

차 회장이 차범근축구상의 규모와 권위를 높이고 싶은 이유는, 그 상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선수들에게 전할 수 있는 에너지와 자신감의 크기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 회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비롯한 축구계 인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차범근축구상은 이날 기념 엠블럼을 새로 제정했고, 그 동안 축구회관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던 시상 행사의 규모도 키웠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배성재 SBS 아나운서는 “올해 차범근축구상이 전기를 맞았다”고 소개했다. 2018년에 30주년을 맞이한다. 30주년을 기념해 확장할 수도 있었지만, 차 회장은 “베스트11로 수상자 확대를 1년 앞당겼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뿌듯한 미소를 보였다. 차 회장은 “내년에는 더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차범근축구상 30주년 행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차 회장은 “축구장에 팬들이 줄어가고 있다”며 우려했다. “사람이 많아 오면 흥이 나고, 흥이 나면 잠재력이 표출된다.” 차 회장은 대중이 관심 밖에 있는 유소년 선수들에게 보내는 관심이, 장차 최고의 선수를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수상자가 된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축구장이 썰렁한 모습을 볼 때면, 늘 마음 한구석이 빈 것 같고, 죄책감도 느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선수가 운동장에 나가서 혼신을 다해 열정적으로 뛰어야 팬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 그것이 선수들이 해야할 일이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팬들이 많이 오길 바란다.”

#선수들이 100%을 쏟을 수있도록 도와야 한다

차 회장은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구자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에서 스타가 됐다. 차 회장은 “유럽에서 내가 느낀 것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100%를 다 쏟아낸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한국 선수들은 환경과 훈련 방법, 자세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쏟아낼 수 없었다. 또 하나 문제는 5~6살의 어린 나이에 공을 접하고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커서는 아무리 훈련해도 익힐 수 없는 감각이 있다”며 유소년 축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유소년 축구를 강하게 해야 궁극적으로 한구축구가 강해지고, 스타 선수를 배출 할 수 있다. 차 회장은 차범근축구상이 스타 발굴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부했다. “팬들이 경기장에 오게 하려면 스타가 있어야 합니다. 세계 어디든 스타를 보기 위해 팬들이 옵니다. 오늘 수상자들이 팬들의 시선을 잡는 그런 스타가 되길 바란다.”

그 동안 공격 선수들에게 집중 수여됐던 차범근축구상은 베스트11 방식으로 개편된 이번 29회부터 다양성을 확보하게 됐다. 여자부문도 최우수선수상이 신설됐다. 대상과 최우수감독상에게는 상패와 장학금 200만원, 베스트11 선수와 최우수 여자선수에겐 상패와 장학금 100만원이 주어진다. 모든 이들에게 아디다스 축구용품이 지급된다. 차범근축구상은 카카오가 주관하는 가운데 대한축구협회와 아디다스, 코카콜라가 후원한다. 일간스포츠가 공동제정한다.

공격수 전유상(대동초)이 대상을 수상한 가운데 수상 내역은 다음과 같다. 베스트 공격수 허동민(대동초) 베스트미드필더 김지원(신정초), 송한록(포항제철동초), 송호(순천중앙초) 이은규(경남 남해초) 베스트수비수 강현준(전주 조촌초), 송준휘(이리동초), 이동현(광양제철남초), 장남웅(경기 신곡초) 베스트골키퍼 이민재(영광초), 최우수 여자선수 박수정(포항상대초), 최우수감독상 박진희(경남 남해초).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지낸 장원직 심사위원은 시상식 행사에서 심사 경위를 상세하게 전했다. “40명의 최종 후보가 올라 왔다. 개인 및 팀 성적을 바탕으로 추천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21일 4시간 동안 진지한 논의로 최종심사를 했다. 경기력, 개인기량, 품성, 학업성적 등을 기준으로 삼았고,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작년에 심사경위를 발표하며 골키퍼에 대한 관심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베스트11로 뽑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상의 권위가 높을수록 선수들의 에너지도 커진다

차 회장도 “매년 한 명 한 명 아이를 제외할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날 최우수감독상을 받은 박진희 경남 남해초 감독은 “아이들이 차범근축구상을 받기 위해 동기부여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 상을 받고 나면 훨씬 더 자신감 있게 경기를 한다. 이런 상이 있다는 게 유소년 축구에는 큰 힘이 된다. 요즘 축구부에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차범근축구상의 권위는 그동안의 수상자 목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1992년 장려상을 받은 박지성을 비롯해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2000년 대상 수상자다. 지금 기대를 받고 있는 황희찬, 백승호, 이승우 등도 2000년대 수상자다. 차 회장은 “앞으로 차범근축구상 수상자 중에 3분의 1정도는 대표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상을 통해 아이들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있기를 기원했다. 

정몽규 협회 회장은 “시대에 앞서 유소년 축구 육성에 앞장선 차범근 회장의 신념이 남긴 결과물이다. 차범근의 아이들이 세대를 넘어 한국축구의 역사가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상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만한 명예와 위상, 부를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무려 30년을 이어온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차 회장은 “고비도 있고 위기도 있었다. 대표팀 감독을 하면서 힘든 시간도 있었고, 축구계에서 쫓겨날 뻔한 일도 있었다. 이 긴 시간 동안 해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독일에 베켄바워, 네덜란드에 크루이프, 아르헨티나에 마라도나가 있다면, 한국에는 차범근이 있다. 차범근은 자신이 이룬 것을 어린 선수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차범근축구상의 의미는 이미 개인 차원을 넘어서 한국축구의 자산이 됐다. 30주년을 앞두고 확대된 차범근축구상은 한국축구 발전의 또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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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 기자  holaz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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