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맨체스터(영국)] 김동환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레전드’ 박지성이 다시 올드트라포드에 섰다. 14일(현지시간) 개최된 맨유와 바이에른뮌헨의 ‘레전드 매치’에 출전해 1도움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맨유는 4-2 승리를 거뒀다. 친선 자선 경기라는 점에서 승리보다 레전드 선수들의 경기 참가와 사회 공헌이라는 취지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박지성이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맨유에서 단순히 일곱 시즌을 보낸 선수가 아닌 ‘레전드’로 다시 우뚝 선 1박 2일을 현지에서 직접 취재했다.
②편에 이어
#3. 이겼노라
박지성을 비롯한 맨유의 레전드들은 경기 세 시간을 앞두고 올드트라포드에 도착했다. 팀 버스에서 가장 먼저 내린 것은 ‘감독’을 맡은 브라이언 롭슨. 그리고 에드빈 판 데르 사르, 미카엘 실베스트레에 이어 박지성이 내렸다. 임신 4개월인 아내 김민지 전 아나운서를 극진히 챙겼다. 가족석으로 안내를 부탁한 후 박지성은 동료들과 함께 자신이 이름이 한 켠에 새겨진 ‘라운지’로 향했다.
박지성은 자신의 선발 출전여부를 경기장에 도착한 후에야 알았다. “선발이에요? 몰랐어요”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3년 만에 선 올드 트라포드에서 박지성은 중책을 맡았다. 레전드 스쿼드 평균 나이 44.5세. 박지성은 가장 젊은 선수였다. 선발로 출전해 ‘선배 레전드’ 보다 많이 뛰라는 롭슨 감독의 의중이었다. 꾸준히 무릎 재활을 한 보람이 있었다. MUTV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는 결과가 중요하지 않지만 맨유 유니폼을 입은 만큼 승리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지만 득점 의욕과 ‘만두’를 위한 세레머니를 묻는 질문에 “망신이나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지성 레전드 매치 직전 인터뷰 영상 보기- 출처:맨유닷컴
박지성은 전반 4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총 21명의 레전드가 스쿼드에 있어 모두가 고르게 경기를 소화했다. 경기에 앞서 “옛 추억도 있고, 현역 시절의 기분을 잠시나마 느낄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예전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죠”며 나타냈던 기대감은 어느새 승부욕으로 변했다.
전반 9분, 박지성을 거친 공이 퀸튼 포춘과 드와이트 요크를 거쳐 사아에게 이어졌고, 첫 득점이 터졌다. 그리고 전반 39분, 박지성의 슈팅이 골 라인을 넘었다. 하지만 다시 나왔고, 요크가 마무리했다. 박지성의 득점으로 기록됐지만, 요크로 정정됐다. 축제에서 ‘누구의 골’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반 45분, 이번에는 박지성이 도움을 기록했다. 직접 슈팅도 가능했지만 박지성은 ‘팀을 위한 선수’ 였다. 더 좋은 슈팅을 할 수 있는 앤디 콜에게 기회를 만들어줬고, 멋지게 골로 마무리됐다.

경기는 4-2 맨유의 승리로 끝났다. 3년 만에 올드 트라포드에 선 박지성은 여전히 ‘헌신’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였다. 맨유의 원로 레전드 중 한 명인 패디 크레란드는 “오늘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를 뽑는다면 단연 박지성이다. 세 골이나 그의 발 끝에서 시작됐다”며 엄지를 치켜 세웠다.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 안으며 승리를 자축했고, 패배한 뮌헨 선수들은 멀리서 맨유의 축제를 지켜봤다.
사실 승패와 관계가 없는 경기였다. ‘우승’이라는 타이틀은 맨유가 차지했지만, 맨유와 뮌헨은 지난 해에 이어 이어진 레전드 매치를 통해 각자의 지역사회를 위한 헌신을 약속했다. 이 경기를 통해 80만 파운드(약 14억 원)이 모금됐다. 소외계층,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축구화를 벗은 수 많은 스타들이 ‘레전드’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모인 이유다.
더 많은 것을 이루었고, 더 큰 영광을 바탕으로 여전히 세계적으로 명성을 누리는 만큼, 더 많이 도울 수 있기에 최전방에 선 것이다. 박지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무릎이 불편하고,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지만, 고민의 여지 없이 먼 길을 나선 이유다. 은퇴 당시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고, 어떻게 팬 여러분들께 돌려 드릴 수 있을지 조금씩 생각을 해 보겠다”고 했던 말을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레전드 선수들은 경기 후 맨체스터 시내로 자리를 옮겨 그들만의 연장전을 진행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맨체스터의 아름다운 밤을 채웠다. 경기 종료 수 시간 후 기금 모금 총액이 전해지자 레전드들은 환호를 질렀다. 오랜만에 흘린 땀이 그들이 원했던 ‘진정한 승리’로 돌아왔다.
사진=풋볼리스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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