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지난 여름 ‘2016 리우 올림픽’에 참가한 축구 대표팀의 화두 중 하나가 ‘병역 문제’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엄밀히 따지면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선수들,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각각 동메달과 금메달을 딴 선수들이 병역이 면제 된 것이 아니다. 4주간 기초 군사 훈련을 받고 2년 10개월 간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활동해야 한다.

20대의 나이에 2년 간 군대에 가야한다는 것은 프로 축구 선수들에게 가장 큰 숙제다. 무엇보다 국외 팀으로 이적에 걸림돌이다. 징병제를 실시 중인 나라는 한국 만이 아니다. 병역 문제가 커리어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는 한국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징병제 실시 국가 중 상당수가 폭 넓게 대체 복무를 인정하고 있거나,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라지고 있는 징병제

징병제 폐지의 바람은 2000년대 들어 가속화됐다. 이탈리아 2000년에 징병제를 폐지했고, 프랑스(2001년), 스페인(2003년), 포르투갈(2004년) 등이 뒤를 이었다. 동유럽의 폴란드(2008년), 불가리아(2008년) 등도 모병제로 전환했다. 독일, 노르웨이 등도 최근 징병제를 폐지했는데, 이들 국가는 폐지 이전에도 대체 복무 제도를 적용해 축구 선수들의 경우 병역 문제가 팀 선택 등 경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운영해왔다. 

남미 지역의 에콰도르의 경우 국가 대표 축구 선수로 '2006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활약한 공격수 아구스틴 델가도가 주도한 징병제 폐지 운동이 2008년 결실을 맺었다. 에콰도르는 2009년부터 모병제로 전환했다. 은퇴 이후 델가도는 정치인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 성적으로 병역 특례를 부여하던 대만 역시 2017년 완전 모병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대체 복무, 폭 넓은 면제 및 열외 규정

여전히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현행 남성 3년, 여성 1년 9개월로 정해진 병역 기간을 남성 2년, 여성 1년 6개월로 단축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군대 스포츠 강자 등으로 대체 복무가 가능하다.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축구 스타 요시 베나윤의 경우 만 18세에 일찌감치 대체 복무로 병역 문제를 해결해 해외 리그 진출 및 활동에 제약이 없었다. 

축구강국 브라질의 경우에도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다. 현역은 12개월동안 징집되는데, 개인 사정에 따라 2개월 단축 혹은 6개월 연장 복무가 가능하다. 군 소요인원 대비 가용 인력이 많아 인구의 95.5%정도가 면제되는 실정이다.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가족 부양, 경제, 학업 등 이유가 있으면 거의 면제되며, 의사, 치의, 변호사는 물론 축구 선수의 경우에도 대부분 징집에서 면제된다.

러시아는 종교 및 개인의 양심적 신념에 따른 대체 복무 권리를 인정한다. 일반 복무는 12개월이지만 이 경우 대체 복무로 21개월 간 병원, 공장, 산림 감시원, 도서관 사서 등으로 일해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장래가 유명한 스포츠 선수와 과학 인재의 경우 스포츠 중대와 과학 중대에 소속되어 군 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8개월간 현역 복무를 해야 한다. 대학생은 1년이다. 다만 17세부터 25세까지만 징집한다. 25세가 초과되면 자동으로 면제된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생존 능력이 없는 가정을 책임지는 경우, 부인 없이 자녀를 키우는 경우, 자녀가 장애인인 겨우, 부인이 임신하는 경우 및 기타 지방 병무 행정관이 인정하는 경우 연기가 가능하다. 

스위스는 일정 기간 기초 군사 교육을 받은 뒤에는 생업 종사 중 매년 19일씩 6회 동원, 소집되어 군복무를 실시하는 민병 체제로 운영한다. 병무청에 따르면 64% 정도가 현역 판정을 받으며, 현역 입영 대상자 중 종교, 양심, 정신적 사유로 군복무를 거부할 경우 대체복무가 가능하다. 대체 복무는 390일간 실시한다. 면제자의 경우 타 병사의 군복무 기간 동안 소득의 3%를 병역세로 납부한다. 

멕시코도 1년 간 징병제를 실시하는데, 신체 검사 후 제비뽑기로 택한다. 흰 돌을 뽑으면 면제, 녹색돌을 뽑으면 주말에 하루를 근무하는 형태다. 이 마저도 향후 5년 이내에 완전 지원병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콜롬비아는 18세부터 25세 사이에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학력에 따라 복무 기간이 다르다. 중학교 이하 졸업자는 18-24개월 중 선택하고, 고등학교 졸업자는 12개월, 지원자 및 시골 거주 농업 종사자는 12-18개월 중 선택이다. 병역 면제 대상인 다양한 조건이 있는데, 가족 생계를 고려해 기혼자는 면제가 가능하다. 

#병역세 납부로 의무 대신

병역세를 납부하는 것으로 군 생활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나라도 있다. 2020년대 이전에 모병제로 전환을 추진 중인 터키는 21세~41세를 대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는데, 4년제 대학 졸업자는 6개월만 복무하면 된다. 그 이하 학력자는 12개월을 복무한다. 

터키는 2015년부터 27세 이상의 남성 중 외국 유학 및 외국 취업자는 1만 8천리라(약 896만원)을 내면 면제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운동선수들의 경우 38세까지 입영 연기가 가능하고, 학업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여금 병역 면제 제도(8,000달러)도 실시하고 있다. 

그리스 역시 9개월간 군인으로 의무 복무해야 하지만 35세를 넘은 미필자의 경우 8,505유로(약 1,250만원)를 병역세로 내면 면제된다. 한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한 조에 있는 시리아도 1년 6개월 간 의무 복무해야 하나 한화 6,000만원 상당의 병역세를 내면 면제 받을 수 있다. 

그래픽=조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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