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투박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인식돼 온 최영준(포항스틸러스)은 지난 주말 ‘전세계 1위’ 탈압박 스킬을 보여줬다.

10일 부산아이파크전 후반 7분, 왼쪽 측면에서 송민규가 패스를 밀어줬다. 최영준이 공을 잡는 순간 호물로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최영준은 공을 뒤쪽으로 끌어당긴 뒤 송민규에게 발 뒤꿈치 패스를 내줬다. 절묘한 기술에 이어 재빨리 이동한 최영준은 송민규의 리턴 패스를 받으며 호물로를 따돌렸고, 팔로세비치에게 논스톱으로 패스하며 역습 기회를 만들어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세계 축구가 중단되면서 K리그가 가장 수준 높은 리그로 남아 있다. 최영준의 이 기술은 지난 1주일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절묘한 트릭이었다. '많이 뛰는 수비 전문 미드필더' 최영준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뜻밖의 장면이기도 했다.

최영준은 “원래 이런 걸 할 줄 아는 선수”라며 투박하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가끔 구사하곤 했는데 이번엔 절묘하게 잘 통했다. 스킬이 통할 때 쾌감이 있다.”

그밖에도 최영준의 플레이는 적재적소에서 빛났다. 포항은 전체 선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부산을 2-0으로 꺾었다. 라이트백 김용환은 엄청난 정확도의 크로스를 보여줬고, 공격수 일류첸코는 확실하게 마무리했다. 추가골을 넣은 팔로세비치, 꾸준한 돌파력을 보여준 팔라시오스의 공격력도 좋았다.

최영준은 ‘포항 유망주 전담 선생님’이다. 지난 시즌 하반기 이수빈과 함께 뛰며 성공적인 프로 정착을 도왔다. 이수빈이 최영준과 맞임대되며 전북현대로 떠나자, 새로운 유망주 파트너가 생겼다. 22세 이승모다. 포항은 개막전에 22세 이하 선수를 두 명 투입했다. 이승모를 의무출전 규정 때문에 억지로 투입한 게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최영준은 후배의 1군 정착을 잘 이끌어냈다. 두 선수의 조합은 강력했다.

“수빈이는 천재랄까, 플레이 하나하나가 빠르고 정확했다. 승모는 더 공격적인 면이 있고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다. 다만 플레이스타일과 달리 약간 내성적이다. 그 성격이 그라운드에서도 드러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편하게 경기하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건 편한 일이다. 내 말을 잘 들으니까.”

최영준은 전북에서 임대된 신분인데도 주장 완장을 찼다. 특이한 상황이다. 바로 옆에서 뛰는 이승모부터 선수단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최영준은 김기동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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