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전북현대는 개막전에서 쿠니모토를 단 30분 활용했다. 타고난 윙어도 아니고, 중앙에서 뛰기에도 어정쩡한 것이 '특급 테크니션' 쿠니모토의 현재 상황이다.

전북은 지난 8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공식 개막전에서 수원삼성에 1-0으로 승리했다.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은 발전해야 할 여지가 컸다. 수원의 밀집수비를 잘 공략하지 못했다. 후반 30분 수원 미드필더 안토니스가 퇴장당한 뒤 한결 여유가 생긴 전북은 39분 이동국의 헤딩골로 간신히 승리했다.

전북이 자랑하는 중원의 테크니션 중 이날 선발로 뛴 건 손준호, 이승기, 김보경이었다. 손준호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나머지 둘을 받치는 4-1-4-1 포메이션이었다. 여기에 왼쪽 윙어 무릴로까지 공격수보다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성향을 지녔다는 걸 감안하면, 전북은 기술적인 미드필더를 동시에 4명이나 투입한 셈이다.

쿠니모토는 이수빈과 함께 벤치에 앉았다. 쿠니모토는 한때 일본 축구계가 주목한 천재 미드필더였으나 방황과 부침 끝에 K리그에서 부활했다. 지난 시즌까지 경남FC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한 뒤 올해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모라이스 감독은 지난 2~3월 치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두 경기에서 쿠니모토를 연속 선발 기용했다. 당시 결과는 1무 1패에 그쳤다. 반면 수원을 상대로 쿠니모토가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특히 김보경과 함께 2선을 이룬 미드필더가 이승기였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승기는 이번 시즌 윙어가 부족한 전북 사정상 측면 자원으로 분류돼 왔고, ACL에서도 두 경기 연속 윙어로 뛰었다. 쿠니모토는 중앙에서 이승기에게도 밀린 셈이다.

이는 쿠니모토의 독특한 플레이 템포를 다른 미드필더와 조화시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김보경은 지난 2016년 이재성(현 홀슈타인킬)과 호흡을 맞춰 ACL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쿠니모토 역시 중앙과 측면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왼발잡이 플레이메이커라는 점에서 이재성과 비슷해 보인다. 쿠니모토와 김보경의 조화가 잘 이뤄질 거라는 낙관론도 있었다.

그러나 철저하게 파트너에게 맞춰주는 이재성의 성향과 달리, 쿠니모토는 자신만의 플레이 템포를 가진 선수다. 그리 유려해보이지 않지만 독특한 타이밍에 상대를 현혹하는 발재간으로 압박을 빠져나간다. 예측하기 힘든 타이밍에 왼발 패스와 슛을 날려 곧바로 골문을 노리기도 한다. 이재성처럼 팀 플레이에 녹아드는 선수라기보다, 스스로 패스 흐름을 좌지우지할 때 더 힘을 내는 스타일이다.

쿠니모토는 조커로서 오히려 가치가 있었다. 투입된 지 3분 만에 날카로운 크로스로 홍정호의 헤딩슛을 이끌어내는 등, 당장 한 골이 급할 때는 쿠니모토의 찬스메이킹 능력이 빛을 발했다.

그러나 이때도 김보경과 시너지 효과를 낸 건 아니었다. 전북은 공격을 강화하기 위해 김보경을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김보경은 이때부터 큰 존재감이 없었다.

지난 시즌 전북 선수단은 단순한 전술을 잘 소화했다. 신형민, 손준호, 임선영 등 중원 장악력이 좋은 조합으로 힘 싸움에서 승리했다. 종종 손준호와 임선영이 문전으로 침투하며 득점을 노렸다. 공격의 마지막 퍼즐은 윙어인 로페즈와 문선민이 담당했다. 이번 시즌에는 임선영, 로페즈, 문선민이 모두 빠지고 쿠니모토, 김보경, 무릴로가 합류하며 공격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이 있는 쿠니모토를 다른 선수들과 조화시키는 건 조세 모라이스 감독에게 주어진 큰 과제다. 돌파력이 지난 시즌만 못한 전북 사정상, 창의적인 득점 기회 창출이 필요하다. 쿠니모토 활용에 대한 전술적 해법을 찾아낸다면 전북의 창의성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 QnK(Question and K League)는 K리그 경기에 따라오는 의문을 함께 탐구해 보는 코너입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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