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맨체스터(영국)] 김동환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레전드’ 박지성이 다시 올드트라포드에 섰다. 14일(현지시간) 개최된 맨유와 바이에른뮌헨의 ‘레전드 매치’에 출전해 1도움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맨유는 4-2 승리를 거뒀다. 친선 자선 경기라는 점에서 승리보다 레전드 선수들의 경기 참가와 사회 공헌이라는 취지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박지성이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맨유에서 단순히 일곱 시즌을 보낸 선수가 아닌 ‘레전드’로 다시 우뚝 선 1박 2일을 현지에서 직접 취재했다.
#1. 왔노라
박지성은 레전드 매치를 하루 앞둔 13일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현역 시절이라면 훈련과 기자회견 등이 예정되었겠지만, 레전드 매치의 특성상 선수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에 참가한다. 이미 은퇴한 선수들에게 경기 참가 뿐만 아니라 훈련까지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선수들은 각자 나름의 준비를 한다. ‘트레블’을 이끈 주역인 앤디 콜, 드와이트 요크는 박지성과 마찬가지로 맨유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폭넓게 활약하며 꾸준히 체력을 관리했고, 언제라도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대표적인 주인공들이다. 박지성 역시 마찬가지다. 현역 시절 자신을 괴롭혔고, 은퇴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고질적인 무릎 부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올해 초 레전드 매치 출전을 결정한 후 박지성은 재활과 훈련을 거듭하며 ‘결전’을 준비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맨유는 ‘레전드’에 기준을 뒀다. 현역 시절 맨유에서 400경기 출전 혹은 100득점을 기록해야 ‘레전드’로 인정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다른 기준을 만들었다. ‘누가 봐도 인정할 수 있는 업적’을 남긴 주인공들이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다. 204경기 27득점을 기록한 박지성보다 현역 시절 적은 득점과 적은 출전 기록을 가졌더라도, 영광의 역사를 장식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면 ‘레전드’가 될 수 있다. 대신 ‘앰버서더’라는 직책을 만들어 ‘레전드’보다 더 큰 역할을 부여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무대를 평정한 박지성이 바로 레전드이자 앰버서더다.

맨유는 극진한 대접을 했다. 런던에 거주하는 박지성을 위해 전용 차량을 런던의 집 앞으로 보냈다. 런던 중심에 위치한 유스턴역까지 수행했고, 맨체스터까지의 이동을 위해 고속열차 1등석을 일찌감치 예약했다. 물론 아내 김민지 전 아나운서 역시 동행했다. 맨체스터 피카딜리역에도 역시 전용 차량과 ‘앰버서더 전담’ 직원이 배치되어 박지성을 맞이했다. 일부 ‘레전드’들이 직접 경기장으로 ‘알아서’ 이동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분명 다른 ‘박지성의 위상’이다.
맨체스터 근교의 한적한 호텔에 여장을 푼 박지성은 맨유가 준비한 만찬을 즐겼다. 오랜만에 만나는 폴 스콜스, 미카엘 실베스트레, 퀸튼 포춘, 루이 사아 등 현역 시절 함께 올드트라포드를 누빈 친구들과 인사했다. 특히 사아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맨유를 떠난 후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 박지성이 특별히 재회를 기다렸던 주인공이다.
레전드 매치에 나설 선수들은 늦게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다. 50대, 40대 혹은 30대로 연령층은 다양했다. 모두가 같은 시기에 뛰지는 않았다. 일부는 서로의 존재만 인지하고 처음 인사를 나누는 사이도 있었다. 하지만, ‘초면’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맨유의 영광을 이끈 주인공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경기 당일인 14일 오전, 맨유의 레전드들은 선수단 버스를 호텔로 보냈다. 현재의 선수단이 이용하는 선수단 버스였다. 불과 3년 전, 박지성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 파트리스 에브라 등과 함께 경기를 소화하기 위해 올랐던 바로 그 선수단 버스는 여전히 박지성을 반겨줬다.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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