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전북 현대). 서형권 기자
이승우(전북 현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전주] 김진혁 기자= K리그 역사상 가장 화려한 우승 세레머니에서 전북현대의 개성 넘치는 네 선수가 이날의 시상식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36라운드를 치른 전북현대가 대전하나시티즌에 3-1 승리를 거뒀다. 전북은 후반 12분 송민규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후반 45분 이동준, 후반 추가시간 4분 이승우의 득점까지 터지며 시상식을 앞두고 화끈한 골 축제를 벌였다.

경기 종료 후 본격적인 우승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번 우승으로 전북은 K리그 역사에서 전대미문 10회 우승을 달성했다. 말도 안 되는 대기록인만큼 이날 시상식은 입이 벌어질 만큼 화려하고 성대하게 열렸다. 시상대 설치가 완료되자 전주성 조명들이 일제히 꺼졌다. 전북을 상징하는 초록색 레이저가 경기장 곳곳을 누볐고 곧이어 등장할 전북 선수단을 환영하기 위한 흰 조명이 입장 통로를 환하게 비췄다.

장내 아나운서의 호명에 맞춰 전북 선수단이 한 명씩 모습을 드러냈다. 각각의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관중들을 뜨거운 박수와 함성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거스 포옛 감독을 시작으로 전북 선수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걸어 나왔다. 그런데 이날 관중은 물론 시청자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강탈한 전북의 유쾌한 4인방이 화제가 됐다.

송범근(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송범근(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바로 송범근, 송민규, 이승우, 전진우다. 네 선수는 미리 준비한 선글라스와 함께 녹색 헤어 스프레이로 머리를 염색한 채 익살스럽게 등장 세레머니를 펼쳤다. 시작은 송범근이었다. 한 손에 고프로를 들고 나타난 송범근은 관중들을 향해 양손을 뻗어 올리며 환호성을 유도했다.

이 충격적인 등장은 시작에 불과했다. 골키퍼, 수비수,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수 입장 차례가 됐다. 그리고 초록머리의 두 번째 주자 송민규가 등장했다. 두 손을 좌우로 뻗으며 당당하게 걸어 나온 송민규는 손으로 선글라스를 한 번 튕기며 팬 서비스를 날렸다.

뒤이어 누구보다 우승을 즐긴 이승우가 등장했다. 초록 머리와 선글라스 그리고 샴페인 한 병까지 들고 나온 이승우는 소리를 지르며 샴페인을 따더니 주변에 흩뿌린 뒤 시원하게 한 모금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승우의 돌발 퍼포먼스로 후끈해진 장내 분위기에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강상윤이 걸어 나왔고 이어서 초록 머리의 4인방의 마지막 순번으로 전진우가 한 손을 귀에 대고 함성을 유도하며 나왔다.

송민규(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송민규(전북현대). 서형권 기자

전북 분위기메이커 덕분에 이날 전북의 우승 시상식은 더욱 신명 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행사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시선 강탈의 몇몇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본 송민규는 초록 머리뿐만 아니라 양 옆머리에 큰 별과 애인 이니셜을 스크래치로 새겨 놨었다. 송민규는 경기 전 선수들과 미리 시상식 세레머니 아이디어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송)범근이 형이 초록색 헤어스프레이를 갖고 왔다. 그냥 뿌렸는데 색이 이렇게 빨리 변할 줄 몰랐다”라며 “범근이 형의 아이디어였다. 형이 저희 4명 다 같이 하자고 해서 했다. 선글라스도 저희 4명 같이 하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송범근의 아이디어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한 이승우는 샴페인 세레머니에 대해 “우승 세레머니를 어떻게 다 같이 재미있게 하면 좋을까 많이 생각했다. 어떤 영상에서 샴페인 터트리는 걸 봐서 다 같이 이걸 하면 재밌겠다 해서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전북 현대. 서형권 기자
전북 현대. 서형권 기자

네 선수의 익살스러운 퍼포먼스에 전북 선수단은 물론 이날 경기장을 찾은 수많은 관중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새겨졌다. 즐길 줄 아는 네 선수들 덕분에 전북의 10번째 대관식은 전북 팬들에게 특히나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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