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서울의 봄(春)을 기억합니다." 최종전을 하루 앞둔 채 급작스레 전해진 비보. 황망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는 FC서울 팬들은 김남춘과 '마지막 경기'를 했다.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27라운드를 치렀다. 인천이 서울을 1-0으로 꺾고 마지막 순간 잔류를 확정했다.
경기를 하루 앞둔 30일 오후 김남춘의 사망 소식이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범죄나 타살의 흔적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사정은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남춘이 더이상 서울의 유니폼을 입을 수 없게 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김남춘은 서울의 원클럽맨이었다. 군 팀인 상주 상무에서 활약한 것을 제외하면 서울에서만 활약했다. 2013년 서울의 유니폼을 입었고, K리그 통산 114경기 출전 4득점을 기록했다.
처음부터 펄펄 난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다. 2013시즌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고, 2014시즌에 7경기를 출전했을 뿐이다. 하지만 김남춘은 묵묵히 팀에 헌신하며 출전 기회를 늘렸다. 2015시즌 17경기, 2016시즌 18경기를 뛰면서 점차 자신을 알렸다. 스포트라이트에서 올 시즌에는 22경기에 출전하며 쉽지 않았던 서울의 생존 경쟁을 이끌었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을 때조차 묵묵히 헌신했던 선수. 서울 팬들이 유난히 떠난 김남춘을 보며 황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던 이유도 이것이 아닐까.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북쪽 입구엔 김남춘을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서울 팬들은 이름에서 따온 '서울의 봄'이란 별명을 부르며 작별을 고했다.
서울이 아닌 다른 팬들까지 김남춘을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라이벌' 수원 삼성 팬도, 최종전에서 잔류를 확정하기 위해 힘을 쓰는 인천 유나이티드 팬도, 김남춘이 몸 담았던 상주 팬도 머플러를 남겼다.

경기 시작 전 서울과 인천 선수단은 서로를 마주본 채 김남춘을 추모했다. 베테랑 오스마르는 눈물을 훔쳤다. 경기장 내에도 김남춘의 명복을 비는 걸개가 걸렸다. "김남춘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서울의 봄(春)을 기억합니다"
떠나는 동료의 마지막을 위해 서울도 최선을 다했다. 사실 서울은 일찌감치 파이널B에서 잔류를 확정한 상황. 이번 경기에서 더 얻을 것이 없었지만 선수들은 간절했다. 전반전 아길라르에게 실점하자 모든 필드플레이어가 모여 의지를 다졌다. 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했다.
공격에 가담했다가 역습을 차단하려던 골키퍼 양한빈은 퇴장까지 당했다. 경기 종료께 인천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팬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불쑥불쑥 터져 나오는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의 간절한 마음을 대변하는 장면들이었다.

사실 서울은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선수단 대부분이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는 후문. 박혁순 감독대행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저뿐 아니라 특히 선수들이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전반전은 워낙 컨디션이 나쁘다 보니까, 전술적으로 전략적으로 대처하긴 힘들었다. 코칭스태프하고 하프타임에 이야기한 것이 (김)남춘이를 위해서 힘들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좋은 곳으로 박수를 받으며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며 선수단의 각오를 설명했다.
김남춘을 위해 뛴 서울은 결국 웃지 못했다. 선수단 역시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훔치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박 감독대행은 "(김)남춘이의 명복을 빌겠다. 홈 팬들이 많이 오셨는데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로 보답드리고 싶었다. 결과를 남들지 못해 죄송하다"면서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뛰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선수단을 위로했다.
경기를 마친 뒤 한승규는 김남춘의 '4번 유니폼'을 서울 서포터들이 앉는 N석 앞 골라인 위에 놓았다. 박주영은 이 유니폼 위에 자신이 찼던 주장 완장을 올려둔 뒤 침통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서울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김남춘은 피치에 없었지만, 그를 위한 박수 속에 경기가 막을 내렸다.


사진=풋볼리스트
관련기사
- 무리뉴의 자신감 “우승 후보는 2~3월에 결정돼”
- 바르사 복귀설 부인, 펩 "맨체스터에서 행복, 더 오래 머물기 원해"
- 맨유가 놓아주질 않아…'명단 제외' 로메로, MLS행도 무산
- "맨유 원정 승리, 완벽한 시나리오"…2연패에 빠진 아르테타 자신감
- ‘PSG 비상’ 허벅지 다친 네이마르, UCL 포함 3경기 결장
- 리버풀, ‘레알 상대 2골’튀랑 영입에 관심
- 무스타피 “외질, 명단 제외에도 불구 훈련장에서 100% 최선 다해”
- 유벤투스, 올 여름 호날두 파트너로 안수 파티 영입 시도했었다
- 맨시티, 아구에로 대체 선수로 ‘전 황희찬 동료’다카 노린다
- 전 리버풀 에이스 “토트넘, 올 시즌 EPL 우승 가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